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스펄전의 야베스의 기도
찰스 H. 스펄전 지음, 유재덕 옮김 / 브니엘출판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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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돌을 갓 넘긴 딸아이가 눈 앞에서 사지를 뒤틀며 힘들어 하다가 숨이 끊어지고, 급히 의료진들이 달려와 산소를 공급해주면 가뿐 숨을 몰아쉬는가 싶다가 다시 또 사지를 뒤틀고, 그렇게 또 숨이 끊어지기를 하루에 다섯차례를 반복하던 그 날이 악몽처럼 기억된다.  말을 일찍 시작해 종알 종알 말도 잘하던 녀석... 척수액을 뽑아 검사를 해야했던 중환자실에서 엄마 아빠는 쫓겨나고, 얼굴도 모르는 의사들이 사지를 붙들고 크디 큰 주사기를 들고 서 있던 그 순간 엄마 아빠를 향해 "엄마, 하은이가 엄마 너무너무 사랑해! 아빠, 사랑해!" 외치던 그 소리가 내 살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듯 했던 그 순간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된다. 검사를 마친 뒤 18시간동안은 아이가 절대 움직여선 안된다고 해서, 출입이 안되는 중환자실임에도 불구하고 아이 침대위로 올라가 꼬박 18시간을 머리를 붙든 채 있어야 했다. 
  
 영영 이대로 아이가 깨어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엄마, 사랑해!" 라는 음성을 다시 들을 수 있을까? 그렇게 힘든 사투의 시간을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의 머리를 붙잡고 기도하고 있는 음성이 들렸다. 살려달라고 눈물 콧물 흘리며 기도하고 있었다는 것 조차도 의식하지 못한 채 그렇게 난 기도하고 있었다.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지만 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낼수도 없었다. 담배를 끊은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남편은 아이를 중환자실에 두고 나와 정말 피우고 싶었던 담배의 유혹을 뿌리쳤다고 했다. 담배를 피우는 순간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만 같아 그럴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리곤 기도를 했다고... 그렇게 엄마 아빠의 가슴을 졸이게 하며, 한동안은 자다가 숨이 넘어갈새라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도 밤새 지켜보게 만들었던 녀석이 벌써 7살이 되었다. 오빠보다도 더 넘치는 에너지로 똘똘 뭉쳐 무늬만 공주지만, 그래도 우리집에선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쁜 공주로 그렇게 잘 자라고 있다. 

  혼자였다면, 아무도 없이 혼자 감당해야 했다면 견딜 수 있었을까 싶은 악몽이었지만 그 힘든 시간동안 혼자가 아니었다. 훗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대신해 주님이 울어주셨구나, 탄식하고 계셨구나... 섬기던 교회에선 누워있는 아이를 위해, 또 우리 식구를 위해 밤을 새워, 이른 새벽을 깨우며 기도해주신 분들이 계셨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왜 이런 일이...처음에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너무나 감사하게도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있음을 알게 하셨다. 남편도 나도 낙심치 않게 하시고, 포기하지 않게 하시고, 원망치 않게 하시고 기도하게 하셨고, 우리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는 중보자들을 허락하셨다. 그것이 얼마나 큰 은혜였는지, 지금 와 생각해보면 말로 다 감사할 수 없는 축복인 것을...

 수 천 명을 먹이시기 전에 제자들을 시켜 그들이 가진 것을 파악하도록 시키셨고, "그것이 이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되겠사옵니까?"(요 6:9)라고 묻게 만드셨다. 제자들에게 배의 오른편에 그물을 던지라고 말씀하셨고 그들은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그들이 밤 새 수고했지만 고기를 잡을 수 없었다는 고백을 하기 전까지는 기적을 행하시지 않았다. 찰스스펄전의 말처럼 전적으로 주님덕분이라고 고백해야 한다는 걸 우리 가정에도 너무나 잘 보여주셨다. 그것이 말할 수 없는 고통 뒤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고통 마저도 주님이 허락하신것을... 아이가 퇴원하면서 드려지기 시작한 가정예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있다. 처음엔 아이들과 셋이서 드리던 예배에 남편도 함께 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그 마음의 중심이 다른것이 아닌 주님을 향할 수 있도록, 믿음의 가장으로 회복시켜주신 확실한 계기가 된 것이다. 얼마나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인지... 죽을 것 같은 순간에 나도 모르는 사이 기도를 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절절하고 가슴을 찢는 기도가 되었다. 
 
 찰스 스펄전은 말한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기도가 필요한 순간을 살고 있다고.. 하지만 나 자신을 뒤돌아 보아도, 그 때 처럼 그렇게 절절하게, 가슴을 치며 기도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이렇게 연약하고 이기적이고 필요에 의해서만 주님을 찾게되는 어리석은 이런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선 언제나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을, 나의 기도를 듣기 원하신다는 것을, 또 언제나 응답하실 준비를 하고 계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 한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왠일인지 책을 읽어가며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당시에는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이었으나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것이 축복이었음을 또 한 번 깨닫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야베스처럼, 다윗처럼, 또 솔로몬처럼 기도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적어도 하나님앞에서 만큼은 응석받이 아이가 되어 하나님이 아니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고백이 내 삶에 넘쳐나길 기도해 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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