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소, 부인 - 상
목영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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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조선시대.
  조신하다 소문난 대제학의 딸 소연아씨, 국혼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혼인을 하였으나 하필이면 그 상대가 자신보다도 자그마치 세 살이나 어린 방년 14세의 이헌 도령이었으니...  아, 어린 낭군 언제 다 키울꼬.
  헌데 낭군 키우기에 나선 우리 소연아씨, 그만 신랑에 미모에 홀딱 넘어가 순간 간을 보는 실수를 저지르는구나. 부인이 무섭다 울며 어머니 품으로 도망간 어리고 순진한 낭군. 아, 이 일을 어찌할거나.

 

  사랑을 글로만 배운 소연아씨의 내 낭군 키우기 프로젝트.

 

  뭐 요렇게 한 마디로 축약되시겠다. 

 

  홀라당 까진 소연아씨와 순진무구한 헌도령이라는 컨셉이 눈길을 끌어서 보고팠던 글이다.

 

  그러나,,, 글과 현실의 차이를 깨달으며, 그래도 열심히, 꾸준히 현명하게 낭군을 키우는 소연 아씨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성장해가는 헌도령, 그 둘의 사랑 이야기이나, 그저 부부의 사랑을 주제로 한 ‘성장소설’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단순한 구조에 아쉬움이 크다.

  두 권이나 되는 짧지 않은 이야기에 별다른 굴곡이나 위기가 없고, 아픔의 극복이 없다보니 이야기가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설마 이게 끝이야?!!’ 하던 것이 ‘헉;; 이게 끝이네..’로 끝나서 많이 허무했다. 특히나 소제목이 ‘시련’이니 ‘분노’니 ‘복수’니 하는 단어를 달고 나왔는데, 내용은 너무 평이하고 평온한 것이다보니 기대감에 대한 배신감이 더 들었다. 또 ‘무섭소, 부인’이 세 번이나 나옴에도 그 맛을 살린 것은 처음 딱 한 번뿐이니, 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또 이 글의 가장 큰 특징인 문체가 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더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독특한 문체를 사용한 것은 좋지만 그 특성을 잘 파악하고 사용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이다.
특별한 위기가 없다는 점(그저 합방과 아이 가지는 것이 큰 사건이라고 하기엔;; 애들 소꿉장난 규모라고 밖에는;;)은 큰 약점이다.

  판소리에서 커다란 위기가 없다면 무슨 재미일까. (춘향전에서 변사또가 없고, 그저 춘향이 오래오래 기다리다 몽룡이 돌아와서 잘 사는 이야기라면 그게 과연 재미있을까?!! 토끼가 거북이 따라 그저 용궁 구경만 잘 하고 돌아왔다면 그게 과연 재미있을까?)
판소리계소설이나 구어체 소설은 독자를 이야기에 참여하게 하는 힘이 큰 글이기 때문에 극적인 장치 없이는 금새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거기에 해설자 역할을 하는 화자가 너무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구장창 함으로써 이야기의 주제에 집중해야 할 독자들의 주의를 흐트러뜨리고 있다.
안그래도 굴곡이 없어서 집중력이 흩어질 판에 이것저것 너무 지나치게 자세히 설명을 함으로써 이게 소설을 읽는건지 수업을 받는건지 헷갈리는 상황들이 이어지니 난감할 수밖에.

 

  또 큰 굴곡이 없는 이야기일수록 주인공을 중심으로(심리 위주로) 이야기가 모아져야 하는데, 이 글은 곁가지가 너무 크고 많다. 곁가지 수준이 아니라 곁나무 수준;;. 커다란 나무에 가지가 아닌 어설픈 크기의 나무가 달린다면 그 모양이 보기에 과연 어떨런지;.
달이와 남조, 세자, 은준 도령의 사랑 이야기는 너무 지나치게 자세해서, (특히나 달남 커플;;) 그 형국이었다. 과감하게 자르고 간단하게 필요한 정도의 이야기만으로 최소화했어야만 한다고 본다. 그랬다면 그나마 굴곡이 없더라도 아기자기 알콩달콩 이쁜 커플 이야기로구나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에 들었던 점은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나마 여주인공의 캐릭터, 그것은 마음에 들었다.
조선시대에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 너무 똑부러지고 잘난 아씨지만 모난 정처럼 튀어나오지 않고 현명하게 많은 부분을 이끌어가는 모습은 ‘이런 부인 얻은 헌도령 성공했네~!!!’소리가 절로 나오게 했다.
때문에 너무 길었던 이야기도, 너무 진부했던 설명도, 너무 옆으로 샜던 이야기도 다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잘 정리해서 한 권으로 냈더라면, 평이 더 나았을텐데.. 하고 말이다.

 

  이래저래 아쉬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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