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스트리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2
V.S. 나이폴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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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다드 토바고 ....나라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정확히 어디에 붙어 있는 어떤 나라인지 몰라서 검색해 보았다.

남미대륙 베네주엘라 인근 카리브해에 위치한 조그만 섬나라였다.

스페인에 의해 발견되어 식민지로 지내다가 이후 프랑스와 영국에게 번갈아가며 식민지로 수탈당한 역사를 가진 나라다. 아마 로빈슨이 프라이데이를 가르치던 그런 모습이었을까?

역사적인 아픔에 따라 국민구성원들의 구성이 특이한데 아메리카 대륙으로 노예를 공급하던 중간기지 역할쯤을 하느라 아프리카 흑인들이 있고, 영국의 이주정책에 따라 영국최대의 식민지민이었던 인도인들이...본래부터 거주하던 원주민들이 섞여 있다.

뭐 읽기 전에 이러한 상식정도를 파악하고 읽는게 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어차피 사람살아가는 보편적인 모습을 그린 이야기이므로 설령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아프리카에 붙었다고 생각한다 해도 별 무리는 없을거다^^.

 

이 소설은 '나'라는 주인공 소년의 1인칭 시점으로 미겔 스트리트라는 빈민촌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들을 풀어내는 연작소설이다.

읽으면서 비슷한 구성인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이 생각났다.

지지리도 가난한 사람들의 슬픈이야기....하지만 미겔스트리트에 사는 구성원들의 슬픔의 근원은 무력함이었다.

태생적으로 규정되어진 백인에 의해 문명이라는 미명하에 착취당하는 운명을 타고난 ...거부하고 극복할 내성조차 물려받지 못한 천성처럼 몸에 달라붙어버린 무력감...

그래서 미겔 스트리트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꿈도 희망도 없이 일상화된 폭력을 서로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행사하며 살아간다.

주인공은 10대 소년으로 한무리의 또래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거리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어른들-대표적인 인물이 해트이다-과 교류하면서 미겔스트리트의 구성원들을 하나하나씩 소개하듯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17편의 각기다른 주인공을 내세운 이야기들이 있으나 일일히 언급하기도 숨찰것 같고 그나마 가장 주인공에게 영향력을 많이 끼치며 각 이야기마다 논평비슷한걸 내놓던 해트의 몰락이 16번째 이야기에서 펼쳐지는데 해트의 몰락으로 인해 주인공은 결정적으로 마지막 장을 미겔스트리트를 떠나며 마무리지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전 도전 지구탐험대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오지탐험이란 명목으로 지구촌 각빈민들의 생활속에 직접들어가서 체험하는 프로였다. 미겔스트리트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익숙한 모습을 거기서 봤을까? 언제나 공통적으로 할일없는 마을어른과 한떼의 아이들이 카메라앞으로 몰려들곤 했던것 같다.

참으로 호사스런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나라간의 빈부의 격차따위도 의미없어지고 60억인구 개개인마다 순위를 메길 지경까지 온 시점에서 다른 사람들의 빈곤이나 불행을 볼거리로 전락시키는 호사를 당당하게 누리려면 난 몇등이나 되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곤했다.

어쨋든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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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9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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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대 비극중 3번째로 맥베스를 읽었다.

예전에 티비에서 영화로 한번 봤었나..어쨋나 모르겠지만 익숙한 이야기였다.

난 셰익스피어 4대 비극중 앞서 읽었던 [햄릿],[리어왕]등의 줄거리는 미리 알고 있었지만 [맥베스],[오셀로]는 구체적인 줄거리를 모른다.

 

인간의 탐욕과 몰락에 관한 고전적인 결말...

대표적인 악인의 전형인 맥베스는 자신의 주군인 덩컨왕을 시해하고 동료장수인 뱅코를 살해하는등 끊임없는 살육을 저지른다.

반역자는 천성적으로 타고나는 걸까?

 

삼국지에서 제갈량은 위연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반골의 상을 타고 났으니 언젠간 배반할 것이라고 박대한다.

어릴적부터 삼국지를 여러번 읽어오면서 들었던 생각은 제갈량이 처음부터 위연을 그런식으로 규정지었기 때문에 그런 선입견이 위연을 반역의 길로 내몰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쩡한 사람도 맨날 배신자 소릴 듣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새 진짜 배신자가 되어버린 것 아닐까?

그래서 위연이 쫌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후 나이를 먹어가며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점점 제갈량의 선견지명을 십분 이해하는 입장으로 바뀌어 갔다.

역시 신의를 저버리는 사람은 애초에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다.

맥베스 역시 마녀들의 예언과 탐욕스런 아내의 유혹등 악행의 원인이 주변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내재되어 있던 권력에 대한 욕심이 가장 큰 작용을 하지 않았을까?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은 겪으면 겪을수록 더 모를지경이 되고...너무 기대하지도... 그래서 애초에 여지도 주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두고 사귀는게 정석이란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나이를 먹어가며 자연스럽게 생긴 이 처세의 지혜는 가끔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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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미셸 우엘벡 지음, 김윤진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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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잊혀질 것이다. 아주 빨리 난 잊혀질 것이다"

 

연인 발레리를 잃고 혼자 남은 주인공은 결국 죽음을 선택한다.

