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자서전 - 내 인생의 동화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고 있느라면 마치 어머니의 자궁 안에 그대로 포근히 안겨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주위는 아늑하게 조용하고 생명의 젖은 탯줄로 전해오며 어떤 시시비비도 일어나지 않는 안식처입니다.

그런데 이 동화들의 위대함은 인생을 살면서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동화라는 어린 틀에 갇힌 듯한 이야기에 쓰라린 인생 전체를 살아낸 지혜,슬픔,위로가 담겨 있었으니까요. 진정으로 이런 삶을 살아낸 자가 아니고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깊이와 울림이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은 그 덴마크작가 안데르센의 자서전입니다. 우리가 황무지의 달가스로 흔히 알고 있는 북유럽의 그 척박한 나라에 이런 지구적인 작가가 태어났다는 것은,모든 진정하고 풍요로운 선물은 절실한 고통만이 주요 재료라는 것을 웅변으로 말해주는 것이겠습니다.

지금도 안데르센을 생각하면 부족했으나 그런대로 위안이 있었던 어린 날,당치도 않을 꿈에 둥실 떠 있었던 사춘기와 청년기가 다 떠오릅니다. 아마도 이다음 휠체어의 노인이 되어서도 이 책과 동화들을 가까이하게 될 것입니다.

북적이면 또 그대로 우리들의 연말연시는 지나갑니다. 그러나 일년중 다만 며칠이라도 짬이 나는 게 바로 또 이 기간입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올해와 내년을 숙고하며 많은 후회와 반성에 젖어보는 건 어떨지요?

우리는 올 한 해 정말 정신 없이 살았습니다. 그러나 갑신년엔 좀 더 정제된 시간들을 가져야겠지요. 어쩌면 이 책 한 권이 그런 일을 가능케해줄 지도 모릅니다. 성냥팔이소녀의 성냥이 좀 더 오래 빛날 수 있도록 도와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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