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야 진짜 - 어른의 어른 후지와라 신야가 체득한 인생배짱
후지와라 신야.김윤덕 지음 / 푸른숲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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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도처에 넘쳐 흐르는 세상이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인지, 정보의 쓰레기통인지 나는 가끔 헷갈려서 비틀거린다.

이런 세상에서, 여행을 떠날 때마다 '인증샷'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 틈에서 뭔가 공허함을 느끼는 것에도 어느새 익숙해져 있다가... 여행에 대해 후지와라 신야가 하는 이야기들에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스물네 살,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 무작정 인도로 떠났다는 후지와라 신야. 여담이지만, 그의 아버지도 참 대단한 분이다. 후지와라 신야는 인도로 떠날 때 부모님께 어떤 보고나 상의도 드리지 않았는데(내가 인도로 떠난다고 했던 시절 집과 한바탕 전쟁을 치렀던 것이 꽤 후회되는 순간이다), 인도에 있는 동안 그가 잡지에 기고한 여행기를 우연히 아버지가 읽고 아들이 학교를 때려치우고 인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셨다고 한다.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가, 이 자유롭고 대담무쌍한 영혼들!^^;

 

그가 떠날 당시 인도에 대해 알았던 것이라고는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뿐이었다고 한다. 너무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은, 자신이 몰랐던 세계를 느끼고 배워가는 과정이어야 하는데, 요즘 너무나 많은 여행이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그냥 맨몸과 맨정신으로 낯선 세계와 거리낌없이 부딪쳤던 그가, 그런 돈키호테의 정신이 부럽다. 그런 날것의 세계를 만나는 것이 너무나 흔치 않은 세상이 되었기에.

 

여행 뿐 아니라 삶도 마찬가지다. 그는 온갖 밑바닥 생활을 하며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거쳤던 시절에 대해 '운이 좋게도'라는 말을 붙인다. 그는 별의별 일들 중에서 가장 큰 배움을 얻었던 일이 구두닦이였다고 한다. '가장 낮은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었다고.

 

"그러니까 젊은 시절, 세상의 가장 낮은 관점에서 세상을 올려다 봤습니다. 아주 귀중한 경험이었어요.(중략) 그런데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시선을 모르는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운이 좋게도 나는 그런 경험을 어린 나이에 하게 된 겁니다."(140~141쪽)

 

그는 책에서 배우는 것과 거리에서 배우는 것, 현실에서 배우는 것은 서로 비교할 대상이 못 된다고 잘라 말한다. 활자를 통해 세상을 체험하는 것은 사물을 객관화해서 바라보게 되는 것, 즉 '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것'과 같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 뛰어들어서 삶을 바라보는 것은 '벌레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으로 엄청나게 다르다고. 그래서 그는 위에서 바라보는 시점과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시점 양쪽이 다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책장을 넘기면서 수없이 가슴이 뜨거워지는 순간들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어떤 모습으로 나이 들 것인가? 7년간 인도를 방랑했던 그는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표현하고 행동하는 삶을 살았다. 소외된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살았다. 그리고 지금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

그의 여행의 방식을, 삶의 방식을 (아주 조금씩만이라도)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의 일상을 매일 다르게 만들어가는 사람. 상대가 누구든 일생에서 많은 연애를 하라면서, 그것이 '용케도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들의 특권'이라고 웃는 사람. 어디론가 떠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의 작은 몸짓을 관찰하며 '사람 속을 여행'하는 사람. 쓰나미가 휩쓸고 간 참상을 카메라에 담아 사람들에게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전한 사람. "나를 잃지 않으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다"라는 그의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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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4월의 눈처럼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37
멕 로소프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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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을 쳐다본다. 하나 물어볼게. 상상도 못하게 복잡하게 살면서 정상인 척하는 게 어른들의 세계야?

세상에 정상은 없-

됐거든."(154쪽)

 

아빠 길은 열두 살 딸 밀라를 '페르군타두라(Perguntadora)'라는 별명으로 부른다(길은 포르투갈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사람이다). 질문이 많은 여자를 뜻하는 포르투갈어.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요상한 발음의 이 단어가 책을 읽으면서 점점 정답게 느껴진다. 질문도 많고 호기심도 많고 직감과 상황파악력이 뛰어난 딸의 특별한 면을 사랑스럽게 생각하는(귀찮게나 버릇없게 여기지 않고!) 한 아빠의 다정한 말투가 내 귀에도 들리는 것 같다.

