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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
카린 랑베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솔직히 여자들이 남자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왠지 모를 동질감같은것이 느껴졌었다. 정말 이런 집이 있다면 들어가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되었고 그러면 내 나이에 남자친구 없는 내가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으려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 오히려 더 이상해보이려나 싶기도 했다. 여자들이 사랑을 포기하는것은 참 슬픈일이다. 어차피 사랑이라는 것은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기에 마음대로 시작할수도 멈출수도 없지만 시작하는것 조차 포기하는 모습은 왠지 내 모습을 보는듯 했다.
하지만 책 자체는 의외로 사랑스러웠다. 너무 예쁜 집이 그려져있는 책의 표지를 보면서 더 흥미가 생겼다. 얼마전 보았던 드라마 청춘시대라는것을 보면서 여자들끼리 모여사는 것에 굉장히 흥미를 가지고 있었고 재미있고 의리도 있고 우정도 만나볼 수 있겠다 싶었지만 사실 그들 개인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게 된것 같다. 친구가 여행간 동안 빈 자리에 들어가 살기로 한 줄리엣은 집에 대해 완전하게 알지 못한채로 들어간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그녀는 그 집은 고양이 한마리 빼고는 모두 여자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었다. 심지어 고장이난 것도 여자가 와서 고치지 않으면 못고치고 지낸다니 좀 비효율적이고 피곤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든지 너무 강한 법칙에는 이유가 있는것 같다. 사랑에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만큼 다시 사랑에 빠지는것이 두려웠던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심지어 금지 되어있는 사랑이야기를 외치는 줄리엣도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사랑에 빠지는것은 무서운 일이다. 이성적인 생각은 멈추고 내 모든것을 걸게 되는 일이지만 그것이 확실한 결과를 가져오거나 누구나 행복한 결과를 만날 수 있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렇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일은 시작하고 싶지도 않은 마음때문에 더욱 그녀들의 회피가 이해가 갔다.
꼭 한국처럼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컸기에 남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나 생각을 가질 수 없는 상황도 이해가 갔고 바람이 난 남편을 보게되면 남자를 포기하게 되는것도 이해가 갔다. 또 줄리엣 역시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랐기에 어쩌면 그녀도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집주인 여왕은 많은 남자를 이미 만났고 그 결과가 남자를 포기하는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녀들이 모두 이해가 갔다.
실패하고 힘들었다고 하더라도 사랑을 포기하는것이 결코 좋은 결론은 아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사랑했던 시간만큼 가치있는것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포기하기보다 희망을 가지게 되는 그런 시간이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