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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평점 :

어린 시절 읽었던 안네의 일기를 그래픽 노블로 만나 보았습니다. 띠지 문구에서 '안네 프랑크 재단이 공인한 단 한 권의 그래픽 노블'이라고 하니 기대가 되더라고요. 어린 시절 책 속에서 만난 안네 프랑크와는 조금 다른 모습에 처음엔 낯설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안네 프랑크라는 소녀의 진솔한 모습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선 느낌이 들었어요.

이 책 속의 안네 프랑크는 어린 시절 우리가 기억하던 착하고 수동적이기만 한 소녀의 이미지에서 조금 벗어나 있더라고요. 누구보다 자의식이 강하고, 그 나이 또래 소녀들답게 남자아이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엄마나 가족과의 갈등도 두드러지는 사춘기 소녀 모습 그대로를 섬세하고 진솔하게 담아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예전에 책을 읽으면서도 궁금했던 안네 가족의 은신처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기존의 상상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고 좋았습니다. 안네를 비롯한 캐릭터들도 참 특색 있고 흥미롭게 잘 표현된 것 같아요.

그래픽 노블은 그냥 만화라고 가볍게 읽기 쉽지만, 이 책은 예술성과 작품성이 정말 뛰어난 책인 것 같아 한 장 한 장 천천히 감상하며 읽게 되더라고요. 특유의 유머와 해학을 가미한 그림들도 재치 있고, 명화를 패러디한 부분도 눈에 띄네요. 만화로 담아내기 어려운 부분은 줄글 그대로를 담아내 원작의 깊이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전쟁과 핍박의 역사 속에서 사춘기를 겪었고, 갈등하고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조금씩 마음이 성장했던 한 소녀의 일기를 들여다보니, 시대적, 역사적 배경보다는 한 소녀의 작은 마음과 답답하고 불안했던 일상에 주목하게 되더라고요.

안네는 키티라고 이름 붙인 자신의 일기장을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전 세계인이 읽을 줄은 상상도 못했을 테지만, 이렇게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한 것을 알게 된다면 안네 역시 재미있게 생각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안네는 혼란, 미움, 갈등, 두려움, 불안 그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겪었지만 그래도 눈에 띄는 건 역시 긍정과 감사인 것 같아요. 안네의 말을 인용하며 부족한 리뷰를 마무리합니다.
괴로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린다고 뭐가 달라지겠니? 더 괴롭지 않겠어? 반대로,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좋은 점은 찾아낼 수 있어. 그걸 찾는다면 행복을 점점 더 많이 발견하고 기운을 차릴 수 있어. 행복한 사람은 남들도 행복하게 해주는 법이야. (안네의 일기 113p)
흐름출판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