 

세상에 정상은 없다. 이 또한 길이 자주 쓰는 표현이다. 밀라의 말대로, 어른들은 복잡하게 엮이고 꼬인 삶을 끊임없이 '정상'이라는 포장지로 교묘하게 가리면서 산다. 어느날부터 그 겹겹이 싸인 포장지가 하나씩 하나씩 벗겨져갈 때, 진실의 맨얼굴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을 때, 어떤 얼굴로 그 진실을 바라보아야 하는 걸까. 진실을 마주보고, 때론 아프고 무자비한 진실을 딛고 일어설 힘은 무엇일까.

 

부활절 방학, 밀라와 길은 런던을 떠나 길의 오랜 친구 매튜가 사는 뉴욕을 방문할 계획에 들떠있다. 그런데 여행준비를 하던 중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선 '환상의 콤비'의 여정이 펼쳐진다. 의기투합한 이 콤비는, 아름답지만 행복하지 않은 인상을 받은, 유리집 느낌의 그의 집에서 남겨진 아내 수잔와 아기 가브리엘, 그리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 충직한 개 허니를 만난다. 그리고 수잔에게서 매튜에게 산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북부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4월에 내리는 눈으로 덮인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뭐랄까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타일이 참 좋다. 사실 매튜의 행방만을 쫓아 가는 부녀의 여정만으로 구성되었다면 이 이야기는 다소 밋밋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은 소녀 밀라의 시각에서, 밀라 의식의 흐름 기법(?)대로 그 여정 속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튀어나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심심할 틈이 없고 풍성하다.

아빠의 번역 이야기를 하며 번역과 언어에 대한 단상들이 나오다가, 매튜와 길이 젊었던 시절 같이 산속에서 조난을 당하던 때-그때 매튜는 길의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의 이야기가 나오다가, 매튜의 실종에 대해 밀라가 단서들을 정리하고, 온갖 자능성을 타진하고 가설을 세우는 이야기가 나오다가, 밀라의 가장 친한 친구 캣(캐틀린의 애칭인데, 얘의 이미지도 그렇고 왜 야생고양이가 자꾸 떠오르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 도로여행을 하고, 산장에서 매튜가 아닌 린다 아줌마와 제이크를 만나고, 제이크와 눈을 치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가 만든 음악을 듣고, 상점에서 캣에게 약속했던 멋진 부활절 달걀을 찾아내고, 매튜의 궤도에서 흩어져 있던 파편들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 모으고... 그래서 이 심플한(사실 많은 곳을 헤맸던 건 아니니까) 탐정들의 여정은 무척 풍요로워진다.

 

그리고 '남보다 눈치가 빠르면 때로는 외롭다'고 털어놓았던 소녀는, 이 시간들을 통해 한걸음 더 성장한다.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발견한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서 헤아리고,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던 아빠를 이해하고, '누군가의 더러운 비밀이 되는 건 찝찝하다'고 하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한 소년과 마음을 주고받고,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의 힘든 상황에 대해 가슴 아파하고 단단한 우정을 쌓아간다.

 

런던으로 돌아가는 밀라의 손에는 '파손주의'라는 빨간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무지막지하게 큰 부활절 달걀이 들려져 있다. 상점 주인이 완강하게 팔지 않겠다고 해서 결국 돌아서야 했던, 캣의 슬픔을 달래줄 거라고 확신했던 멋진 카우보이 달걀이. 기발하고 반칙적인 거짓말로 그 달걀을 딸에게 선물한 길은, 부활절 방학 동안 열심히 자신의 친구를 찾기 위해 애써준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었을 거다. 그리고 결코 쉽지 않은 여행을 함께 해 준 동지애의 표시로.

(환갑을 바라보는 아빠와 열두 살 딸의 대화와 서로 기대는 방식... 음, 뭐랄까 우리 문화에서 보면 꽤 낯설지만... 부럽기만 했다!!)

 

"나는 길에게 기댄다. 우리가 얼마나 단단히 묶여 있는지 아니까.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지금 당장은, 우리가 함께하지 못할 나중에 대한 생각은 잊기로 한다...(중략)... 나라고 늘 행복하진 않을 거다. 하지만 어쩌면, 운이 좋으면, 세상에 고통을 추가하는 일만은 피해 갈 수 있을지 모른다."(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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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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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207쪽, 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 중에서)

 

작가 한강의 <희랍어 시간>을 만나고 난 후, 한 인터뷰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엔 인간의 가장 밝고 눈부신 삶에 대한 소설을 쓰고자 했고, 제목까지 지어놓았다고. 하지만 작가는 1년 이상을 뒤척였다. 작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근원적인 그 무엇, 1980년 광주의 기억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삶의 눈부심을 쓰지 못할 거라는 생각과 마주했다. 결국 인간의 가장 밝고 눈부신 면이 아닌, 가장 어둡고 참혹한 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이 소설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1980년 광주.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열살이었다'로 시작하는 에필로그를 곱씹어 읽는다. 이 소설에서 에필로그는 그냥 에필로그가 아니다. 작가가, 동호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 그후 남겨진 이들의 내면을 그리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이다.

