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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교육감 - 곽노현의 교육혁신 701일
곽노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 학생들이 공교육 13년을 거치면 누구든지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서 날개를 활짝 펴고 이 세상을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게 하는 것, 이것이 나의 꿈이었다."(118쪽)
그가 득표율 34.34 퍼센트의 박빙으로 당선되었던, 4년 전의 그 가슴설레던 날을 기억한다. '행복한 교육혁명'을 기치로 최초의 서울 진보교육감으로 선출되었던 곽노현. 그에게는 처음부터, 교육개혁의 리더로서의 책무와 보수권력의 교육정책과 맞서 싸워야만 하는 두 가지 책무가 주어져 있었다. 그의 출발에 함께 가슴 벅차했고, 그가 추진했던 여러 혁신적 교육정책에 응원을 보냈고, '사후매수'판결에 따른 교육감직 상실에 분노하고 슬퍼했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지 않은 학생집단'인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한 시민으로서... 뜨거운 마음으로 읽었던 책이다.
맑게 갠 하늘을 연상시키는 책 표지에 얹힌 제목을 다시 곱씹어본다. '징검다리 교육감'. 참 많은 의미를 담고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1세대 전교조 지도자들과 경선을 치르면서 내 역할이 현장교사 출신 교육계 인사를 위해 징검다리를 놓은 데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간낙마로 거기까지 가지 못했다. 나는 공교육의 새 표준으로 향하는 징검다리를 듬성듬성 삐뚤빼뚤 놓은 정도였다.'(6쪽)
치열한 문제의식과 실천구상으로 만들어 내었던 그 징검다리들을 놓기까지의 힘겨운 과정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가 나아간 지점이 어디까지였는지, 그리고 한계에 부딪쳐 나아가지 못했던 지점들이 어디까지였는지가 담담히 펼쳐진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내가 물려받은 교육현실>은 일종의 도입부로서, 우리의 '오체불만족 공교육'을 진단한 부분이다. PISA(언어,수학,과학 국제학력비교평가) 1위라는 경사(?)가 왜 상처뿐인 영광인지에 대해서, 만 가지 악의 뿌리인 인성 없는 교육에 대해서, 교육청의 관료제가 학교를 장악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 성찰한 아픈 현실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이어지는 2부<공교육의 새 표준을 향하여>와 3부<교육행정의 새 표준을 향하여>에서는 그가 701일의 재임기간 동안 펼쳤던 다양한 교육개혁과 혁신사례들을 이야기한다. 그는 '할 일은 근본적이고 거대했으나 나와 우리는 언제나 부족했으며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짧았다'(312쪽)고 표현했지만 그가 이루었던 성취와 시도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전인교육으로서의 문/예/체 교육, 체벌금지,학생인권,학교폭력에 맞서는 해법, 친환경무상급식,혁신학교,중학생 직업체험교육,특성화고의 제 길 찾기, 소규모 테마여행화한 수학여행, 문/예/체 활동 중심의 방과후학교, 선행학습이 아닌 제철학습과 장애학생 통합교육까지... 개혁을 이루어냈던 '곽노현표 교육정책'들을 들여다보면서, 701일이라는 기간 동안 그가 꿈꾸던 새로운 구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짧았던 재임기간을 생각하니 더 안타깝기만 하다.
4부 <성찰과 제언>에서는 교육개혁리더로서의, 그리고 정무직 직선교육감으로서의 그의 뼈아픈 성찰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교육개혁 10계명', 새겨읽어본다. 그가 '안개 속을 헤치며 길을 찾아갔던 경험에 비추어'(338쪽) 길어올린 교훈들이다. 그 이후로 교육감직에 설 사람에게, 그리고 교육개혁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시행착오로부터 얻은 교훈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교육불가능 시대로 규정지어진 시대, '행복한 교육혁명'을 꿈꾸며 실천했던 그의 길은 '교육가능 시대'로 나아가는 징검다리였다. 그는 듬성듬성 삐뚤빼뚤하다고 말했으나,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깊고 험한 물살에도 불구하고 그가 치열하게 한 걸음씩 쌓았던 징검다리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그 징검다리를 우리는 건너고 있고, 마침내 건너가야만 할 것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