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르샤흐 - 잉크 얼룩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다
데이미언 설스 지음, 김정아 옮김 / 갈마바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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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글판 제목은 로르샤흐이지만, 원본의 제목은 ‘THE INKBLOTS’이다. Inkblot의 뜻은 무엇인가? 잉크 얼룩이라는 뜻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로르샤흐의 필생의 업적, 알파이자 오메가, 그리고 로르샤흐 일생 이후에도 심리학, 정신 의학, 인류학, 미술 등에서 엄청나게 영향을 끼친 일명 잉크얼룩 테스트를 뜻하는 고유 명사이다. 처음 읽을 떄에는 그저 로르샤흐의 위인 전기일줄로만 알았다. 표지에 그의 사진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지, 책 제목에는 로르샤흐라는 단어가 떡하니, 거의 3cm 정도 박혀있지. 하지만 이 책의 절반도 지나지 않아서 이 책은 단순한 로르샤흐의 전기가 아님을 깨달았다. 이 책은 로르샤흐가 만든 잉크얼룩 테스트의 태동기, 그리고 로르샤흐가 37세로 요절했기 때문에 벌어진, 잉크얼룩 테스트의 변천사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로르샤흐의 생애, 그에게 영향을 끼친 두 스승, 오이겐 블로일러와 칼 융이라는 정신의학의 선구자 밑에서 그는 뛰어난 정신과 의사로 변모해간다. 또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접하고, 의대를 졸업하고 수많은 환자를 만나고 치료하면서 그렇게 그는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간다. 그리고 그가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남다른 재능 중 하나인 그림과 결합하여 정신의학의 만남이 만들어낸 불후의 테스트, 잉크얼룩 테스트가 탄생한다.

잉크얼룩 테스트는 잉크얼룩으로 그린 하나의 그림을 보게 한 뒤 형태 또는 연상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게 한다. 그 내용을 분석하여 정신병이 있는지, 어떤 병인지를 진단하는 테스트로 출발하였다.

하지만 이제 막 테스트가 태동하여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할 즈음, 가장 어처구니없으면서 가장 큰 소용돌이를 예고햐는 암시가 되는 사건이 벌어졌으니, 다름아닌 로르샤흐의 죽음이다. 나는 그 당시 의학으로는 로르샤흐의 사망원인인 맹장염(충수염)은 빨리 발견해서 적절한 외과 수술이 시행되었다면 그의 인생은 더 길게 이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로르샤흐의 친척 중 한 명은 같은 병명이었지만 빠른 조치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겨우 잉크얼룩 테스트가 태동해서 막 이론을 정립하고 데이터를 쌓아 나가던 시기에 갑자기 창시자가 사망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격변의 시기를 거치던 테스트는 엄청난 혼돈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어간다. 그의 죽음이 혼란을 가져다준 계기가 된 것인가 아니면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의 밀알이 되어,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정신의학, 심리학적으로 유명한 검사를 넘어서 일반명사화될 정도로 유명해진 시발점이 된 것인가는 나에게는 아직도 정말 헛갈리는 의문으로 남는다.

로르샤흐 사후 미국으로 건너간 테스트를 두고 사무엘 J. 벡과 브루노 클리퍼 두명의 학자가 서로 테스트를 두고 학문적으로 논쟁을 펼치게 된다. 그렇게 미국에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거쳐가던 중, 다름아닌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또 다른 변혁을 맞게 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징병제를 실시하였고, 온갖 성격과 상상도 못한 정신병을 가진 입영 장정을 구분해내기 위한 심리적인 검사를 개발하기 위해서 관련 심리학 및 정신의학자들이 온갖 노력을 다하던 때이기도 했다. 이 때 검사의 효율성을 위해 잉크얼룩 테스트는 선택지가 주어지는 변형된 테스트로 발전(?)을 하게 된다. 또한 전쟁 후에 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의 주요 인물들의 성격을 로르샤흐 테스트를 통해 알아내려는 시도도 함꼐 진행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50년대부터 60년대까지 폭발적으로 사용된 테스트지만, 70년대 이후에는 온갖 심리적, 정신적 테스트가 개발되면서 심리학적, 정신의학적 테스트로는 좀 밀려난 면이 없지 않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군에서 진행하는 심리 검사는 로르샤흐의 잉크얼룩 테스트가 아니라 MMPI 등 다른 심리학적 검사이다. 특히 군과 같이 많은 사람이 단시간에 집결해 있을 떄 정신이상자를 가려내기 위한 검사로서 잉크얼룩 검사는 효율적인 검사는 아니다. 평가자가 전문적으로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등급을 평가하고 진단을 내려야 하기 떄문이다. 오죽하면 제2차세계대전 떄 미국 정신의학자는 로르샤흐의 잉크얼룩 테스트에 선택지를 추가하면서까지 변형을 해서 도입하려고 했을까.

