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칠단의 비밀 동화 보물창고 28
방정환 지음, 양상용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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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라는 이름을 처음 불러 주고 '어린이날'을 만들어 준 방정환 선생님은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죄송스럽게도 방정환 선생님의 동화나 소설을 읽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정환 선생님이 이야기를 얼마나 맛깔스럽게 했고 입담이 좋았던가 하는 일화가 있다. 일본 순사가 강연회장에서 방정환 선생님을 감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독립이나 일본을 비판하는 말을 하면 체포할 셈으로... 하지만 순사는 이야기에 푹 빠져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고 한다. 서슬 퍼런 일본 순사도 울게 만든 방정환 선생님은 그 뒤로 '순사를 울린 사람'이라는 별병을 얻기도 했단다. 이야기꾼 방정환 선생님의 책을 지금이라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고 행운인지...^^  

  일본인이 단장인 곡마단에 열여섯 살 소년, 열네 살 소녀가 재주를 부리며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찾아 온 낯선 이는 자신을 외삼촌이라 소개하며 둘은 남매이고 조선인이라는 걸 알려준다. 곡마단 사람들에 의해 쫓겨난 외삼촌이 자꾸 떠오르고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며 지내던 터라 둘은 곡마단을 탈출 할 계획을 세우지만 여동생 순자는 실패하고 만다. 오빠 상호는 수많은 위험을 무릎쓰고 오로지 순자를 구할 생각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행방불명이었던 아버지와의 극적인 상봉으로 마침내 순자를 구하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요즘 출간되는 책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새로운 느낌의 긴장감과 흥분, 또 쉽게 빠져들게 만드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오래 전 만들어진 책이라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물론 이야기의 흐름은 다음 장면이나 결말을 예상하게도 만들지만 그럼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목차만 보아도 쉽게 다음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제목들 일색이었다. 예를 들면 '슬픈 신세', '도망 도망', '무서운 죄악 내용' 등... 하지만 글을 더 멋드러지고 그럴 듯 하게 쓰려는 작가의 기교를 찾아볼 수 없어 오히려 독자들이 읽기에 편안했고, 그래서 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기다려지는... 한마디로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중학생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고 모진 하루하루를 보냈는지... 이것이 만들어진 이야기라지만 그 시절에 이런 일이 왜 없었을까? 자식같은 남매의 모습에 가슴이 저려왔다. 비록 어린 나이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용기와 지혜를 갖고 어려움을 극복했던 상호를 통해 유약하기 짝이 없는 지금시대의 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된다면 이 또한 방정환 선생님이 주시는 귀한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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