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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와 수수께끼
랜디 코미사 지음, 이은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계란을 1미터 아래로 떨어뜨리되 깨뜨리면 안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스님의 수수께끼로부터 시작한다. 처음 이 질문을 읽었을 땐 "바닥에 푹신푹신한 스펀지나 담요를 깔면 되지 않나? 그렇지 않으면 삶은 계란을 떨어뜨려 보지 뭐!" 이런 식의 해답이 떠올랐고 무슨 이런 시시한 얘기에 고민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책 말미에 나온 대답은 아주 의외의 결과다. 계란을 1미터 아래로 떨어뜨리되 깨뜨리지 않으려면 여정을 1.5미터로 늘리라는 것이다. 즉 목표에만 집착해 모든 과정과 좋아하는 일들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저자는 처음으로 장례사업을 인터넷 상에서 구현하려는 레니라는 젊은이를 만나게 된다. 레니는 벤처 캐피탈리스트들로부터 하루라도 빨리 자금을 유치하여 인터넷 장례사업을 통해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여러 종류의 관을 싸고 빠르게 팔아 치우고 많은 돈을 벌고 싶은 패기만만한 친구이다. 그러나 난관이 만만치 않다. 돈을 벌 욕심으로만 작성된 사업계획서는 주위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하지만 레니 뿐 아니라 독자들도 이에 대해 반문한다. 일단 돈을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을 하자. 그러면 훗날 내가 진정 꿈꾸어 왔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러나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떠밀려가며 억지로 자기 자신의 굳은 의지로 하는 일과 어떤 대상에 끌려드는 열정으로 좋아서 소위 미쳐가며 하는 일은 너무도 판이하다. 인생이란 시간은 그만큼 소중하고 것이기 때문이다.
시련에 부딪힌 레니에게는 이 일을 진행해 오면서 잊어 버리게 된 소중한 초심이 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면서 알게 된 복잡하고 힘든 장례 절차와 수많은 형제 자매들이 전국 각지에서 뿔뿔이 흩어져 사는 바람에 생기는 문제점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고 이에 대해 어린 시절 친구인 엘리슨과 진지하게 의논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의 산물로 장례에 관련된 인터넷 싸이트를 구축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추진해 온 것이다. 그러나 수익성만을 너무 추구한 나머지 가장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처음의 마음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결국 레니는 다시 친구 엘리슨과 저자의 충고를 받아들여 원래 의도했던 목적의 사업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설사 이 사업이 성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레니는 미래의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현실을 희생해가며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자신의 열정을 바쳐가며 현재의 소중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사업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하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이 창의력을 발휘하는 작업이며 사업으로 성공하려고 한다면 항상 인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참 많은 공감이 가는 말이다. 벤처라는 거울을 통해서 다시금 인생이라는 긴 여정의 의미를 뒤돌아보게 해 주는 감동적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