그리고 로르샤흐의 테스트는 심리학, 정신의학에서만 사용된 것이 아니다. 인류학에서는 로르샤흐테스트를 통해서 각 민족의 성격이 어떤 지에 대해 탐구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가 1930년대 이후로는 잠잠해진다. 하지만 로르샤흐 테스트가 엄청나게 영향을 끼친 영역이 있으니 다름아닌 미술, 그 중에서 그림의 영역이다. 예전에 로르샤흐가 그림을 통해서 검사 방법을 만들어낸 것이 이제는 화가에게 영감을 주는 관계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로르샤흐의 전기를 넘어서 심리학적, 정신의학적 테스트의 역사 중 일부분, 특히 잉크얼룩 테스트 역사를 기록한 서사적인 역사서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과 흐름을 이 한권의 책으로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는 것으로 기나긴 120년의 한편의 역사이자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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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예술이 가득한 정원 (표지 : 수련)
클레어 A. P. 윌스든 지음, 이시은 옮김 / 재승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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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유행하던 예술 조류이다. 그림에 적용하자면 화가에게 주는 인상을 중시하여, 빛과 함께 변하는 색채의 변화 속에서 자연을 주로 묘사하였다. 대표적인 화가는 마네, 모네, 드가, 르누아르, 바자유 등이 있다. 인상 주의가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주로 유행하고 다른 나라로 널리 퍼졌던 만큼 이 책을 읽다보면 주로 프랑스의 자연, 프랑스의 지명, 프랑스 출신의 유명 인상주의 화가들이 좀 더 친숙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인상주의와 정원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프랑스에서는 이 시기는 자연적인 정원이 인기를 끌고 원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폭되던 시기이다. 따라서 주로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인상파 화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 화가로서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였다. 그 결과, 정원 또는 공원 등 원예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그림이 인상파의 주요 부류 중 한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인상파 화가들은 전통적인 꽃들을 어떻게 실내에서 실외로, 좁은 공간에서 넓은 공간으로 내보내는데 일조했다. 이것은 그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정원, 그 중에서도 자연적인 정원의 유행으로 인해 정원과 꽃과의 관계에도 관심을 가졌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프랑스인, 특히 파리 시민의 유별난 자연 정원 사랑은 결국 프랑스 파리 행정관인 오스만에 대한 비난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이는 고스란히 인상주의 화가에게도 이어진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자연적인 공원이나 자신의 정원 그리기에 공을 들였고 결국 이 분야의 유명한 그림을 우리가 볼 수 있으며 결국에는 이런 훌륭한 해설서를 볼 수 있게 된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그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그 당시에 벌어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은 인상주의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결국 그 그림 속의 구성요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유명한 화가들은 정원을 자연의 의미로만 간직하지 않고 정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 즉 사교적인 파티, 소풍 또는 산책, 놀이, 그리고 심지어는 정원 가꾸기까지 의미를 확장하고 그것을 반영시킨 그림을 속속 내놓는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정원의 역할을 한정하지 않고 넓히면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활동은 미국에도 인상파의 사조가 소개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독일, 스위스, 러시아, 결국에는 동아시아의 일본에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의 직업 특성상 안내서이자 설명문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으며, 대학 교육을 받은 자들은 교양 수업의 교재 또는 예술대학 미술전공의 기초 교재 같은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주석에도 보물이 많고 주석을 보면서 본문을 읽으면 특히 인상주의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 조금은 해설서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감상하면서 읽기에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또한 내용 전개와 그림 배치가 전혀 맞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더욱 요구된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인상주의와 꽃, 정원, 자연, 공원과의 뗄레야 뗄 수밖에 없는 친밀한 관계를 친절하고 전문적인 사람과 같이 경험하고 느껴볼 수 있는 기회는 될 수 있다. 다만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대가는 감당할 수 있다는 자세는 갖춰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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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 - 21세기 빈곤 없는 사회를 위하여
앤디 스턴.리 크래비츠 지음, 박영준 옮김 / 갈마바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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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노동조합의 조합장을 지낸 저자가 20세기 및 21세기의 노동 현장, 산업 현장을 경험하면서 일어나는 변화, 특히 임금, 소득, 부의 분배 과정에서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노동자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불리함의 원인 및 그 대책을 제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본 책은 서문, 8개의 장, ‘맺음말감사의 인사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서문에서는 MIT에서 저자가 겪었던 일을 회상하면서 기술에 의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는가라는 주제로 관심을 환기시킨다.

