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축구공 카니발 문고 2
리네케 데익쉘 지음, 이유림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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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기 전, 그리고 바로 어제도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고 있는 축구선수 디디에 드로그바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아프리카 출신의 선수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거리에서 축구를 하면서 자유롭게 돌아다닌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모든 열정을 축구에 쏟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2006년 아프리카 지역예선을 거쳐 처음 독일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그의 조국 코트디부아르는 그 당시 전쟁중이었다. 감동적이고 기적같은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자신들은 월드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여러분! 1주일 만이라도 전쟁을 멈추세요!" 그리곤 거짓말같이 전쟁은 멈췄고, 5년간 끌어오던 내전이 종료 되었다. 디디에 드로그바 선수를 향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가 영웅인 이유는 단지 최고의 선수라서가 아니라 분열된 조국을 하나로 합쳤기 때문이다."
 
 월드컵 시즌이어서인지 유난히 축구 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보게 되는데 어제도 여전히 축구로 하루가 즐겁고 인생이 즐거운 아프리카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맨발에 좋은 공도 아니었지만 축구 하나로 만면에 웃음을 띠고 그저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이 보는 나로 하여금 저런 기쁨과 행복의 근원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든다.
 
 축구가 소재이니 만큼 그것이 주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할수도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축구를 통해 아이들이 자라가고, 축구라는 창을 통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과 소통을 보여주고 있다. 1부에서 아프리카에서의 소년들의 생활, 그들의 빈곤을 보여주었다면, 2부에서는 실력을 인정받아 눈에 든 아이들 몇 몇이 유럽의 한 나라에서 축구를 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그들에 눈에 비친 부와 풍요로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풍요로움이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부족함이 그냥 일상이었던 고향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것들로부터 오는 만족감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내 몸을 치장하고 진수성찬으로 뱃속을 채워도 마음의 허기까지 채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냥 고향을 떠나 온 향수병과는 차원이 다른 그런 것...
 
 아프리카에서 온 아이들은 그저 기근으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불쌍한 아이들이었고, 돈을 위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축구를 선택했다고 멋대로 판단하는 이들의 편견을 대하면서 내 마음도 불편했다. 우리 역시, 아니 나 역시 그런 편견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큰소리 칠 수 없을 것 같아서...  물론 위탁가정에서 만난 따뜻한 이들과의 만남은 어느 곳이든 사랑과 인정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그나마 위안을 얻게 하지만.... 유럽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 잠시 다니러 온 고향 마을이 주인공 라흐만에겐 마냥 초라해 보이고 빨리 벗어나고픈 곳이었을까? 그들보다 조금 더 누리며 살고 있는 우리가 더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지... 마음의 풍요로움을 간직한 라흐만의 고향 사람들 눈에는 그리고 어린 라흐만의 눈에도 우리가 더 안쓰럽게 보일지도 모를일이다. 왜 이리 생각이 많아지는 건지...^^; 
 
 라흐만은 고향 마을에서 분명 몸도 마음도 쉼을 얻고 돌아갈 것이다. 축구화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마을을 향해 뻗은 길고 붉은 모랫길을 걸어가는 라흐만... 디디에 드로그바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수많은 트로피를 받았지만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가져다 준 순간이야 말로 가장 영광스러운 트로피다." 푸른 축구공... 푸른... 작가는 가장 절망적인 곳에서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라흐만이 앞으로 어떠한 길을 걷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미루어 짐직은 된다. 가장 영광스러운 그 순간을 위해 또 다른 영광같은 건 돌아보지 않고 축구에 올인 할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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