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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언니에게 ㅣ 소설Q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평점 :
최진영의 소설은 읽을 때마다 어딘가 고통스럽고, 어딘가 외로워진다. 그의 소설은 눈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고, 나는 그의 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울면서도 놓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고통을 말하는 소설을 사랑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최진영은 그걸 가능하게 한다. <해가 지는 곳으로>, <구의 증명> 같은 소설들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랑하기에 충분한 소설들이었다.
그래서 최진영의 소설을 기다렸고, 신작 <이제야 언니에게>가 최근 출간되었다. 읽으면서 일기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 자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 어린 여성의 고통을 다뤘다는 점에서 권여선 작가의 <레몬>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소설의 소재는 영화나 다른 소설에서도 꾸준히 다뤄지고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혹은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과 같은 목소리를 더 내어야 한다.
이번 소설에서 도드라지는 최진영 작가만의 문체, 그리고 고통을 다루는 방식은 이번에도 역시 나를 사로잡았다. 최진영의 소설을 읽을 때면 주인공과 내가 아주 친한 누군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의 고통을 아주 세심하게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기분을 들게 한다.
주인공 제야, 그의 쌍둥이 여동생 제니, 사촌 동생 승호, 이모, 그리고 당숙.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이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 너무나 비현실적이지만 정말로 사실적인 이야기들. 제야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의 태도와 제야를 바라보는 제니와 승호, 제야의 미래와 속내까지. 나는 온전히 제야의 편이 되어 이 소설을 읽었다.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방관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수많은 제야가 내 곁에 있을 것만 같다.
황현진 작가는 발문에서 “소설가 최진영은 ‘우리’라는 단어를 ‘불행의 연대로 이루어진 무리’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작가다.”라고 했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최진영 작가의 손에서 재해석 되는 모든 불행과 고통을, 슬픔과 분노를 함께할 것이다. 우리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