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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와 첫 키스
석우주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4년 10월
평점 :
일에 철저하고, 차갑고 냉정해서 남과의 거리를 확실히 두고 계산속도 밝은 이기적이고 성깔 있는 남자 최율.
어느날 그의 눈에 들어온 환한 미소 천사 보은.
첫 만남에 심장 어텍을 당했는 줄도 모르고 이건 뭐지?!! 했던 율은 우연한 두번 째 만남을 계기로 그녀에게서 신경을 떼어내질 못한다.
목표에가 세워지면 무섭도록 집중하는 남자 율.
보은, 그의 목표가 되다.
콩쥐 팥쥐의 콩쥐도 아니고, 대학도 가지 않고 10년 할아버지 병간호에 이어 또다시 할머니 병간호까지.
잠시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은 영어학원을 다니는 시간 뿐인 나이만 20대인 처자, 보은.
힘든 조모의 병간호에 집안 살림까지. 어느 한 곳에서도 손을 떼지 못하고 동동거리며 가족과 가정에 집착(!)하지만 정작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여자.
자신을 무서운 눈으로 바라보는 잊지 못할 남자 율에게 제대로 찜을 당한다.
이거 뭐예요~ 어버버 말도 제대로 못해보고 남을 믿는 마음에 제대로 끌려다니다가 이 남자의 거짓말과 억지가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상처 투성이인 여자와 극복하기 힘든 환경과 조건.
그것을 과연 어떻게 이겨내고 사랑할 수 있을까.
실패를 모르던 남자 율과 자신의 보잘것 없는 것들에 용기 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여자 보은의 사랑 이야기이다.
음............ 전체적으로 템포가 좀 느리긴 하지만 차분하게 잘 쓰여진 글이고, 재미있었다.
로맨스에서만 허용되는 조금은 과하고 허황된 사랑의 느낌보다는 현실에 가까울 듯한 느낌을 많이, 잘 살리고 있는 글이 아닌가 싶다.
사실 보은은 사랑을 하기에도, 또 남을 받아들이기에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해'의 연속이 오히려 율과의 사이에서 사랑의 감정을 자유롭게
키울 수 있게 만들어준 계기가 된다. 물론 그것조차도 쉽지는 않았지만.
이남자 최율. 오해를 바탕으로 계략을 제대로 실천하는 못되고 이기적인 남자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절대 밉지가 않다. 싫지가 않다.
촘촘한 계락, 머리 엄청 쓰는 계략을 짜는 계략남은 아니고, 뭐랄까.. 열심히 지켜보고 찬찬히 근처를 멤돌다가 기회다 싶을 때는 악착같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계략을 펼치고 해석하고 상대를 홀리는 남자다.
크리스마스에 첫 키스 하는거다~ 라고 선언해놓고는 때마다 '연습'을 강조하며 스파르타~식 훈련을 시키는 조련남. ㅋㅋ
모든 게 네가 처음이야~라고 하지만, 솔직히 진짜 리얼 처음은 아니고 감정이 가서 본인이 스스로 한 '처음'을 아주 뻔뻔스럽게 처음이라고
우기며 '너 가져!'라고 말할 수 있는 남자가 이 남자다. ㅋㅋ
그런 사소한 것들이 '현실감'을 더 업~ 시켜주는 느낌이랄까. ㅎㅎ
반대와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것을 수용해야 하는 현실과 그것을 수용하기 싫은 마음과 상처입고 아플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여러가지 고난과 고통들을 차분히, 빠르지 않지만 그 시간을 꽉 채워서 노력하며 바꿔나가는 모습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템포가 다소 느리지만
찬찬히 앞으로 나아가는 이 글과 주인공들이 참 잘 어울렸던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문장이 뭐랄까.. 사람을 끄는 마력? 뭐 어쨋든.. 그런 '확 끌어당기는 힘'은 좀 약하지 싶었다. 그 덕에 100페이지를
넘어서서야 글 읽는 것에 속도가 붙어서 초반을 나름 무던히 넘겨야 이 글의 매력이 나온다는 점... 그 점이 좀 아쉬웠다.
문장도 몇몇 단어의 순서가 조금만 바뀌면 더 쉽게 이해되고 전달될텐데.. 하는 아쉬운 부분들도 많았다. 찬찬히 읽어보면 작가가 좀 더
덧붙이고 싶었던 뜻들이 보이지만, 쓰윽~ 읽으려 할 때는 좀 필요없는 수식어 처럼 보이는 것들이 제법 있어서 그 덕에 초반부의 가독성이 좀 더
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탄력을 받는 시점부터는 거의 거슬리지 않지만 초반부에서는 좀 아슬아슬하게 뭔가 좀 군더더기가
붙기는 붙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너무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니 넘어는 가는데 속도가 잘 안나네..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세련된 글은 아니었지만, 차분하게 잘 이끌어 긴 긴 마라톤 레이스를 무사히 완주한 느낌이 드는 꽤 괜찮은 글이 아닌가 싶다.
맨 마지막 에피가 좀 너무 짜여진 듯해서.. 오히려 빠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인생은 말도 안되는 그런 우연이
참 넘치기도 하는 것~이라는 경험을 몇 번 해봤던 고로, 그래 그런 선생에서 나름 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해~ 하고 넘어가긴 했다. (하지만..
나라면.. 아마도 빼버렸을 듯한.. 생각이 든다. 글 자체만을 위해서라면. ^^;;)
어쨋든.. 다음 작품도 기다려봐야겠다~ 싶은 작가가 되었다. 적어도 내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