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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 절대적인 자유를 꿈꾸다 - 완역결정판
장자 지음, 김학주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6월
평점 :
학창시절 장자에 대해 배운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나비 꿈'(胡蝶蒙) 이다.
그가 꿈에 나비가 되어 훨 훨 날아다녔는데, 깨어나서 자기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사람으로서 자기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무아'의 경지, 알 것 같으면서도, 이해할 수 없어 가볍게 지나쳤던 장자를 드디어 접하게 되었다.
여러 몇분의 번역가로 나왔던 <장자>였지만 , 이 책은 1983년 <장자>최초의 완역본을 썼던 김학주님이 타이완대학시절 대학교수였던 스승님의 도움을 얻어 새로 번역한 책으로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장자의 이름은 주(周)이고, 자는 자휴(子休)이며, 노자를 이어받아 도가(道家)를 발전시킨 인물로 맹자와 비슷한 연배였으리라 추측한다고 한다. 인간 본연의 위치에서 '완전한 자유의 경지'를 추구한 그는 노자보다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유교사상의 '예의'나' 인의'의 인위적 규범과 사상의 속박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그는 사람이 타고난 그대로, 자기 자신을 의식하는 것조차 거부하면서 순수한 자연에 모든 것을 맡기고 사는 것이 가장 참된 삶의 길이라고 가르친다.
장자의 내용은 과거 기록에서 52편이라 하였으나, 지금 우리에게는 33편이 전해지고 있다. 그 중 순수한 장자의 사상을 기록하고 문장에 있어서도 가장 뛰어난 내편 7편과, 노자의 사상을 바탕으로 장자의 사상을 제자들이 다시 부연한 외편 15편과 잡편 11편, 합쳐 3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 다른 일에 빗대어 얘기하는 우언(寓言)으로 이루어져 딱딱하지 않고 , 원문과 해설, 간결한 주해를 달아 본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노자와 장자의 사상 비교나 도가와 도교의 사상적으로 크게 다른 점들을 비교해 놓은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도가사상은 사람들의 이성은 불완전한 것이고, 사람의 판단도 상대적이라 그런 판단에서 얻은 불안정한 가치를 평생 추구하기 때문에 불행해 진다고 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불행, 아름다운 것, 추한것, 좋은 것과 나쁜 것, 긴 것과 짧은 것등 모두 절대적인 판단일 수 없으며, 모두 실제로는 같은 가치이고, 심지어 삶과 죽음도 같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이런 상대적인 가치 기준을 초월하기 위해서는 기대는 곳이 없는 '무대(無待)의 경지에 이르러야 하고, 그것은 행동하고 의식하는데 있어 제약이 없는 '완전히 자유로운 경지', '자연'과 완전 합치되는 '무위 자연'하는 것인데, 이로서 사람은 완전히 자유를 누려 불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재밌는 것은 이러한 참된 사람의 모습이 몸은 마른 나뭇 가지처럼 보이고, 마음은 죽은 재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외,잡편에 여러번 나오는데, 상상해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멋진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평가도 내 의식의 완전한 자유를 찾지 못한 결과이겠지만 말이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나 또한 나만의 자유를 갈망하며 살아왔다. 남의 간섭 받기를 싫어하며, 타인의 잣대보다는 내 생각대로 , 욕심을 버리고 비교하지 않으며 살아가려고 노력해 왔다. 무위 자연을 논하기엔 턱없는 수준이지만 나름 별 스트레스 안받고 살아온 것은 저변에 깔린 그의 사상 영향은 아닌지? 그렇다고, 유교사상이 남은 우리 사회에서 얽매여 있는 인위적 규범을 무시할 만큼 용감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보니 좀 더 크고 긴 안목을 갖게 되었음일까, 불안정한 가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지혜가 생겨난다.
현대와 같이 복잡하고, 여러 관계속에 맺여지는 사회안에서 장자의 이상향이나 참된 인간상은 꿈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논리나 경험에서 오는 불안, 대중적으로 몰아가는 허상의 가치, 이로 말미암아 파생되는 고통에서 벗어나 올바른 자아를 이해하기 위해서, 근원도 모른 채 밤잠을 설치게 하는 수많은 불안과 고민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이 책이 큰 힘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하기에 내 가까이 무게감있게 버티고 있는 <장자>가 더 든든해 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