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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시간의 만에서 - 시대를 부유하는 현대인을 위한 사람 공부
장석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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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장석주의 인문학 에세이. 에세이는 시와 다른 매력이 있지만 시인들의 산문은 시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시같은 문장들에 매료되어 읽다보면 꽤 시간이 지나있기도 하다.

글을 쓰는 일은 곧 인간에 대해 쓰는 일이다. 그러므로 사람, 그리고 삶을 섬세하고 조밀하게 관찰하는 것이 글쓰기의 첫번째다. 이러한 생각 때문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재밌었다. 이런 류의 책(사람들의 보편적인 습성을 관찰하고 네이밍해 분류해놓은 책)은 처음이라 신선했고, 곤충학자가 곤충을 관찰하듯이 나를 몰래 지켜본 느낌이 들어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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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열전 - 인생 고수들이 들려주는 지혜의 말들
김영철 엮음,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 / 창비교육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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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공부 열전>이다 보니, 단순한 공부법에 대한 책인 줄 알았는데 그런 책은 아니다. 인생 이야기, 사회 이야기 혹은 직업에 관한 이야기에 가깝다. 단순히 성공만 한 사람들이 아니라, 끝없이 연구하고 발전하는 분들의 이야기라 읽으면서 더 자극이 되고,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책을 딱 펼쳤을 땐 김용택 시인과 소설가 조정래의 이야기가 아무래도 제일 관심이 갔다. 김용택 시인은 시 이야기 보다는 일상 이야기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조정래 선생님은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이루고, 마지막에 '크게 되려면 오래 노력해야 한다', '재능보다 노력을 믿는다' 라는 좋은 말을 해주셨다. 하지만 사회가 이렇게 된 건('헬조선'으로 불리게 된 건) 기성세대만의 책임이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라는 말은 와닿지 않았다. 기성세대는 하루 14시간씩 열심히 노동해서 경제 성장을 이뤘다고. 하지만 그건 70-80년대 때 일이고, 지금의 40-50대는 그 때 학생이거나 막 취업하기 시작했을 때다. 조정래 선생님은 40년대 생이시니 본인 입장에선 타당한 말이었겠지만, 요즘 취업이 어렵고 살기 힘든 게 어째서 젊은이들 탓도 된다는 걸까? 나로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제일 좋았던 인터뷰는 서재경 선생님과 이수정 교수님의 인터뷰다. 서재경 선생님은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된 분인데, 내가 다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멋진 분이시다. 이수정 교수님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지금은 그 분야의 일인자가 된, 인간적으로 닮고 싶은 분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희망이 어쩌고 하면 불안해. 뭔가 이뤄야 되잖아요. 이루려면 얼마나 힘들겠어? 바라는 게 없으니가 편하지. 살다 보면 별일들이 있지만 그런 별일들도 다 지나가지요. 늘 지금이 좋다, 생각하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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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타자들 - 우리는 어떻게 타자를 혐오하면서 변화를 거부하는가
이졸데 카림 지음, 이승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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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 베스트셀러에 높은 순위로 있길래 궁금했는데, 민음사에서 북클럽 가입자 대상으로 신청 받은 서평단에 당첨되어서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비문학은, 특히 외국 학자가 쓴 책은 핵심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내가 대충 읽고 푸는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이런 책을 읽을 때면 꼭 필기를 하게 된다. 필기를 한다고 해서 이해가 쉽게 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핵심 단어 정도는 눈에 더 잘 들어온다.

나는 요즘 나 자신, 그리고 나를 포함하고 있는 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철학책과 법에 관한 책들은 많이 찾아 보았으나 막상 사회학을 다루는 책은 읽어본 적이 없다. 사회학은 내게 생소한 학문이기도 했고, 사회학 용어에도 무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데에 더 어려웠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철학자다.)

"우리는 다원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이 책은 위 명제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런 사회에 산다는 건 도대체 무엇을 뜻할까?" 라는 물음을 제시한다.


