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

부부 -> 이혼 -> 재결합.

헤어짐으로 시작해서 남자가 여자를 찾아내고, 심술을 부리다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고

그리고 마음을 열고 서로 사랑하게 된다. 이 틀은 로맨스 소설에서 참 흔한 공식이다. 이 소설 역시 이 형식을 따른다. 한마디로 크게 새로울 것도 없다~라고 이야기 될 수도 있다는 소리.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 끌리는 것은 흔함 속에 있는 약간의 변주(?)와 심리묘사에 있지 않나 싶다.

 

변주.

흔한 구조 안에서도 이 소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장치. 그것은 아내가 아내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갈 곳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한껏 잔인했던 남자. 여자가 사라지고 찾아나서면서 좌절할 수밖에 없다. 아내는 아내가 아니었기에. 사진 한 장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내의 진짜 이름조차 모른다는 것 때문에.

내 아내는 내 아내인가 내 아내가 아닌가.

그녀는 대체 누구인가.

 

신기루.

홀연히 나타나 짧은 시간 동안 유지되다가 사라지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일이나 현상. 

이것이 신기루의 사전적 의미이다.

신기루를 잡다. 제목에서도 말하듯이 이 글에서 큰 재제가 된 것은 이 신기루가 아닌가 싶다. 여자에게 있어서 그 남자는 신기루였다. 넘볼 수 없지만 너무나 간절하기에 그 허황된 꿈이라도, 곧 사라질 꿈이라도 붙잡아 꾸고 싶었다. 그리고 그 사라짐에 대해 인정하고 수용했다. 아플지라도.

그럼 남자의 입장은?

남자의 입장에서도 그녀는 신기루다. 그저 옆에 있는 흔한 것이라 여겼던 것이 사라져 버렸다. 자신의 마음에 서서히 물들어 왔던 그 촉촉함을 되찾으려 하니 그건 원래 없었던 것이란다. ‘그럼 난 뭐지? 꿈을 꾼 건가.’ 이렇게, 뒤늦게 그것이 신기루임을 알게 된 것이다. 때문에 오히려 그녀보다 그가 신기루에 대한 목마름과 해갈을 원하는 마음이 더 크지 않았을까. 몰랐기에, 전혀, 꿈에도 대비조차 할 수 없었던 그이기에 목마름이 더 컸을 것이라 여겨진다.

 

잡다.

신기루를 잡다.

신기루라고 여기고 잊을 수가 없었다. 목마름을 해갈하기 위해 찾았고, 찾아서 곁에 두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사랑해서 목말랐고 사랑해서 함께이길 원했던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고 난 후에 남자는 변한다. 아이의 심술처럼 잔인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믿게 하기 위해 진실해지기로 한다. 조금씩 조금씩. 도망가지 않고 자신을 믿을 수 있도록,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녀도 자신에게 물들길 바라며.

그리고 마침내 남자와 여자는 자신의 신기루라고 여겼던 것을 잡게 된다. 그리고 행복해진다.

 

마음을 잡다.

남자와 여자는 각각 참 어찌할 수 없는 불우한 가족사와 가족을 지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상처받고 아파왔다. 사랑이란 것을 받고 배울 수 없었던 환경 속에서 자란 두 사람이지만, 그런 남자에게 여자는 진실한 사랑을 주었고, 진실한 사랑을 깨닫게 했다. 남자에게 그런 사랑을 줄 수 있었던 것은 그 여자가 가장 힘들고 외로웠을 때 손을 내밀어 주었던 그 남자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남자의 한마디조차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던 그 여자의 사랑이 예뻤다. 그 사랑을 받은 그 남자는 많이 행복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심리묘사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나는 처음부터 남자의 마음에 동화되어 읽는내내 저릿저릿한 묘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내가 로맨스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가슴 저린 감정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 글 자체가 살짝 건조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주인공들의 감정이 잘 전달되어서 같이 아파하고 같이 흥분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임지오 작가의 작품이었음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것 같다.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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