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시모키타자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를 잘 모르던 시절.

아무 생각 없이 집어들었던 책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아마 그 시기에는 내내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만 주구장창 읽었던 것 같다.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나는  

너무 잦은 대출로 인해 너덜너덜한 책들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유난히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공감' 때문에 읽는다면,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치유' 때문에 읽는다고나 할까?

책을 읽다보면 그 글 속에서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느낌을 종종 받게 된다.

이 작품 역시 아주 커다란 상처를 가진 주인공이  

점차 그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숱한 상처를 받는다.

그 상처들 중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 상처, 그 상실감은 평범한 일상을 뒤흔들어 버린다.

책을 읽으면서, 가슴 한 쪽에 묻어뒀던 이젠 십년도 더 지난 기억이 자꾸만 올라왔다.

예고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죽음.

그로인한 충격과 상처는 절대 쉽게 사라지지 않음을 알기에 이 책이 더 와 닿았던 것 같다.

 

20대 초반에 큰 상실감을 겪은 나는 유난히 더 학업에 열중했었다.

아니, 학업이라기 보다 학교 생활에 열심이었다고나 할까?

내 몸 처럼 소중히 여겼던 친구를 잃고 그 기억을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함께 다녔던 곳을 피해다녔고 함께한 추억을 마주 볼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처음엔 꿈에서 보는 것도 너무 괴로웠고 꿈을 꾸는 날에는 언제나 울며 잠이 깼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지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상처가 아물어 갔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깨달았었다.

 

주인공의 상처 치유 과정은 그 때의 나와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았다.

아빠의 갑작스런 죽음, 새로운 인생을 찾기 위한 노력.

아빠를 잃은 후 변한 엄마의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상처를 딛고 일어서기 위한 사람들의 모습이 참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것 같다.

누군가는 도망을 가고 누군가는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누군가는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그리고 누군가는 그 기억을 똑바로 마주하고.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그런 것이 아닐까?

많은 것이 변하는 것 같지만 변하지 않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지만 어느새 돌아보면 모든게 다 달라져 있는.

우리는 단지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것 뿐인데  

시간은 어느새 그 하루 하루를 모아 인생을 만드는 것.

그런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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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 - 당신이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
김원 글.사진.그림 / 링거스그룹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친구를 통해 처음 접했던 월간 PAPER.

뭐라 말로 설명할 순 없어도 참 좋은 느낌을 가졌었다.

그리고 그 PAPER의 발행인이 그동안 써놓은 글들과  

그렸던 그림들과 찍은 사진들로 엮은 이 책.

표지와 제목과 책 자체가 풍기는 느낌까지..참 맘에 쏙 들었다.

 

일상을 그저 일상으로만 여기며 사는 요즘이었다.

하루하루가 똑같이 흘러가고 매일 같은 얼굴들을 마주하고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고.

그러다보니 무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게 언제였던가 싶었다.

하늘 한 번 올려다보지 않고 살았다고나 할까?

그렇게 쫓기듯 하루를 내달리고 지난 하루를 돌이켜 볼 새도 없이 다음날을 준비해야만 했다.

그런 일상에 꼭 필요했던 이 책.

그저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것들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만들어준 책이었던 것 같다.

 

이 책엔 글과 그림과 사진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집중해서 책을 보게 만들었던 건 사진들이었다.

그 사진들을 보는 순간 '아, 이 작가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진에도 취향이라는게 있기 마련인데,  

그 취향으로 따지자면 책 속의 사진들은 그야말로 딱 내 취향이었다.

사진 찍히는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사진을 찍는걸 참 좋아하는데,

특히 하늘과 구름 그리고 그림자와 빛을 찍는 걸 참 좋아한다.

이 책 속의 사진들이 딱 그런 사진들이었다.

그리고 뭔가.. 그 사진을 찍는 순간의 느낌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것 같은 느낌.

어떤 사진에서는,

그 사진을 찍는 그 장소와 그곳의 소리와 그곳의 냄새까지도 상상 할 수 있을것만 같기도 했다.

