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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센티미터 ㅣ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지음, 김혜리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1월
평점 :

내 인생이 아름답게 흩날리는 시간, 그 순간을 꼽으라면 난 단연코 벚꽃 떨어지는 그 계절을 손에 꼽을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에겐 가장 따뜻했고 행복했던 순간이었기에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이라 하더라도 난 그 순간을 참 많이 그리워하고 좋아한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는 초속 5센티미터라고 이야기하는 그 말이 가슴 깊이 박혀서 꼭 이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애니메이션 보는것을 좋아하지만 언어의 정원을 보고난 후 이 분의 이야기에 푹 빠졌었다. 언어의 정원을 보고 또 보면서 비가 아름답게 내린다는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고 심지어 너무 싫어했던 비를 진심으로 만나보고 싶어질 정도로 좋아져 버렸다. 오랜 시간 아름다운 공원의 모습을 바라보며 난 언어의 정원을 보고 또 봤었다. 그런 나에게 또 새로운 이야기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애니메이션보다 먼저 글로 읽고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펼치게 되었고 그들의 어리지만 아름다운 사랑이 날 더 설레이게 만들었다.
어린 그들의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랑은 아직도 내 가슴에 깊숙하게 남아있다.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난 남자 주인공인 타카키의 짙은 그리움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었다. 아카리에 대한 그의 짙은 마음은 더 진하고 가슴 아프게 남게 되었다. 처음 읽었던 벚꽃이야기는 어른들의 세계에 의해 흔들리는 어린 아이들의 인생과 그들의 슬픈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졌고 그 사랑은 여전히 타카키에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런 타카키를 바라보는 카나에의 마음 또한 너무 씁쓸하게 남아있었다. 나는 카나에의 쓸쓸한 눈빛과 그리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덮는 타카키의 모습을 그리며 그들의 엇갈리는 마음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려오기도 했다.
순수하게 사랑을 바라본적이 언제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그냥 사랑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역시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다시 한번 순수한 사랑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사랑이 어느 순간 타카키에게는 상처로 남고 허전한 그 공간에 어느 누구도 들어갈 수 없게 된다. 그런 잿빛 느낌이 느껴지는 그 순간 어떤 곳에서도 어떤 시간도 모두 내것이 아니고 나 자신이 아닌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타카키를 만나며 너무나 마음이 먹먹해졌다. 마치 순수한 어린 시절을 지내다 때가 타버린 지금의 내 모습을 만나게 된것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이렇게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있어주면 어떨까 싶었다. 그런 존재를 가지고 있는 타카키가 한편으로는 부러웠고 멀어져버린 아카리에 대해 원망스러운 마음까지도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랑은 눈처럼 벚꽃처럼 기억에 아름답게 남아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