1장부터 5장까지는 미국 산업현장의 다양한 노동 현황에 대하여 알 수 있다. 미국 노동 현장에서의 급격한 변화와 그로 인해 노동자들에게 벌어지는 여러 상황 및 문제점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나타낸다.

1장은 나의 여정이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하는데, 저자가 30년 이상 노동조합에서 일을 하면서 몸소 체험한 20세기 중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의 자본가와 노동조합과의 역학관계, 노사 조정과 관련된 경험담을 실감나게 서술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 까지만 해도 노동조합이 자본가, 회사와 싸워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뉴스거리가 되었지만, 지금 현재는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2장은 우리는 전략적 변곡점을 맞이하는가라는 주제인데, 2000년대부터는 전략적 변곡점이 있다고 진단한다. 잘 사는, 여유 있는 자들의 부의 대물림에 의한 자본 계급 고정, 그로 인해 심화되는 부의 불평등의 쓰나미가 결국 변곡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책애서는 진단하고 주장한다.

3장은 방 안의 코끼리: 직업이 기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예를 들어 서술하고 있다. 컴퓨터, 로봇, 의료분야 등에서의 급격한 기술 발달이 어떻게 보면 대단히 역설적으로 양질의 일자리 감소라는 결과를 이끌어내는지를 많은 예시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

4장은 새로운 노동의 모습이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교통, 통신의 발달로 인해 굳이 고용하기 힘들고 유지비가 많이 나가는 미국 노동자 대신 전세계적인 아웃소싱 및 경쟁을 통해 자본가는 유지비는 적게 들면서 성능 또는 실적을 많이 올릴 수 있음을 아웃소싱 회사 사장과의 면담 및 체험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나타내면서, 급변하는 기술의 변화가 노동 시장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예측 불가능하게 변화시키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5장은 양질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가는 상황에서 나타내는 프리랜서의 어두운 면을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제목도 프리랜서의 그늘이다. 프리랜서는 노동조합과 같은 단체 행동을 하기가 몹시 힘들다. 더욱이 타국 노동자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체를 만드는 것은 말 그대로 꿈에서도 몹시 힘든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바라는 건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다.  

6장부터 8장까지는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일명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만들기 위한 저자의 해결책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6장에서, 현재 아메리칸 드림이 존재하는가, 아니면 아메리칸 드림은 예전에 있었던 그저 구호에 지나지 않는가에 대하여 진단한다. 현재의 상황으로는 예전에 그렇게 구호처럼 외쳐대던 아메리칸 드림은 예전의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새로운 방식의 아메리칸 드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회적 스타트업 기업의 운영 상황을 예시로 들면서 역설한다.