사진마다 어떤 음악의 제목들이 적혀있는데,

아쉽게도 그 음악들을 들으며 사진을 감상할 여유는 부리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그 음악들과 함께였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느낌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다음에는 꼭..'이라며 미루고 싶지는 않지만,

이번 한 번만은 '다음에는 꼭!' 그 음악들을 찾아 음악을 들으며 사진을 감상하리라 다짐한다.

 

 

'오늘 당장 저지르지 않으면,

평생을 두고도 하지 못할 그런 일들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내일이 수백 번 다시 찾아와도 '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 있습니다.

 

내일은 언제나 그저 내일일 뿐이니까요. 하하.'

 

-p. 277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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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2 신의 카르테 2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신주혜 옮김 / 작품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 만화에 푹 빠져있던 그 시절.

10권짜리 만화책을 읽고 난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등장인물 각각에 매료되어 버리는 느낌.

<신의 카르테>1권에서는 주인공의 매력에 빠졌었다면,

이번 2권에서는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매력에 빠졌었다고 할 수 있겠다.

 

1권을 읽고 난 후에도 같은 느낌이었었다.

이 책은 일본소설 특유의 고요하면서도 자잘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그 사건들을 아주아주 매력적인 인물들이 지지고 볶고 해결해간다.

그 사이에 작은 웃음들이 있고,

또 한 방울의 눈물이 있다.

아주아주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내가 좋아하는 일본소설 특유의 느낌.

1권을 읽은 후 2권을 바로 읽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조금 남지만,

그래도 '역시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2권에서는 주인공인 괴짜 의사 '구리하라'가 존경하는

'왕너구리 선생님'과 '늙은 여우 선생님'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호탕한 웃음과 자신의 배를 탕탕 두드림으로 힘을 주는  

'왕너구리 선생님',

그리고 언제나 인기척을 내지 않고 스르륵 나타나 모든 상황을 주시하는 세심한  

'늙은 여우 선생님'.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있으면 참 좋겠단 생각을 했다.

 

1권과 마찬가지로 책은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작은 사건을 해결하고 눈물과 감동으로 끝맺음을 한다.

어찌 생각해보면 1권과 2권의 패턴이 같기 때문에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10권짜리 만화책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든것은.

글재주가 없어서 그 느낌이 어떤 느낌이라고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랬다.

책 속의 등장인물을 사랑하게 된 그런 기분.

그들의 이야기를 더 읽을 수 없어 아쉬운 그런 기분.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는 걸 본 듯 하다.

어서 빨리, 하루라도 더 빨리,

그리고 책의 내용과 아주아주 근접하게 영화가 나오길 기다린다.

영화 속에서 내 상상으로만 만나왔던 구리하라와 그의 아내 하루, 괴짜 화가 남작,

내가 너무 좋아한 '왕너구리 선생님'과 '늙은 여우 선생님',  

그리고 구리하라의 동료들을 빨리 만나보고 싶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뭔가가 정리된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무엇인가가 시작된다는 것도 아니다.

소중한 인연을 하나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그 텅 빈 공허함은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p.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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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 -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산책과 위로의 시간들, 개정판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나에게 당장 가고 싶은 여행지를 꼽으라면 1위 인도 2위 라오스를 꼽을것이다.

사실 배낭여행이라는 것을 하기 전까지는 라오스라는 나라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었다.

라오스를 다녀온 누군가의 말을 듣고부터 관심이 생기기 시작해서,

라오스 여행기를 읽고 사진을 보면서부터는 꼭 가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왜 하필 인도였냐고.

글쎄..그들에게선 우리와는 다른 어떤 순수함이 느껴져서 좋았다고 말한다.

인도를 떠올리면 흙냄새가 느껴진다.

그리고 라오스 역시..나에겐 흙냄새가 느껴지는 고향같은 느낌이다.

 

이 책의 본문 소개 글을 보면서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루앙프라방'이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처럼 소근소근 속삭여주는 듯한 글들이 참 좋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이었다.