소녀는 태어나 아홉살 까지 살았던 그 도시의 옛집을 기억한다. 열살 되던 해, 소녀는 어른들의 대화에서 이상한 긴장감과 어색하게 이어지던 침묵을 느끼면서 귀를 기울인다. 소녀의 아버지가 기억하는, 국어시간에 작문을 곧잘 쓰던 한 소년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년 뒤 여름, 누군가를 조문하러 그 도시에 내려갔던 아버지가 구한 사진집을 소녀는 어른들 몰래 펼쳐본다. '마지막 장까지 책장을 넘겨, 총검으로 깊게 내리그어 으깨어진 여자애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을 소녀는 기억한다. 자기 안의 연한 부분이 소리없이 깨어지는 것을 느끼며.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작가는 소년의 흔적을 찾기 위해 광주를 찾는다. 그 소년이 살았던 집, 중학교 학생기록부에서 찾은 그 소년의 사진, 그리고 "아무도 내 동생을 더 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써 달라"는 당부를 남긴 소년의 형을 만난다. 국가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도 허망하게 잃은 목숨, 그리고 그 목숨을 생각하며 남은 삶을 이어가야만 했던 이들을 생각한다. 먹먹하다. 쉽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지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그 도시의 열흘을 생각하면, 죽음에 가까운 린치를 당하던 사람이 힘을 다해 눈을 뜨는 순간이 떠오른다."(213쪽)

 

작가의 말이 맞다. '그 도시의 열흘', 인간이 인간에게 저질렀던, 가장 끔찍하고 참혹한 시간들을 마주보지 않고서는, 그 시간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삶의 눈부심을 이야기할 수 없다. 그 시간을 외면한채 말하는 삶의 눈부심은 공허할 뿐일 것이다.

 

가슴이 저리도록 문장 하나하나가 슬펐고 또 아름다웠다. 동호, 채 피지도 못하고 스러져야만 했던 한 소년, 쌍꺼풀 없는 반달 모양의 눈이 유순한 그 소년을 생각한다. 이 소설은 1980년 광주에 있었던 수많은 동호들에게 바치는 초혼곡이다. 그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조지 산타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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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교육감 - 곽노현의 교육혁신 701일
곽노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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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학생들이 공교육 13년을 거치면 누구든지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서 날개를 활짝 펴고 이 세상을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게 하는 것, 이것이 나의 꿈이었다."(118쪽)

 

그가 득표율 34.34 퍼센트의 박빙으로 당선되었던, 4년 전의 그 가슴설레던 날을 기억한다. '행복한 교육혁명'을 기치로 최초의 서울 진보교육감으로 선출되었던 곽노현. 그에게는 처음부터, 교육개혁의 리더로서의 책무와 보수권력의 교육정책과 맞서 싸워야만 하는 두 가지 책무가 주어져 있었다. 그의 출발에 함께 가슴 벅차했고, 그가 추진했던 여러 혁신적 교육정책에 응원을 보냈고, '사후매수'판결에 따른 교육감직 상실에 분노하고 슬퍼했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지 않은 학생집단'인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한 시민으로서... 뜨거운 마음으로 읽었던 책이다.

 

맑게 갠 하늘을 연상시키는 책 표지에 얹힌 제목을 다시 곱씹어본다. '징검다리 교육감'. 참 많은 의미를 담고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1세대 전교조 지도자들과 경선을 치르면서 내 역할이 현장교사 출신 교육계 인사를 위해 징검다리를 놓은 데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간낙마로 거기까지 가지 못했다. 나는 공교육의 새 표준으로 향하는 징검다리를 듬성듬성 삐뚤빼뚤 놓은 정도였다.'(6쪽)

