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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여름
이윤희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세 살 여름에 나는 뭘 하고 있었더라. 우습게도 짝사랑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애는 태권도를 했고, 공부를 못 했고, 반에서 인기가 많았던 애였다. 그에 반해 나는 조용한 아이였다.
말을 걸 용기조차 없어서 쳐다만 보다가,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그 애를 좋아한다고 말해서 혼자 슬퍼도 하다가, 가끔 대화하면 그날 밤은 대화를 곱씹느라 평소보다 늦게 잠을 자곤 했다.
졸업식 날이 아직도 생각난다. 쪽지를 줄까 말까, 실내화 주머니에 몰래 넣을까 고민하다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던 기억. 그날 먹은 짜장면은 유독 맛이 없었다.
그러니까, 이 만화는 십 년이 지난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열세 살을 지나온 누군가라면 마음 따뜻하게 읽을 수 있는 책.
그 애는 쭉 나와 같은 동네에 살았지만 그 이후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이 책의 주인공 해원 역시 초등학교 졸업 이후로 산호를 만난 적 없다. 만날 수 없어서 완벽해진 우리들의 첫사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