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세황비 세트 - 전3권 경세황비
오정옥 지음, 문은주 옮김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 읽고 나서 뭐라고 써야하나 한참을 생각하게 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제법 두꺼운 3권의 책으로 이뤄진 이 이야기는 솔직히 내게 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언젠가 드라마로 볼까 하다 미처 바빠서 광고편 한 편만 보고 미뤄두었던 그 드라마의 원작소설 <경세황비>.

 

이 글은 화려한 황궁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인간적이어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그래서 상처주고 상처 받아야만 하는 주인공의 사랑과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절대권력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그 덕분에 인생이 더욱 비극일 수밖에 없었던 여주인공의 이야기이기에 나는 조금 더 깊이 있고 묵직하기를 원했던 것 같은데, 내 기대치에 비해 이야기가 생각보다 가볍게 느껴진다거나 겉도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웠다.

 

여주의 감정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음에도 너무 오락가락 갈피를 못잡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더 컸고(독해졌다 후회하고 깨달음을 얻는 듯했다가 다시 유산으로 인해 복수를 꿈꾼다든가 하는 감정들), 초반에는 분명 사려 깊고 생각할 줄 아는 여성으로 시작했는데 어느순간 똥고집을 부린다든가 그저 자신의 궁금증이나 의구심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너무 생각없이 행동을 해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름 자주적 여성을 추구하는 주인공이 오히려 민폐녀 기질을 보인다 싶으니 읽으면서 뭔가가 더 잘 안맞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로 이해하자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 부분이 분명 존재함에도 좀 과하다 싶은 느낌이 강해서 감정을 조금 더 섬세하고 깊이 있게 다루어 독자를 이해시켰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이야기를 통해 느끼는 감흥이 제대로 폭발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허나.. 궁중의 암투를 그린 부분들이나, 이야기 속의 반전의 반전을 그린다든가 하는 부분은 나름 작가가 많이 생각하고 공부하고 노력해서 글을 썼음을 보여주고 있어서 높게 평가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또 시와 사, 노래 등을 인용하여 내용이나 의미,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려 한 점 역시 작가가 열심히 했음을 인정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다만, 내가 그쪽으로의 이해도가 낮은 건지 아니면 그 글들이 어려운건지 제대로 흡수가 안되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이야기 사이에 섞인 그 글귀들은 분명히 어떤 진한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을텐데도 나는 그것을 많은 부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왠지 각주만 열심히 좇아가다 끝난 듯한 느낌이;;;) 이것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어쩌면 이 글을 더 높이 평가하고 더 재미있다 여겼을지도 모를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내 무지를 탓해야 하나;;)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걸렸던 점은 번역체의 뻑뻑함. 그리고 공감이 가지 않는 사소한 감정의 움직임들. 그로 인해 사건과 인물이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는 점이다.

 

초반부터 인물의 감정에 공감이 가지 않아서 이야기 속으로 쉽게 빠져들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나 황자들과의 사이에서 생기는 반옥의 감정들에 쉽게 공감할 수 없었다.

예를 들면, 기운이 반옥을 처음 만나고 옥팔찌를 주고 그것을 받은 그녀는 너무 쉽게 기운에 대해 묘한 기대감을 가진 감정을 표현한다. 물론 후에 그것이 그저 자신의 감정을 헛갈린 것이고 자신의 진심을 자신이 부정하는 모습이 나오기는 하지만, 뜬금없이 기운에게 가슴 따스한 느낌을 갖게 되는 부분 같은 것들이 크게 공감이 가질 않았다.

이렇게 감정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부분들이 중간중간 제법 많다보니 글이 착착 감기는 것이 아니라 뭔가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랑한다고 하면 사랑하나보다, 친구라고 믿었는데 라고 하면 어 언제 친구라고 믿게 되었을까?!! 이러면서.. 작가가 그렇다면 그렇다고 입력하고 넘어가야 하나~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나는 글에 푹 빠지질 못했다.

 

번역소설이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작가가 아직 사람의 감정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을 나이에 써내려간 글이어서 그럴까 하는 고민을 갖게 했던 부분이다.

조금더 섬세하게 감정의 움직임을 표현했으면 훨씬 좋은 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감정의 공감이 약해서인가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묵직하지 않고 가볍다는 느낌이 지속되었다. (물론 뒤로 갈수록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말이다.)

이야기는 복잡하게 이리 엉켰다 저리 엉켰다, 이 인물이 배반의 장미를 피우고 저 인물이 뒤통수를 치고, ~ 너도 쳤니?!! 나도 칠 건데!!! 뭐 이런 식의, 처음부터 끝까지 멀쩡한 캐릭터 하나 없는 앞뒤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거기다 정말 모든 남자가 다 여주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도 캔디~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캔디에서 니일까지도 캔디를 사랑했네~처럼 여기서도 여주가 복아든 반옥이든 설해든 어쨌든 간에 강력한 삼각관계의 기우와 연성 외에도 한명, 연희까지... ... 좀 심하게 인기녀여서 괜히 보는 내가 삐딱선을 타게 됐달까...;;;)

 

거기다.. 나오는 인물 대부분이 절세가인에 미남 미녀가 아닌 사람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니.. 이건 쫌.............;;;;; 이란 소리가 절로 나왔다;; 뭐 물론 황궁에 미녀가 넘쳐나는 건 당연할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황궁 외에서도 미녀가 넘쳐나는;;덕에 좀 과하지 않나 싶었다.;; 그 덕분에 글이 한층 더 가볍게 느껴졌달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내가 느끼는 많은 아쉬움들은

번역소설이어서 그런 것일까.

 

아무래도 번역소설이다 보니 우리네 정서와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고 감성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여겨지기는 하나,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보보경심>의 경우를 비교해보자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경우는 번역소설이었음에도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이 잘 되었고 덕분에 이야기 속에 빨려들어가 함께 안타까워하며 가슴앓이를 했던 기억이니 말이다.

 

<경세황비>는 화려하나 깊이가 부족했던 글.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되지 싶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겠으나 나에게는 뇌와 가슴이 따로 놀았던 글(이해는 하나 썩 공감이 가지는 않았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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