다원화 사회는 예전의 동질사회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동질사회는 폭넓은 정치개입과, 폭력과 억압을 동반한다. 물질적, 정서적 일치가 중요했고 '민족'이라는 개념을 중요시했다.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1970-80년대까지의 사회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에 반해 다원화 사회는 더이상 '민족'이라는 개념에 얽매이지 않는다. 다원화 사회를 살고 있는 인간들은 '동화'된 사회가 아니라 사회적 '통합'을 꿈꾼다. '민족'이라는 당연한 소속과 문화에 종속되었던 동질사회와 달리, 당연한 소속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다원화 사회는 3세대 개인주의를 의미한다. 3세대 개인주의는 의식적 정치개입이 필요했던 2세대 개인주의와 달리 정치운동 없이 목적 없는 변화가 낳은 효과로, 우리 각자 안에 자리 잡은 다양성을 존중한다.

동질사회에서 다원화 사회로 변한 만큼 종교와 문화, 정치 역시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원화 사회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으며, 무엇을 할 것인가? 저자는 역시 이러한 물음을 던지며 책을 끝마치고 있다.

세태를 관통하는 통찰력은 현 세대에 거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시대가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현재를 바라보는 것도 어려운 현실인데, 미래를 내다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 어려운 걸 이 책의 저자는 성공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다원화 되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서 우리는 타인과 어떠한 접촉을 하고,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우리는 어떤 식으로 변화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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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인기척 이규리 아포리즘 1
이규리 지음 / 난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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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기도, 문장이기도 한 글들의 나열. 시보다는 쉽고, 수필보다는 짧으면서, 그렇다고 가벼운 글들은 아니라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한번 쯤 이런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를 '아포리즘'이라는 단어로 정의한다는 건 처음 알았다.

"내가 너를 먼저 생각한다면 조금 더 잘 죽게 될 거야."
"시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실패이다."

등 내게 울림을 주는, 명문장이 많았다. 좋은 날 카페에 앉아 필사하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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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인원
나이절 섀드볼트.로저 햄프슨 지음, 김명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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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우리는 진정한 디지털 유인원이다.”

 

다윈주의 생물학에 의하면 모든 종은 환경에 적응된 동시에 항상 환경 변화에 의해 위협받는다. 4차 산업혁명인 이 시점에서 우리 호모 사피엔스들에게 환경 변화,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가 될 것이다.

 

2020년이 가까워진 현재, 기계는 초복잡성을 띄고 있다. 기계는 이미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정밀한 기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는 모른다. 기계를 다루는 소수만 알고 있을 뿐이다.

 

기계는 이미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익숙한 패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서, 기차와 자동차 중에 사고 발생 확률은 기차가 훨씬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차 사고가 한 번 나면 기차 대신 더 익숙한 자동차를 이용한다. 계단과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이다. 계단에서 사고가 나는 것이 확률은 더 높지만, 엘리베이터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종종 봤어도 계단을 무서워한다는 사람은 거의 본적이 없다. 이에 대해 이 책은 디지털 유인원은 집단적인 위험을 평가할 때 확실히 디지털 쪽으로 더 기울고 유인원 쪽으로 덜 기울 필요가 있다.’ -p.89 라고 한다. 이 역시 우리에겐 디지털보다 유인원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기계가 발전함에 따라서 기계들끼리 서로 경쟁하는 기계 일반의 생존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그리고 기계는 우리를 초월할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당장 자신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보다 똑똑한 인간이 있을까? 기계가 우리를 초월한다는 것은, 기계의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는 말과 동일하다. 하지만 기계의 통제권을 뺏기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무서워해야 하는 건 기계와 그 기계의 통제권을 독점하는 엘리트의 결합일 것이다.

 

우리, 디지털 유인원은 디지털만으로 이뤄진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또한 로봇과의 개인적 관계가 급증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애플의 시리, 삼성의 빅스비에게 말을 걺으로써 일상에서 도움을 얻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것이다.

 

결론은 이러한 여러 가지 스마트 기계 덕분에 우리의 마음이 우리가 동물로서 가진 억눌린 욕구보다 크게 확장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더 행복해졌고, 이는 갈수록 커져갈 것이다.

 

이 책은 급변하는 세태에 맞춰 디지털 유인원과 그들에 기반한 사회적 현상을 효과적으로 설명하였다. ‘디지털에 초점에 맞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기술에 대해 소개하기도 하고, ‘유인원에 초점을 맞춰서 생물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도 한다.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읽어볼 만하다. 번역도 깔끔한 편이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자잘한 오타와(336페이지의 그런던가출간되기 전에 책을 받아본 거기 때문에, 정식 출판본에선 수정되었을 수도 있다.) 문과출신에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내 기준에서 봤을 때,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조금 버거웠단 점이다. 그래도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과 기계의 발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감수하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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