7장에서는, 그렇다면 그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서술한다. 현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이 실업을 가져다준다는 주장에 대하여 논하는 것조차 회피했다. 그 다음으로 언급한 자들은 완화파라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해법으로서, ‘기술을 활용한 공교육의 개선’, ‘혁신을 위한 투자’, ‘새로운 경기 부양책’,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 장려 세금 제도 간소화’, 마지막으로 노동시간 축소를 통해 실업의 충격을 다소 완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 만으로는 급변하는 시대의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이를 해결할 급진적인 정책으로 저자는 바로 책 제목과 같이 기본소득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8장에서는 미국에서 기본소득이 왜 필요한지, 기본 소득이 왜 노동자에게 유리하고 필요한지, 그리고 기본 소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점, 즉 게을러짐의 문제, 사회 보장 제도 및 연금과의 관계 설정, 인플레이션 유발 가능성, 단계적 실행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서술한다. 그러면서 뜻밖에 기본소득에 대하여 회의적이거나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단체가 왜 기본 소득을 언급하고 연구하는지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맺음말감사의 인사에 대하여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맺음말은 감사의 인사이며, ‘맺음말은 독자와 미국 사회가 풀어가야 할 기본 소득 및 노동 환경과 관련된 22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도 사회 문제이기에 사회 구성원의 토론, 소통, 협의의 과정이 더욱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본 책에서 나타난 미국 노동시장과 우리나라의 사정이 비슷한 면도 있고 비슷하지 않은 면도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자본가, 특히 재벌에 의해 움직이는 특성상 노동조합에 대하여 굉장히 비판적이며, 비정규직 및 프리랜서의 노동의 대가는 노동 강도에 비교하자면 처참할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계 일부에서 기본 소득에 대하여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나, 아직은 좀더 토론과 공론화 과정은 필요할 것 같다.

본 책의 이상이 과연 미국에서 구현될 수 있는가? 좀 더 험난한 과정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이유인데, 다름 아니라 이 책을 저술하던 2014년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기로서 이러한 소득 재분배, 의료보험 문제 등에서 굉장히 진보적이며, 그렇게 기업에 대하여 예전 정권에 비해서는 친 기업적인 행정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어판이 나오는 이 시점의 행정부는 워낙 예전 행정부의 업적에 대하여 노이로제 걸리셨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싫어하고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보이다 보니 좀 더 험난하고 지난한 과정이 기다릴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워낙 기술 격변기를 거치고 있기 때문에라도 기본 소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금, 돈이란 것은 언제 들어오고 나갈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원이 좋은 점 중의 하나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일정한 비용의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인간은 어디에 어떻게 쓸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의 경우 언제 어떻게 자금 흐름 현황이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기저에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본 소득이 적용된다면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고 좀 더 안정적으로 노동을 하거나 또는 자기 개발 등을 통해 발전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좀 더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 소득에 대하여 좀 더 좋은 방안을 토론하고 강구하는 방안을 통해 한단계 발전하는 우리나라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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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만들어도 괜찮을까 - 생명과학의 딜레마를 고민하는 철학 강의
시마조노 스스무 지음, 조해선 옮김 / 갈마바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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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만들어도 괜찮을까? ‘

어떻게 보면 제목이 주는 도발적인 자세는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이렇게 봐야만 할거다라고 알려주는 듯하다. 실제로 이 책은 이렇게 읽지 않으면 작가의 의도만 쫓아가면서 읽을 수밖에 없다. 비록 작가의 의도를 좇아 읽는 것만으로도 얻는 게 많긴 하지만 이 책은 엄연히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생명윤리 및 철학 관련 책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생명 공학이 어떻게 생명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하여 문제제기하는 것으로 책은 시작한다. 1장은 신체의 개조, 즉 유전자의 조작 등을 통해 생체 개조가 윤리적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에 대하여 말했다면 2장은 임신 시기 태아를 선별 검사하여 문제 많으면 단순히 낙태시키면 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3장은 배아 조작을 통한 인간 복제가 윤리학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1장부터 3장까지는 생명의 탄생과 관련된 생명공학과 생명윤리 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4장은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을 통제하는 세상에서 과연 낭만적이고 윤리적인 삶을 살았을 때 무사할 수 있는지를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는 책을 인용하여 서술하고 있으며 5장은 마이클 센델의 말 생명은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의 의미를 다루었고, 6장은 임신 중절에 관한 서구, 특히 기독교적인 관점과 일본 내에서의 인식(특히 불교적 관점이 많이 반영된)을 비교한다. 7장에서는 6장과 같은 비교 방법을 이용하여 뇌사와 관련된 인식의 차이를 서술한다. 이것으로 비단 생명의 탄생뿐만 아니라 죽음 등에서도 이러한 생명윤리적 문제는 제기될 수 있고 확장될 수 있음을 저자는 보여주고 싶어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생명공학은 그 기술과 평소 인간이 가지는 생활방식, 윤리와의 엄청난 괴리, 인식의 차이를 발생시켜 많은 문제를 가져왔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생명은 인간에 의해 조절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성관계를 통한 착상으로 임신시키는 방법만이 생명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게 된 이상,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식이 무너지고, 그 속에서 생겨나는 인간은 생명을 조절하고 만들어내고 강화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기존의 윤리 및 사상은 무너지고, 그 속에서 우생학적 근거를 가지는 불평등이 생겨나게 된다. , 심각한 병이 존재하거나 발병할 확률이 높아지면, 그 생명은 말 그대로 폐기하고자 하는 인식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불평등을 방치해야 하는지라는 문제를 푸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생명은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이다. 이 중요하고 함축적인 한 문장은 아이가 건강하고 튼튼하며 잘 자라는 아이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해도 그 아이를 버릴 부모가 과연 있을까라는 원초적인 인식에서 시작한다.

