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불안 1
조선희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재미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듯이 현실적인 소재와 빠른 사건전개가 있고 문체도 시원시원하다. 누구나 중년을 바라보면서 한번씩은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수 있는 제각기의 꿈과 목표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사로잡히게 되는 불안 등을 작가 특유의 화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은 크게 세 사람의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첫째, 1권의 話者이며 이상주의자인 이영준, 그는 학창시절부터 가져왔던 유토피아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벤처회사 설립을 주도했고 끝내 친구 민혁의 배신으로 회사를 떠나게 된다. 하지만 퇴직 후 떠난 여행에서 결국 유토피아란 그려놓고 절치부심으로 준비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발견해야 한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둘째, 2권의 話者이며 자유주의자인 유인호, 그녀는 대학때 영준의 연인이기도 했으며 현재는 아기를 가지지 못한다는 이유로 남편과 이혼한 채 혼자의 삶을 살아가는 신경 정신과 의사이다. 그녀는 영준을 배신한 친구인 민혁의 정신과 치료를 맡으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안의 정체를 치유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는 사람과는 단절된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유를 누리고 살아가는 인물이었으나 소설 후반부에서는 여고생 환자를 감싸 안으며 사람과의 화해를 시도하게 된다.

셋째, 전형적인 현실주의자며 욕망과 야심으로 가득찬 영준의 대학동창 김민혁, 그는 친구들을 배신하고 공동으로 설립한 벤처회사를 독차지하고 계속해서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잘못된 일은 남(친구) 탓, 잘한 일은 내 덕분이라는 논리로 자기를 합리화시키며 살아가고 있으나 심한 정신적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인호와의 상담을 통한 정신과 치료과정에서 민혁의 채워지지 않는 욕망은 유년기의 불행한 성장과정에서 기인한 것으로 밝혀지게 된다.

작가는 이 세 인물을 통해 우리가 정신없이 살아오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개인적 입장에서는 이 소설을 통해 다름아닌 지금의 내 모습을 비춰볼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숨가쁘게 살아가는 일상 중에서 자기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 분노할 수 있는 열정, 끝내 화해하고 껴안아야 할 사람과의 관계, 삶 속에서 발견하는 유토피아 등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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