치열한 문제의식과 실천구상으로 만들어 내었던 그 징검다리들을 놓기까지의 힘겨운 과정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가 나아간 지점이 어디까지였는지, 그리고 한계에 부딪쳐 나아가지 못했던 지점들이 어디까지였는지가 담담히 펼쳐진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내가 물려받은 교육현실>은 일종의 도입부로서, 우리의 '오체불만족 공교육'을 진단한 부분이다. PISA(언어,수학,과학 국제학력비교평가) 1위라는 경사(?)가 왜 상처뿐인 영광인지에 대해서, 만 가지 악의 뿌리인 인성 없는 교육에 대해서, 교육청의 관료제가 학교를 장악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 성찰한 아픈 현실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이어지는 2부<공교육의 새 표준을 향하여>와 3부<교육행정의 새 표준을 향하여>에서는 그가 701일의 재임기간 동안 펼쳤던 다양한 교육개혁과 혁신사례들을 이야기한다. 그는 '할 일은 근본적이고 거대했으나 나와 우리는 언제나 부족했으며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짧았다'(312쪽)고 표현했지만 그가 이루었던 성취와 시도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전인교육으로서의 문/예/체 교육, 체벌금지,학생인권,학교폭력에 맞서는 해법, 친환경무상급식,혁신학교,중학생 직업체험교육,특성화고의 제 길 찾기, 소규모 테마여행화한 수학여행, 문/예/체 활동 중심의 방과후학교, 선행학습이 아닌 제철학습과 장애학생 통합교육까지... 개혁을 이루어냈던 '곽노현표 교육정책'들을 들여다보면서, 701일이라는 기간 동안 그가 꿈꾸던 새로운 구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짧았던 재임기간을 생각하니 더 안타깝기만 하다.

 

4부 <성찰과 제언>에서는 교육개혁리더로서의, 그리고 정무직 직선교육감으로서의 그의 뼈아픈 성찰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교육개혁 10계명', 새겨읽어본다. 그가 '안개 속을 헤치며 길을 찾아갔던 경험에 비추어'(338쪽) 길어올린 교훈들이다. 그 이후로 교육감직에 설 사람에게, 그리고 교육개혁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시행착오로부터 얻은 교훈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교육불가능 시대로 규정지어진 시대, '행복한 교육혁명'을 꿈꾸며 실천했던 그의 길은 '교육가능 시대'로 나아가는 징검다리였다. 그는 듬성듬성 삐뚤빼뚤하다고 말했으나,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깊고 험한 물살에도 불구하고 그가 치열하게 한 걸음씩 쌓았던 징검다리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그 징검다리를 우리는 건너고 있고, 마침내 건너가야만 할 것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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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 - 청소년, 인문학에 질문을 던지다 꿈결 청소년 교양서 시리즈 꿈의 비행 5
최재천 외 7인 지음 / 꿈결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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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필요한 시대라고 다들 말한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더욱 인문학이 절실한 이유는 뭘까? 세상을 '잘'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열심히' 사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인간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인간을 둘러싼 대상들과 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고, 그 과정에서 통찰력과 상상력이 탄탄한 뿌리를 내릴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이 인문학의 내공을 전달해주려면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첫째 조건이 아닐까. 아무리 의미있는 이야기를 한다 해도 지루해서 다들 귀를 막아버린다면 소용이 없으니까. 인문학이 무미건조하고 하품나는 얘기가 아니라,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들이 가득 차 있고 생각하는 재미가 솔솔 생기게 하는 요술램프 같이 느껴지는 이 책이 그래서 참 반갑다.

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 세종대왕을 질투하라, 괴테 할아버지가 소개해 준 내 친구 베르터, 누구의 몸이 더 아름다울까... 목차만 읽어봐도 무슨 얘길까 호기심이 생긴다. 환경, 역사, 고전문학, 사회, 과학, 동양철학, 문학, 예술 8가지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마치 직접 강연을 듣고 있는 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들이 물 흐르듯 흘러가서 책장이 너무 빨리 넘어가버려 내심 아쉬웠을 정도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면 굶어 죽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1만 시간만 투자하면 누구나 도가 트이고 반드시 할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방황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 방황은 아름다운 방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제일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면서 살면 가장 신나고 멋질지를 찾아야 합니다. 무기력하게 앉아만 있지 말고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과학자 최재천의 강연 '알면 사랑한다' 중에서, 179쪽)

 

청소년들을 위해 연 인문학 강연을 엮은 책이라, 윗 글에서처럼 청소년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힘찬 격려가 느껴지는 점도 좋았다. 사실 청소년기는 가능성과 희망으로 가득한 시기이면서도, 또 어둠 속을 헤매는 것처럼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시기이기도 하므로 무엇보다 애정어린 격려가 필요하니까.

청소년들이 무엇을 꿈꾸고 희망해야 하는지, 어떻게 참된 자신이 되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잘 찾아가기를 바라는 진심이 강연자들마다의 이야기에서 느껴졌다. 청소년으로 살아가기 참 팍팍한 이 시대지만, 부디 이 강연과 책을 만난 청소년들에게 그 마음이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청소년기를 한참 지난 나도 그 격려를 덤으로(^^;) 함께 받으면서 새 힘을 얻고 방향키를 다시 점검해본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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