또한 생명권이라는 관점 속에서, 비단 태아 및 배아 문제 뿐만 아니라, 뇌사 환자의 장기를 떼어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화두도 던진다. 최근 뇌사상태에 빠졌던 60대 남자가 기적적으로 소생한 뉴스가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0.1%의 소생 가능성을 인정해야 하는지, 이것은 거의 힘들다고 판단하고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장기 이식을 진행해야 하는지를 두고 벌어지는 인식차를 7장에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는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과 생명 윤리 문제의 복잡성, 다양성 속에서도 생명의 중요성을 어떻게 윤리적이며 논리적으로 풀어가야 하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결국 결론은 생명은 소중하며, 하늘의 선물이라는 것이 결국은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한다

저자는 이 어려운 주제를 200쪽이라는 명확한 한계 속에서 깔끔하게 문제제기 및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군더더기를 빼고 핵심적인 내용만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iPS 세포(유도 만능 줄기 세포, NIPT(비침습 산전 유전자 검사), ES 세포(배아 줄기세포) 등의 용어를 좀더 이해하고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기술에 대하여 인간이 처음으로 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감이 있을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사회 문제를 발생시켰다. 하지만 생명은 단 하나뿐이고 인생도 단 한번뿐이기 때문에 생명의 소중함은 그 어떤 것 과도 비교할 수 없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선을 넘어서는 안되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고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방법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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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기사로 먹고살기 - 자격증 취득부터 공무원 취업에 이르는 알자 노하우 먹고살기 시리즈
손효진 지음 / 바른번역(왓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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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국회에서 의원 혹은 의장 앞에서 열심히 뭔가를 하는 모습을 TV에서 보면서 문득 저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에 대해서 찾아볼 기회가 있었다. 검색하면서 속기록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속기사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검색할 수 있었다. 또한 속기 및 속기 장비도 검색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속기사로 먹고 살기는 정부기관에서 일을 하다가 현재는 속기 전문 사무소의 대표가 된 속기사가 쓴 글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느낄 수 있으며, 미래비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고, 심지어는 사업성도 밝다는 내용을 전달한다. 그러면서도 최근에 기록을 은폐하고 기록을 너무 하찮게 여기나 싶은 의구심이 들었던 몇가지 사례를 들면서 기록의 중요성, 속기록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하고 있다.

이 글은 8개의 주제로 구성이 되어 있다.

우선, 기록과 속기사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에 관하여 역설하고 있다. 몇십년간 중요한 결정 속에서 또는 중요한 역사의 길목, 이슈 옆에서 묵묵히 기록하는 사람들이 속기사이기 때문임을 강조한다. 조선 시대에 사관이 있었다면 지금은 속기사가 있는 셈이다.  

