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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ㅣ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3
피터 레이놀즈 지음, 김지효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만3세가 넘도록 첫째는 그림을 전혀 그리지 않는 아이였다. 색연필, 물감, 수성펜과 스케치북을 잔뜩 사줬지만 항상 자기는 못 하니까 엄마 아빠에게 그려달라고 했다. 처음부터 잘 할 순 없으니까 매일 조금씩 그리자고 설득했지만 아이는 자신이 없는지 아예 시도도 안 했다.
그런 아이가 좀 달라졌다. 여전히 뭔가 그리려고 시도하지는 않지만, 펜과 색연필을 가지고 놀면서 가끔 스케치북에 낙서를 한다. 물감을 달라고 해서 색섞기 놀이를 한다. 이제 시작이지만 뭔가 한다는 것에 내가 더 고무되어서 그렇게 하면 된다고 칭찬을 마구 쏟아 붓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 그린 그림책의 그림을 보면서 자란 내 아이는 그림이란 그런 것이라는 선입관에 빠져서 자신이 그린 그림이 엉망이란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듯싶다. 돌 지난 아이는 색연필로 선 하나만 그어도 잘 하는 건데, 그것도 제맘에 안 들었던 것 같다. 내 아이도, 이 책의 베티처럼 시작은 연필로 찍은 '점 하나'였지만 작은 점에서 여러 시도를 해서 멋진 점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책 한 권 읽어준다고 뭐가 크게 바뀔 거라고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을 보면서 내 아이가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고,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걸 편하게 생각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