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 마음의 문을 여는 한암 대종사 설법
한암 대종사 지음, 홍신선 주해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야밤에 대원들을 이끌고 오대산 상원사를 찾아온 장교는 절을 소각한다고 알렸다.한암은 방에 들어가 가사와 장삼으로 갈아 입고 나왔다.법당의 불상 앞에 정좌하고 합장하며 장교에게 '이제 불을 지르라'고 말하였다. 장교는 한암의 인격과 거룩함에 압도되어 문짝 하나만 마당에서 태우고 내려가버렸다. 이로써 상원사는 전쟁을 이겼고 가장 오래된 동종인 국보36호 상원사 동종도 무사하였다...

불법 수호를 위해 죽음도 초월했던 대종사 방한암스님은 항상 오뚝하게 앉으셔서 화두하는 것만을 오직 일로 삼았다. 허리를 구부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여간한 수좌가 아니면 겁을 먹고 오지 않았다.언제나 큰방에 앉아 계시니 대중이 꼼짝할 수가 없었다.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누워서 사는 나에게 한암스님의 행적은 아픈 죽비다. 스스로 지킴이 없으니 성사된 일이 없고 주위사람들도 덩달아 게을렀다. 나의 죄를 이제야 제대로 알겠다.

시시각각의 참된 수행이 없이 연꽃의 밝은 개화가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입만 열면 나의 흉은 없고 남의 탓만 늘어졌다. 비록 소멸의 때가 다가올지라도 인간이라면 깨닫고 고쳐 하기를 잊지 말아야겠다. 대오각성 이후에야 진정한 생애가 시작된다.'할'이라는 낱말은 두려움이면서도 간절히 기다려지는 감로수였다. 영혼이 갈증에 허덕일 때에 과연 무엇으로 그 불을 끄랴! 이 책을 보며 나는 내 안의 관솔불을 가라앉혔다. 평상심으로는 살기 힘든 세태,그러므로 우리는 양서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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