새해 벽두부터 읽기에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소립자'의 충격과 감흥이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에 골라 들었다.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논리가 극한에 달한 서구사회에서 성(sex)마저도 양극화된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던 전작 '소립자'의 무대가 작가의 고향인 프랑스로 대변되는 유럽이었다면

'플랫폼'에서는 전세계로 영역을 확대했다고나 할까....

철저한 자기반성과 자기혐오(?)를 견지하던 작가의 사상이 911사건이라던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서구에 대한 테러 때문이었던지 간에 플랫폼에서는 극단적인 이슬람혐오로

표출되어 읽으면서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어느정도 좌편향적인 사상이 지배해 왔던 프랑스 사회에서 안일한 관료주의에 물들어 나태한

세월을 보내던 40대 공무원인 주인공의 삶에 변화를 준 계기는 이민온 이슬람 처녀와 사귀던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그녀의 오빠였다.

사건의 발단부터 이슬람에 대한 혐오로 시작하여 평생 함께 하고자 했던 연인 발레리를 무차별

테러로 학살한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리스트들로 끝나는 책의 마지막 까지 이슬람에 대한 혐오의

입장을 견지한다.

소설이 발표된 이후 작가는 사석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혐오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도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이 이슬람에 대한 무차별한 공격과 혐오만이 존재한다고 한다면 별 볼일 없는

졸작임에 분명하나 플랫폼은 서구사회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동남아등 제3세계를 성(sex)의

수급지로 전락시킨 이른바 매춘관광의 실상을 고발하는 서구사회에 대한 자기성찰의 내용이 주

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어쩌면 발레리와 그의 동료 장-이브가 설립하려 했던 글로벌 매춘관광회사는 서구사회의

새로운 제국주의적 침략의 현대적인 형태이며 가장 기본적인 성(sex)마저도 자본의 논리에

의해 서구에 빼앗길 수 밖에 없는 동남아 제3세계의 항변이 이슬람 근본주의로 대변되는 폭

력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 것은 아닐까?

작가가 개인적으로 이슬람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긴 했지만 작품속에서는 이러한 균형적인

시각을 드러냄으로서 이 작품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세계가 실용이라는 기치하에 하나로 뭉치고 있는 2008년의 세계정세를 보면 실체는 어

떻던지 간에 미국의 행보에 언제나 딴지를 걸어왔던 프랑스마저도 친미적인 성향으로

돌아섰다는 기사를 보면서 한편으론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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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남자 밀리언셀러 클럽 76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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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6년 황금가지에서 출판된 [나는 전설이다]를 우연히 읽고 이 소설이 어릴적 토요명화에서

즐겨 보았던 [오메가 맨]의 원작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반가워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전설이다]는 올해 윌스미스 주연으로 개봉해서 흥행에 성공했으나 보수 꼴통 총기옹호

주의자 찰톤 해스턴 영감님 주연의 다들 졸작이라고 평가하는 [오메가 맨]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졸작이었단 생각이 든다.

 

어릴적 공상에 빠져들게 만들었던 소재들 중 1,2위가 '내가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과 '이세상

에 다른 모든 사람들이 죽고 나 혼자 남게 된다면'이었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다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철없는 어린시절 주위의 간섭과 구속으로 부터 벗어나고픈 심정에서 한 철없는 소망

이었고 반대급부로 다가올 처절한 고독에 대한 고민은 없었던 것이다.

 

요즘 카프카의 단편집도 읽고 있는데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서 읽었던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리

자무자의 고독과 소외가 떠올랐다. [줄어드는 남자]나 [나는 전설이다]는 그런 면에서 변신의

맥을 잇는다고나 할까?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니 기대반 걱정반인데....무지막지한 어드벤처 액션물로 왜곡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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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4
J.M.G. 르 클레지오 지음, 김윤진 옮김 / 민음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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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전엔 표지에 적힌  한자를  미처 보지 못했기 때문에 조서가 주인공의 이름인줄 알았다는.....^^;;

어쨋든 르 클레지오라는 프랑스 작가의 이소설은 카뮈의 [이방인]이후 최고의 문제작이라고 하는데 중간중간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들이 이방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주로 주인공인 아담 폴로의 행동을 근접카메라 기법으로  쫓는 듯이 무미건조한 문체로 이어지는데 중간중간 주인공의 어머니가 보낸 편지,아담이 쓴 메모장의 내용등을 그대로 보여주며 단락자체를 공백으로 비우기도 하고 문장에 줄을 긋기도 심지어는 뭉개지워버린 듯한 그래픽이 그대로 등장하기도 하는등 인상적이다.

 주인공이 왜 세상을 등지고 떠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원인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아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까지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세상과의 인위적인 관계속에서 어떻게 생각하면 하찮달 수도 있는 외부적인 요인으로만 규정되어지는 인간실존이란 화두에 대해 이처럼 심각하고 사실적으로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삶이 힘들고 내 존재자체도 부정하고 싶을 정도의 자기혐오로 견디기 힘들었던 젊은 날을 돌이켜 보면 나또한 아담폴로처럼 세상과의 인연을 지워버리고 망각의 시공속으로 떠나고 싶었던 적이 없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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