여행에세이를 읽다보면 대체로 그 여행지의 정보를 많이 알게되는 책이 있기도하고,

그 여행지의 냄새와 공기과 소리를 느낄 수 있는 책이 있기도한데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었다.

작가가 느끼는 그 순간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라오스의 시골 마을에서 하늘 가득히 수놓은 별들과 반딧불이를 보는 장면에서는

읽고 있는 나마저도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몇번이고 곱씹어 읽고 싶은 글들,

가만히 바라보고 싶은 사진들.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라오스는 분명히 나와 아주 잘 맞는 나라일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 생의 어느 한때라도 이토록 간절한 기도의 순간이 있었던가.

 

나는 다만 당신의 식은 사랑을 걱정했고

갚아야 할 것으로만 이루어진 혹독한 인생을 탓했고

지난밤에 꾼 나쁜 꿈만 두려워했다.

대책 없이 맨발로 걷는 삶만을 꿈꾸었고

내가 손에 쥘 수 없는 것들만 부러워했다.

내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들만을 열렬히 그리워했다.

 

걱정하지 말고, 탓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부러워하지 말고

그리워하지 말도록 해보자.

보고 싶어도 조금 참고

선뜻 손 내밀지 말고

그저 손가락을 만지작거려보는 일.

당신이 그저 잘 있기를 덤덤하게 바라는 일.

당신 쪽으로 슬며시 마음 한쪽을 밀어두는 일.

그런 것들이 가슴에 쌓이고 쌓이면 탑이 되거나

벽에 그려진 애틋한 무늬가 되기도 하니까.

 

-p.280


 


 
마음의 위안이 필요할 때,

어딘가로 문득 떠나버리고 싶을 때,

한 템포 여유를 갖고 싶을 때,

하지만 떠날 수 없을 때.

그런 때가 생기면 이 책을 다시 한 번 차근 차근 읽어보고 싶다.

자꾸만 훌훌 털고 떠나버리라고 유혹하는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어찌됐든 책을 읽고 있는 순간 순간 그곳에 가 있는 듯한 기분이라도 느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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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박범신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박범신..《나마스테》라는 작품으로 처음 만나게 된 작가.

그 책을 읽고 이 작가의 따스함에 완전히 반해버렸던 기억이있다.

그래서 그 후로는 '박범신 작'이라면 무조건 '읽고싶다!!'라는 마음이 들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읽을 기회가 없던지..

그래서 이번 작품도 무조건적인 '읽고싶다!'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박범신 작가님의 책이니까.

 

일단 책 내용은 표지에서 주는 느낌 그대로 어둡고 우울하고 때론 소름이 끼친다.

'손이 말굽으로 변한다..'는 다소 판타지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지만,

책의 내용은 지독한 밑바닥 인생을 비추고있다.

또한 그 주인공을 둘러싼 권력과 재력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권력과 재력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힘 없는 인간들.

한없이 속고,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빠져나갈 수 없는..

그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워낙 자극적인 장면들이 많아서 어쩌면 오히려 술술 읽힌점도 있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그 개운하지 못함은..참 씁쓸했다.

어쩌면 이게 현실인지도 모르는데..

참 안타까웠다.

단 하나의 희망에 매달려 속고 있는 것도 모르는 불쌍한 인생들.

그들의 모습에서 얼핏 내 지난날의 모습을 본 것도 같았다.

주인공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합당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주인공의 행동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것은,

어쩌면 내 내면에 숨겨져있던 드러내지 못하던 내 마음인것도 같았다.

나를 괴롭히는 인간들에게 복수해주고 싶은..그런 마음.

그러면서도 어쨌건 책의 결말은 참..씁쓸하고 안타까웠다.

 

이번 책과 《나마스테 》읽음으로써 박범신 작가님의 <음>과 <양>을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이번 작품이 무려 39번째 작품이었다니..

아직 읽지 못한 37권의 책들을 모두 읽어보고 싶어진다.

그 37권들에는 또 어떤 다른 모습이 있을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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