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내 아이가 자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아무개 아이가 벌써 입학이네, 졸업이네 아님 오랜만에 만난 녀석들이 훌쩍 자라있는 모습을 바라볼때면 그때서야 아차! 싶으니 말이다. 추억이 담긴 앨범을 꺼내 보며 '이럴 때가 정말 있었던가?' 그사이 많이도 컸건만 어쩜 이리도 엄마는 둔하기만 한건지 차책을 해가며 앨범을 덮음과 동시에 늘 다짐을 하곤 했었다. '내일부터, 아니 이 시간 이후로 부터 아이들을 유심히 지켜보리라! 아주 미세한 변화도 빠짐없이 지켜보리라!' 하면서...
순하디 순하고 여리디 여려서 아들이었지만 자라는 동안 그리 힘들게 하지 않았던 아들 녀석이 어느새 내년이면 중학생이 된다. 벌써 중학생! 뭐야~~ 엄마 키를 위협하며 이렇게 자라는 동안 엄마는 대체 무얼 하고 있었나 싶은게 덜컥 겁을 집어 먹고 말았다. 그래서 조금 마음 고생이 되기도 하는 요즘이다. 어린이날이 조금은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다 커버린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이젠 제일 형이고 제법 어른이 되었다는 기분에 우쭐하기도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여전히 어린 아이 취급을 받을 뿐이다. 전에 없던 비밀도 하나 둘씩 생겨나고, 전에 갖던 호기심과는 차원이 다른 호기심이 발동하고, 몸도 마음도 충동적인 자신을 주체하기가 참으로 버거운 시기를 울 아들녀석이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채워지지 않는 가슴 속 무언가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도벽으로 채우고 있던 주인공 하리는 우연히 알게 된 충격적인 엄마의 도벽, 늘 술에 젖어 절망을 맛보게 하는 아빠, 선생님의 차별, 이성문제... 이 모든 것들과 맞서 외롭게 싸운다.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만 비로소 성숙하고 당당한 한 인간으로 설 수 있는 통과의례인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어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힘으로 껍데기를 벗고 세상을 향해 힘찬 걸음을 뗀 하리가 대견스럽기만 하다.
이제 곧 사춘기라는 터널을 앞두고... 그 껍데기가 무엇이 되었든 홀가분하게 하나도 남김없이 벗어버리게 되는 그 날을 아이도 나도 두려움이 아닌 기대감으로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