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과 기분
김봉곤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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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곤의 소설은 사랑을 아주 오랫동안 지속해본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사랑이라는 두 글자를 원고지 80매분량으로 늘이면 김봉곤의 소설이 된다.

작가의 의도인지 나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의 페르소나라고도 할 수 있는 화자는 작가와 매우 닮아있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등단을 했고, 편집자로 일하고, '쿠마'라는 반려견과 함께 살고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나는 "효효" 하고 웃음짓는 작가를 상상하게 된다. 물론 이 소설에서 나오는 사건이 전부 실제로 작가에게 발생했던 일이라고 해석하면 곤란할 것이다.

김봉곤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특징 중 하나는 두 명이서 카톡(혹은 문자)를 주고받는 장면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진짜 이런 말투를 쓴다고...? 과몰입 방지를 위한 장치인가?' 하면서 혼란스러워하다가, 너무도 자연스러운 실생활 문장 구사력에 무릎을 탁 치며 읽게 된다. 이 소설에선 그러한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난다. 가제본 판형 기준으로 3쪽이 전부 텍스트 대화로 이루어진 페이지도 있다. '나'와 '현섭'의 귀여운 대화가 이 소설의 포인트다. 노래로 따지자면 킬링 파트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소설에서 연애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예전에 사귀었던 두 사람의 실없는 대화와, 화자의 내면이 교차할 뿐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계속해서 사랑을 말하고 있다.

사랑을 경험해본 적 없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두말 없이 김봉곤의 소설을 쥐어주고 싶다. 사랑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김봉곤의 문장을 읽어주고 싶다.

모쪼록, 김봉곤의 이번 소설집은 푸른 잎과 따뜻한 바람 냄새로 가득한 지금 같은 시절에, 무언가를 사랑하고 싶은 기분으로 읽으면 딱일 것 같다. 시원한 밤에 맥주와 함께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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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북클럽 웰컴 키트와, 4월 적립금으로 알라딘에서 산 책들 언박싱입니다.

무려 시집만 6권이네요...!

이번 달이 1주일도 안 됐는데 벌써 책을 이만큼이나 샀다니 저도 놀랍네요 ㅎㅎ

저와 같이 책 읽어요! 시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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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패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29
임솔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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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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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가제본 책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금이, 여성서사, 이주 노동자.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이 책을 정리해볼 수 있겠다. 초등학생 때 <유진과 유진>과 <너도 하늘말나리야> 같은 책들을 끼고 살았었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이금이 작가는 역시, 그리고 역시였다.

역사 교과서에서 하와이로 이주한 이민 1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배운 적 있다. 사진 결혼과 사탕수수 밭. 그들에겐 삶이었지만 나에게는 몇 쪽의 텍스트일 뿐이었기에, 고통이 어느정도였는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다. 버들, 홍주, 송화의 서사를 따라가다보면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읽다가, 울컥하다가, 울게 된다.

오랜만에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던 장편 소설이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고,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붙잡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 분명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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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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