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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다
우지혜 지음 / 청어람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생각보다 책을 읽는데 오래 걸렸다.
무엇이 걸렸던 걸까...
현재 잘나가는 모델 출신의 배우 권정.
그리고 그런 그의 옆에 10년을 함께 있어준 그녀 공하진.
한 명은 연예인, 한 명은 연예계 종사자(작곡가).
그녀의 옆에는 늘 그가 있었고
그의 옆에는 늘 그녀가 있었다.
하지만 둘은 친구. 그렇게 말한다.
마음이 없어서 친구가 아니라
마음이 너무 강해서, 두려우서 친구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마음을 몽땅 쏟고 잃었을 때의 그 피폐함을 보고 자란 정과
그의 그 마음이 넘치고 넘쳐 도저히 자신 없이는 안될 것 같아 그 스스로 그 경계를
넘어오게 될 때를 기다리는 하진.
그 둘의 사랑 이야기이다.
음........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보자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이다.
충분히 이런 것으로도 갈등을 느끼는 심각한 사랑도 있겠구나.
자신의 유년기를 지배했던 최악의 경험들로 굳어버린 마음과 상처와 두려움들.
그것으로 잔뜩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모습. 뭐 그런 인물이 자신이 품어왔던 마음이 변색되지 않고 또 변색되게 두기도 싫어진 상황에서 어렵게
용기를 내어 그 경계를 깨고 다가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인물의 상황 자체를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다만........... 이야기 전체가 그것 하나로만 다 꾸려진다는 것이 다소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경계를 넘은 시점은 일반적인 이야기에서의 진행 속도 정도와 크게 벌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그 이후가 문제였다.
그 이후에 뭔가 결정적으로 독자들의 애간장을 태울만한 상황이 벌어지질 않는다.
왠지 뭔가가 있어주어야 할 것만 같은데, 그저 현재 속에서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이야기만 자꾸 해주면서 얘네들 인연은 이런 거였네, 얘네들
마음은 이런 마음을 담고 있었네.. 그것이 계속되고 있으니, 그것의 반복이니, 그 많은 페이지들이 볼수록 비슷비슷하게 여겨져 상당히 밋밋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곁가지로 뻗어나가는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닥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원래도 곁가지들의 사랑이야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형이긴 하지만.. 여기선 안그래도 집중 안되는데.. 방해 받는 느낌이었달까;;)
오롯이 주인공들에게 집중하기가 더 힘들어져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조금은 센 갈등이나 큰 사건들을 제대로 배치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조연들이 나와서 깨작깨작 뭔가 할 듯하다가 말고 다 나가니.. 대체 왜 나온거야?!! 라는 생각이;; 쿨럭;;
이야기의 큰 갈등이 없어서-단지 경계만 넘고 나 경계 넘느라 힘들었어 뭐 이런 하소연만 잔뜩 들은 기분이라- 조연들의 존재는 걸리적거렸고
매력도 떨어졌다. 심지어는 그 뱅뱅 도는 느낌에 주인공들의 매력까지도 죽어버렸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 아닐까 싶다.
조금만 더 드라마틱했더라면 주인공인 하진의 시크함과 대범함, 곧은 의지 등은 사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설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다.
책을 읽다보면 가끔.. 아주 가끔 작가가 너무 하나의 단어, 혹은 하나의 문장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유로 그 하나에 모든 걸 걸고 끝내려고
하는, 그것 하나에 올인하는 경우를 만나게 되는데, 이 경우도 왠지 그런 경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계를 넘다'라는 문장 자체에 너무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은 느낌이다.
경계를 넘은 후에 오는 갈등이나, 둘은 문제 없어도 그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에서 비틀리고 우그러져서 고쳐야만 하는 갈등이 생긴다든가 하는
그런 것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저 인물의 심리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오히려 지루함을 낳았지 않나 싶다. (바깥 이야기들은 이렇게 처리 됐다~는 식의 간단한 언급
뿐이라.. )
분명.. 경계를 넘는 그 시점까지는 나쁘지 않았는데.. 뒤로 가면서 아쉬움이 점점 커지고 짙어졌던 책인 것 같다. 왠지 내 진기를 다
뽑아간 느낌이다.
아쉽다.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