두번째는 속기사가 되면 어떠한 강점이 있는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적어놓았다. 전문성이 있어서 취업에 강점이 있다는 것을 부각시켰다. 특히 정부, 국회 및 지방의 의회, 사법부에서 `속기 공무원으로서 전문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일반 회사원과 달리 경력 단절자도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업무, 즉 회의 등이 길어지면 야근이 발생한다는 것은 일반 직장인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 또 주목해야 할 점은 정부 및 관련 기관에서만 속기사가 일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법원 녹취록을 작성하는 것도 주 임무이다. 이것은 심지어 이 글의 저자와 같이 민간 속기 사무소를 차릴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다. 의외로 녹취록 관련 수수료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또한 청각장애인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로도 활동할 수 있다, 바로 자막방송 속기사이다. 장애인을 돕기 위한 관련법에 의해 자막방송을 내보내야 하는데 이 자막을 속기사가 만드는 것이다. 그외에도 언론에서도 속기사를 채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는 군에서도 속기병을 뽑아서 활용하고 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각 기관에서 일하는 속기사와의 인터뷰이다. 여러 기관에서 일하는 속기사를 생생하게 인터뷰했다. 국회, 정부(문화체육관광부), 각급 법원, 지방의회, 검찰, 경찰, 심지어는 사업 가능한 전문 속기서 사무소도 있다. 속기사에 관심 있는 사람은 어떤 기관 혹은 분야가 잘 맞는지 조금이나마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속기사가 되기 위한 준비, 즉 공부법 및 취직을 위한 인터뷰 방법이다. 공부법의 경우 저자가 어떤 공부법을 사용했는지에 대해 주로 언급하고 있다. 랩을 속기한다던지, 아니면 시간을 정하고 한다는 방법 등이 제시된다. 공부방법은 개인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저자 자신의 경험만 올린 듯하다. 취업의 경우 속기사로서 필요한 소양을 따지는 것을 제외하면, 공무원이나 민간 기업에서 준비하는 기본적인 면접방식과 대동소이하다고 나는 느꼈다.

속기사와 관련된 궁금한 사항으로서 고려된 것이 있는데, 간단하게 속기의 변천사를 언급하였으며, 공무원의 월급도 적나라하게 밝혔다. 그것도 1급부터 9급까지 호봉에 따른 임금을 표로 자세하게 언급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이지만 속기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속기사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즉 미래의 속기사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인공 지능의 파도 속에서 인공지능 관련 기술과 속기기술과의 관계 설정을 위한 관련 속기사 협회가 창설될 예정이다. (201712)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작가는 속기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당부이자 경고를 하고 있다.. 디지털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할 시 도태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속기사라는 직업에 대하여 아주 현실적으로 다룬 책이다. 공부법이 급여가 자세히 나오며, 다양한 기관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기관의 성격에 따라 속기사는 어떤 업무를 하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다 일례로써 수사 속기록을 위해서는 조사관과의 미팅이 중요하며, 영상 녹화시에만 속기록을 만들 수 있다는 규정은 관련이 있는 속기사만 알 수 있는 중요 정보 중 하나이다. 구체적이기 때문에 좀더 알 수 있고 속기사라는 것에 대하여 한층 더 적응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너무 현실적인 책이다 보니 속기사가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한 변천 과정 및 현재 기술에 대해서는 너무 간략화한 점은 눈에 띈다. 다만 속기 타이핑을 위한 장비는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또한 미래에 대해서는 인공지능의 발달 속도가 엄청나지만 이러한 발전은 속기사라는 직업을 완전히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속기사와 AI의 조화로운 협력체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언급하였지만 너무 빨리 성급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

아울러 자신과 속기사가 맞는지 잘 따져보자는 취지의 내용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독자 스스로 챙겨야 할 몫으로 남겨둔 것 같았다. 자신이 속기사인지는 몰라도 이 직업이 정말 좋다는 점만 너무 부각시키는가 하는 우려는 조금 들었다. 왜냐하면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은 나중에 이 직업을 가져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사람은 왜 그런지 약간이나마 언급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책은 정말 현실적으로 쓰여진 속기사 입문서이다. 어떤 직업인지, 속기 기술이 어떻게 변했는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심지어는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지, 급여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까는책이다. 그래서 미래 직업을,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많은 독자에게는 정말 속 시원한 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최소 중학생부터는 읽어봐야 할 책이다. 앞으로를 개척하기 위한 시작점에 서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과연 나는 속기사 적성에 맞을 수 있는가?’라는 고민은 독자, 특히 젊은 독자들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설령 적성이 정말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속기사를 응원하고 격려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우리가 현재 닥치는 문제들을 후세에 글로서 남기는, 예전 말로는 사관(史官)의 역할을 하는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손자 증손자들은 그들에게 고마워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고민과 함께했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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