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프라임 - 11명의 지식전달자가 전하는 명품지식 바이블
EBS 지식프라임 제작팀 엮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주말을 제외하면 TV를 보는 절반 이상의 시간을 EBS에 할애한다. 세계 각 나라 여행기며,  한국의 멋진 자연과 풍물을 알리는 기행이나 다큐물들 어느 하나 흥미롭지 않은 게 없다. 그와 더불어 지식, 정보, 감동까지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은 하나라도 놓치기 아까울 정도다.

 

이 책 또한 EBS 교양 다큐 <지식프라미> 방송분 중에서 시청자들의 재방송 요청을 받은 호응이 높았던 에피소드를 선별하여 묶은 것이다. 경제, 통계, 법률, 심리, 역사, 인류학등 각 분야의 지식 전달자 11분들이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논제들과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뉴 마케팅의 이론과 효과들, 행동 경제학에서 보는 이론과 각종 딜레마와 게임들, 일상심리와 사회문제, 판례와 법리, 식민지역사의 총 6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실생활과 가깝게 연결되어있는 부분들과 이제껏 생각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생각 해 볼 좋은 기회가 되었다.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 소비자라 하는데, 그런 소비자 하나라도 붙잡기 위해 예를 들어 '햇반' 하나에도 여러 브랜드가 시장 점유율을 다투며 정교하고 치밀한 브랜드 전략으로 경쟁한다. 때로는 브랜드 인지도 문제가 제품의 질과 무관해질 수도 있고, 소비자 관여도에 따라 영향 받기때문이다.

 

합리적인 소비습관을 실천하고 있다고 믿고 있던 사람들도 방어기제에 의해 부정적 광고 메시지가 처음엔 충격이 될 수 있어도, 어느 순간부터는 무의미해진다거나, 비효율적이어도 익숙한것이나 주위사람들의 선택에 의해 영향받는 네트워크 외부성에 의해 불합리성이 승리하는  이해 안 되는 선택을 하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딱딱한 이론적 가치와 효용성을 우선시하는 것 보다는  사람과 사람, 상품과 사람의 관계성에 의미부여가 되는 일이고, 가치와 소통 등 어떤 쪽에 촛점을 맞추느냐 하는 것은 상품 특성의  마케팅이나 광고에 따라 달라지며, 앞으로 이것들의 중요성도 점 차 커진다고 봐야할 것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에 입각해 뉴욕의 강력범죄율을 5년 연속 떨어뜨린 줄리아니 뉴욕시장의 이야기나 엘리트 참모와 케네디가 결정한 쿠바 돼지만 침공의 실패의 우스광스러운 비극, 그것의 원인이 된 '집단사고'의 위험성은 가히 공감가는 부분이다.

 

특히, 권위적인 사회분위기, 남과 다름에 따른 심리적 두려움, 무차별적인 안티 네티즌의 공격등 소신것 이의제기를 하는데 많은 부담이 있는 현 우리나라 국민의 특성상 집단사고는 엄청난 위험요소를 안고 있음을 자각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론 미국이 우리나라와 너무다르다는 느낌이 든 부분은 판례와법리에 대한 부분이었다.

변호인 입회권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백을 강요한 것도 아닌 양심에 호소한 것도 변호인의 손을 들어주었으니 말이다. 이는 얼마전 서울 한 지역에서 경찰이 변호인은 커녕 자백을 강요하며 물리적 행사를 가하는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 강하게 비교되는 대목이다.내용의 질이나 수준 낮은 포르노 황제의 불온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LA파동을 몰고 오긴 했지만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범죄 혐의사실만을 고려한 원칙적인 판결등은 과연 우리법정에선 통할 수 있는 문제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강대국으로서 미국의 발전에는 소신을 택하며 권력의 하수인으로 타락하지 않은 법조인들의 힘이 한 몫했으리라 느껴진다.

 

어제와 오늘의 다른꼴과 같은 꼴은 무척 재미있다. 식민지시대 일본 유학파들의 취직걱정 또한 지금 88만원 세대와 비슷하고, 요즘 선물시장에 해당하는  미두(米豆)시장의 쌀거래를 통해 인생역정을 겪은 청년 백만장자 반복창의 얘기와 1932년에도 나진 땅투기 소동이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설투기나 과잉채무, 입시전쟁등 세월은 거의 80~90년이 지났어도 사람 사는 세상,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고민이나 사건은 같았음이 재미있고 신기하다.

 

레온 페스팅거가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일 뿐이다"라고 했듯이 인간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역사의 축을 앞으로 돌리려 애쓰고 있을뿐, 그저 시대적인 조류에 휩쓸리며 자기를 합리화하는 작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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