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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깊은 곳
신혜원 지음 / 로코코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밝고 평범하던 그녀의 스무 해가 친엄마의 등장으로 무너져 내렸다.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내 가족이 내가족이 아니었단다.
무너질 것만 같은 자신을 괜찮은 척 가장하고 있었지만
그 모습을 알아봐 준 누군가의 따스한 포옹 덕분에
그곳을 떠나 새롭게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시간은 10년이 넘었지만 역시나 외로울 뿐이었다.
자신보다 더 외로워 보이던 그의 옆에 있어주었다.
자신을 감싸주기 보단 자신이 감싸주어야만 한다 여겼던 그.
그런 그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해버렸고, 그랬음에도 그를 버리지 못했다.
더이상 신체적으로 얽히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놓지 못했다.
외로워서 찾아든 곳,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 찾아들었지만 그녀를 다시 외롭게 만든 곳.
그래서 다시 그곳으로 간다.
고향 대구, 뜨거움이 넘쳐 무엇이든 녹여낼 것 같은 그곳으로...
그리고 그도 털어버리리라.
그렇게 찾아온 고향에서
예전에 자신을 품어준 그를 만난다.
그때 그녀에게 용기를 주었던 커다랗고 따스한 품을 가진 남자.
곰처럼 커다란 덩치로 늘 밥 먹었냐고 묻던 그.
세월이 지나서 이렇게 마주쳤어도 그는 여전히 그렇게 물어본다.
밥 먹었냐고...
그를 통해 과거와의 인연을 다시 찾고
그를 만나면서 자꾸 배워간다.
사람의 따스함을........
그리고.. 참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다가오는 그에게
선배이길 바란다 말하고.. 그러면서도 서운함도 느끼는 이율배반.
천천히..를 말하면서.. 다시 그것을 서운해하기도 하고..
그렇게 그에게 물들어간다.
그에게서 얻은 용기로 해내지 못할 것만 같은 사소한 것들을 극복해 가면서...
그렇게 사랑해가는데..
예전의 그가 찾아왔다........
부끄러운 그녀만의 치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사랑으로 남을 수 없었던......... 과거.
그녀의 사랑은..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참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잘생긴 미남자 아니고 곰같이 커다란 덩치에 따스한 품과 손을 지닌 남자.
그 따듯함에 마음속의 구김도 팽팽하게 다려질 듯한.. 그런 남자.
무뚝뚝하지만 사려 깊고.. 은근 저돌적인 이 경상도 싸나이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글은.. 뭐랄까............... 전체적으로 잔잔하긴 한데.. 내겐 상당히 시끄럽게 느껴졌다.
마음속에서 시끄럽게 끓는다고 해야하나.
주인공의 생각이.. 까끌까끌 일어나 있어서.. 상당히 시끄럽게 느껴졌다.
호된 열감기에 까칠하게 터버린 입술처럼...
시각적인 것으로 심리를 표현하기도 하고
청각적인 것으로도 심리를 표현해내고 있다.
그 혼재가.. 역시 조금 시끄럽게 느껴졌다. 아니 혼돈...이란 느낌을 같게 한다고 해야하나..
폭풍의 모습만 보는 게 아니라 폭풍의 소리까지 함께 듣는 듯해서..
아.. 주인공의 상태가 상당히 심난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절재되고 정돈된 느낌이 아니라서.. 좀 더 다듬어져서 나왔더라면.. 감정을 조금만 더 다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대구와.. 대구 총각과.. 그 뜨거움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하는..
매력적인 책이 아닌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