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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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인 빈민촌.

부모를 부양하기 위해 10대 초반부터 공동분뇨 수거일을 한 놈베코는 교육도 받지 못했으나 타고난 숫자감각 덕에 공동변소 관리소장 보조 계산원(?)처럼 지내다 얼결에 소장으로 승진한다.

그리고 문자를 익히게 해준 한 남자의 죽음 덕분에 그의 숨겨진 유산을 옷 속에 꿰맨 체 회사에서 짤림과 동시에 도시의 도서관을 향해 출발한다.

그러나 도서관에 도착도 하기 전, 도로를 튀어 올라온 음주 운전자 엔지니어 덕에 그저 제대로 치인 죄로 7년간의 노예생활을 시작하는데....

쉽게 생각했던 탈출은 자신이 갇힌 곳의 현실을 알게 됨으로써-하필이면 핵폭탄을 만드는 뇌에 술만 찬 엔지니어 소장의 노예가 됐던 것이다- 목숨을 지키기 위한 암투가 시작된다.

11년으로 늘어나 버린 노예생활. 20대 후반이 된 놈베코.

바보 엔지니어를 대신해 모든 것을 파악해 삶을 연장하던 중 실수의 산물인 7번째 핵폭탄을 지닌 채 스웨덴으로 도망치게 되는데........

원해서 짊어지게 된 것이 아닌 핵폭탄.

그것을 쫓는 자와, 그것을 숨기는 자들. 그리고 그것이 있는지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

이드로 인해 벌어지는 각종 어처구니 없는 에피소드들이 장장 몇십년의 세월을 거쳐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주르륵 펼쳐져 있다.

이야기는 '핵'을 소재로 하고 있으나 무겁지 않다.

상당히 툭툭 던지듯 가볍게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심각하지 않게. 심지어는 우스울 정도로 쉽게.

인권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핵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룸에도 부담스럽지 않게 상당히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때문일까. 블랙 코메디?!! 풍자?!! 해학?!! 뭐 그런 게 느껴진다.

특히나 결말 부분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마구 몰아치면서 그저 헛웃음이 빵빵 터진다.

그래서 즐겁다. ^^

각종 고난을 힘겹게만 여기지 않고 나름 최선을 다해 행동하며 '기다림'의 절정을 보여주는 천재 여주인공과 '존재'의 무게가 없어서 그 무게감에 짓눌린 남주. 그리고 대체 이런 사람들은 왜 존재하는가 싶은 이해하기 힘든 배부른 투정 커플과 골 때리는 천방지축 중국인 아가씨들. 그리고 놈베코 덕에 뒷통수를 맞았다며 그녀를 쫓는 모사드 요원과 상식을 깨는 허술함과 털털함과 동시에 나름 예리한 촉도 지닌 국왕과 깐깐하고 빡빡하기로 유명한 수상과 인연의 대단한 선물인 주석과 그외의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연하다는 듯이 존재하고 있어서 더 재밌는 글이지 싶다.

무겁지 않게 무거운 얘기를 보고 싶은 분들께 권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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