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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글을 쓰는 일은 참 멋져요. 그녀는 카피라이터이고 제가 기억하고 있는 유명한 광고의 이야기중에 하나는 분명 그녀의 손에서 나온 작품이 있을거에요. 광고를 하는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고 아주 짧은 시간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는 일인것 같아요. 처음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때 믿을 수 없었어요. 스스로 만들어냈던 카피들도 기억하지 못한다니 어떻게 그럴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각한 기억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메모를 하게되고 그렇게 회의를하면서 그리고 무심결에 넘어갈 법한 일상에서 많은 변화를 보게되고 그래서 더더욱 멋진 시각을 가지고 살아가는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저는 기억력이 물론 작가님처럼은 아니지만 엄청 안 좋은 편이어서 심할때는 제 전화번호도 물어볼때가 있을정도니까요. 물론 순간적으로 기억이 안나는 경우도 있지만 유치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같은 학교를 다닌 친구들 이름이나 얼굴도 생각이 잘 안나고 여행을 다녀왔어도 좋았던 기억은 있으나 자세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그녀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쉽게 잊지만 가장 좋은 중요한것만 기억하는 그런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았던것 같아요.
읽고 듣고 찍고 배운것들을 쓰는 이야기는 그녀의 인생에 대한 기록 같은것이었어요. 책을 좋아하고 책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진짜 지나가버린 책에 대한 기억은 오로지 읽었다라는 사실뿐이라는것을 깨닫고 지금 제가 책을 보고있는 방식이 과연 옳은것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작가님도 크게 신경쓰시지 않는것을 보고 오히려 용기와 위안을 얻을 수 있었죠. 읽었다는 사실만을 기억하더라도 몸이 그리고 가슴 깊숙이 어딘가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더라구요. 여행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던 저에게 작가님의 프랑스에 대한 열망은 왠지 꼭 닮은 쌍둥이 같았어요. 하지만 제 머리를 내리치듯 현실을 먼저 봐야한다며 읽어보고 아름다움에 감탄한 그 책은 과연 어떤 것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매일 힘든 하루를 시작하던 작가님의 아침이 아무렇지도 않게 시작될 수 있던 마법을 만나보고 싶어졌어요.
평소 음악을 듣지 않고 생활하는 순간이 거의 없는 저에게 듣고 쓰는 작가님의 이야기는 정말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물론 작가님은 엄마와 남편이라는 좋은 선생님을 두었지만 저는 저만의 취향 음악만을 계속듣는 버릇이 있어서 같은 노래를 일주일도 듣고는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항상 새로운 노래를 듣고 저만의 취향을 찾아내는것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그녀의 여행에서 미친밤으로 기억되는 리스본 여행은 정말 설레였고 그녀가 집중할때 듣는 노래와 감상적인 글을 쓸때 듣는 노래등 음악의 사용법에 대해 알게되면서 저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소개해준 그 노래들도 듣고 싶어졌어요.
저는 길을 걷다가 순간 멈춰서 지금 순간을 기억하고 싶을때 사진기는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꼭 사진을 찍어요. 그냥 손에 쥐어져있는 핸드폰일때가 많죠. 무겁게 사진기를 들고다니는 사람이 아니니 그냥 그 순간이 나에게 남아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진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른 눈을 손에 쥐게 되었다는 그 말을 잊을수 없었어요. 순간 제가 찍고 있는 그 풍경도 새로운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이라는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새로운 배움에 대한 작가님의 열정은 정말 감탄스러웠어요. 어렸을때부터 쭉 이어져온 새로운것에 대한 갈망은 언어에 대한 욕심으로 이어졌고 저 또한 엄청난 언어 욕심가이지만 실천력이 떨어져서 아쉬웠는데 조금 반성했어요. 작가님처럼 노력해도 잊혀지는것이 쉬운데 노력도 안하는 저의 모습은 안타깝더라구요. 그렇지만 흙을 만지고 공방에가서 그릇을 만들어 1년 넘게 꾸준히 배우고 있는 작가님의 1년 후에 몸으로 기억하는 깨달음은 정말 감동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꾸준히 노력해보며 살아보려구요.
이렇게 소소한 일상이 분명 저에게도 있었을텐데 그냥 지나가버린 시간들이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앞으로는 이렇게 잘 쓰지 못해도 제 일상을 기억하기 위해 소소하지만 감동적인 하루하루를 적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