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흐른다 - 이미륵의 자전 소설 올 에이지 클래식
이미륵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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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가 아닌 독일인들의 기억 속에 아련히 남은 최초의 한국인 이미륵...  유창하고 간결한 독일어로 한국의 풍습과 인정을 그린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고 한다. [압록강은 흐른다] 역시 독일에서 최우수 독문소설로 선정되어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라고도 하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선 얼마나 알려져있었나 새삼 궁금해졌다. 사실 나도 잘 모르고 있었기에.. 그래도 외국에 우리나라의 문화를 그들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전하고 또 호평까지 받았다는 것이 자랑스럽기 그지 없다. 
 
  사촌 수암형과 함께 보낸 유년 시절, 미륵의 가족과 그 외 식구들, 구식교육과 신식교육을 모두 경험했던 이야기, 일제 탄압, 그 탄압을 피해 압록강을 건너 독일에 도착하여 생활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그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버지 이야기를 읽고서, 무뚝뚝하고 그리 자상해 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과 끈임없이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미륵으로 하여금 신식교육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는 것이 그 시대의 상황이나 모든 여건을 짐작했을 때 앞서가는 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방향을 뭐라고 하지?" "동, 서, 남, 북."
"색깔은 어떤 게 있지?" "푸른색, 노란색, 빨간색, 흰색, 검은색."
"계절은 어떤 순서로 되어 있지?" "봄, 여름, 가을, 겨울."
"봄엔 어떤 것들이 아름답지?" "산에는 꽃들이 만발하고, 골짜기마다 뻐꾸기가 노래하네."
"그래, 맞았어. 그럼 여름은 왜 아름답지?" "밭에는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담장에는 수양버들 푸르러지네."
"가을엔 어떤 게 아름답지?" "시원한 바람이 들에서 속살거리고, 마른 잎이 나무에서 떨어지고, 달은 호젓한 뜰을 비추네."
"잘했어. 겨울엔 어떻지?" "언덕과 산에 흰 눈이 쌓이고, 오솔길에는 나그네 하나 보이지 않네." -본문에서-
 늘 동생을 가르치길 좋아했던 셋째 누이의 질문과 그의 답하는 미륵의 대화 속에 우리의 정서가 그야말로 흠뻑 담겨있다. 

  그의 유년시절도, 일제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며 힘들었던 청년시절도 결코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시종일관 소박하고 푸근함이 가득한 책 내용이 마치 정겨운 옛이야기를 듣고 있는듯 편하기까지 했으니 약간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이미륵 본인의 자전적 소설이기에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아주 담담하고 간결하게 소개하듯 풀어놓고 있어,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 여겨진다. 이 책을 읽는 외국의 독자들에게도 친절하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생각을 해보았다. 

  작가의 의도였을지 모르나 왜 긴장감이 없고, 두려움이 없었을까... 유년시절 고향에서의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청년이 되어가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과 도전이 꿈틀대는 것을 보면서 일제치하의 고통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꿀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고 또 존경스러울 뿐이었다. 이것이 결국 낯선 이방인들에게 그대로 전해진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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