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재민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가 죽었다.
고향으로 문상을 간다.
그러면서 떠오르던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기억들.

 
어머니의 죽음.
의사인 후배는 어머니의 사진을 보고 어머니는 류마티스 환자가 아닌데..라고 한다.
그 독한 류마티스 약을 9년이나 장복했고 그로인해 위암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높은 어머니.
그런데 그런 어머니가 류마티스가 아니라니?!!

 
설마, 아니겠지, 아닐거야... 그저 묻기 위해 갔다.
진료기록부를 보고 그럴리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갔다.
그런데 진료기록부를 보여주길 거부한다.
법적으로 보여주게 되어있는 것을 왜 거부하느냐 물었을 때, 의사는 물었다.

 
네가 그렇게 법을 잘 알아?

 
조용히 확인만 할 생각이었던 것에 점점더 의문이 더해진다.
그래서 솔직해진다.

 
네. 제가 법을 좀 압니다.

 
그러고 나니 조심스레 검사인지 물으며 대화를 시도하는 의사.

 
그것을 들고 다른 도시의 전문의를 찾았을 때, 그것이 진료기록이 아닌 마지막 검사지임을 알게 된다.
다음날 약속을 하고 찾아갔으나 의사는 각종 핑계와 거짓만을 뱉어내며 둘러 댄다.

 
치솟는 분노. 분노. 분노.

 
자백과 번복을 일삼는 의사와 그것을 감싸고 도는 지방 대형병원.

 
협박과 각종 압력으로 고민하던 주인공은
늘 판사가 되어 자신의 억울한 인생을 구원해달라던 어머니의 말에 따라 고소를 한다.
그 과정에서 밝혀진 또다른 피해자들.

 
행해지는 각종 경로의 회유와 협박.
그리고 사건의 결말들.

 
그 이야기들을
보헤미안 랩소디와
이별에 죽을 것처럼 두려워하는 '나'와
내가 겪은 이별과
그 안에서 분노하고 좌절하고 허탈해하며 깨닫게 되는 것들을 통해 독자가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풀고 있다. 

 
정의라고 행해지는 많은 것들이 과연 정의인가.

 
'나'는 사회에서 제법 힘 있는 자이고, 단죄하는 자의 무리 속 임원임에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혈연과 학연, 지연으로 뭉친 사회는 그것-단죄-를 못하게 한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힘 있는 구성원이기는커녕, 그저 숫자를 채우는 구성원에 가까운 나에게는 이러한 사건들이 더 복잡하면서도 찜찜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불의는 보고도 참아야 하는 걸까.
바위에 던지는 메츄리알 같은것이니 그저 좋은 게 좋은거라고 타협하고 경제적 이익으로 아픔을 보상 받고 눈 닫고 귀 막고 살아야 하는걸까.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다.

 
몇년 전에 지인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솔직히 오래도록 아파왔던 어머니가 아니라 급작스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에 이해가 안되었었는데, 과잉진료로 장복하면 안되는 약을 장복하면서 원래 아팠던 곳이 아닌 심장과 호흡기능에 문제가 심각해져서 말도 안되게 가버리셨다. (상태가 이미 심각하게 진행되어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와서야 다른 병원에서 이 약을 이렇게 처방한 것이 이해가 안간다는 말을 들었고, 그리고 얼마 못 견디고 떠나셨다.)
그렇지만 팔은 안으로 굽고, 의사들은 같은 의사를 고소하는 걸 돕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의 병원에서 나가주길 바랐다. 골치 아프고 복잡한 일에 얽히기 싫어서.

 
세상은 그렇다. 팔은 안으로 굽고, 내 이익이나 내 기득권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고 포기해서도 안되는 것이기에 안으로 굽히기 힘든 팔일지라도 모르쇠~하며 그저 입을 다문다.

 
사실 요즘은 의료도 그저 직업이고 사업일 뿐이다. 의술은 정말이지 눈씻고 찾아봐도 찾아내기가 너무 힘들다. 환자는 돈을 벌게해주는 호구로만 보인다. (내 경험을 예로 들어도, 면역력 약화로 발에 여러 달에 걸쳐 수포가 잡혀 걷기 힘들던 내게 치료가 거의 끝나갈 무렵 가정의학과 의사는 내 다리를 쓰다듬으며 제모에 대해 자꾸만 강조를 해서 나를 당황시키기도 했고, 역시나 같은 포진 문제로 피부과로 옮겼으나 의사는 아픈 곳은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그게 문제가 아니라 얼굴이 문제라면서 큰일이다 얼른 치료하는 게 낫다 레이저 하면 훨씬 좋아진다는 헛소리만 네댓번을 반복했다. 나는 어디에서도 내 진짜 상태에 대해서는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요즘은 병원에서 이렇게 장사를 한다. 정작 치료는 뒷전이다.) 씁쓸하다. 믿을 수 없어졌다.

 
사회의 비리, 모순. 그것을 알면서도 어찌하지 못하는 나.
그것을 확연히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쓰게 다가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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