거울은 거짓말쟁이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2
강숙인 지음, 김미정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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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교 20주년은 맞아 연극 백설공주를 공연하게 될 연극반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은 주인공 희주의 아버지이다. 희주는 내심 기대가 된다. 약간의 기대감이 백설공주 역에 나만한 적임자는 없다는 확신을 갖기까지 이르지만 막상 연극반 선생님, 희주의 아버지는 이런 딸의 마음을 전혀 모르시는 것 같다. 아니 모른척 하신다. 최고로 인정받고 싶은 딸아이의 마음을 읽은 아버지는 자신이 최고의 배우로 각광받던 시절, 마음 속 자신이 최고라 말해주던 거울을 부수기 위해 연극을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희주 역시 마음 속 거울을 부수길 원한다. 어린 딸아이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인것을...

  같은 학교 선생님이자 희주의 아버지는 내 어린시절 대표적인 아버지상을 보여준다. 자식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그저 속으로만 삭이고 또 삭이는 무언의 사랑을 보여준다. 자식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요, 아픔을 모른체라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닌데 시시콜콜 속내를 다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는지... 생각해보면 나의 아버지는 표현에 인색하지 않았다. 항상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고, 딸들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으셨던 아버지의 그 따스한 온기가 지금도 느껴지는 듯 하다.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지금도 이리 확실히 떠오르는 건 왜일까? 아마도... 사랑 받았던 기억은, 엄마는 깜빡쟁이라는 딸아이의 말처럼 걱정스런 수준의 나의 기억력마저 이기고 마는 힘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또한 그리움을 이길 힘을 주는 것은 아닌지...

 몇일을 가슴앓이를 했다. 아버지가, 아니 아빠가 너무 그리워서... 11년, 너무도 짧은 시간 동안 벅찬 사랑을 주고 가신 아빠가 그리워서... 그리 빨리 떠나가시려고 하나도 아닌 줄줄이 넷이나 되는 딸들을 그리 사랑하셨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찾아온 가슴앓이로 괜실히 옆지기에게 울 아빠 계셨으면 이렇게 안 살거라는 둥, 더 사랑 받고 살았을거라는 둥 궁시렁 궁시렁^^;; 그렇게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며 잊고 있던 내 안의 11살 꼬마가 눈물을 훔치며 아빠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분이라 추억하는 주인공과 또 나의 뒤 늦은 사랑고백이 먼 곳에 계신 그 분들께 전해지길 바래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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