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미셸 우엘벡 지음, 김윤진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잊혀질 것이다. 아주 빨리 난 잊혀질 것이다"

 

연인 발레리를 잃고 혼자 남은 주인공은 결국 죽음을 선택한다.

새해 벽두부터 읽기에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소립자'의 충격과 감흥이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에 골라 들었다.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논리가 극한에 달한 서구사회에서 성(sex)마저도 양극화된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던 전작 '소립자'의 무대가 작가의 고향인 프랑스로 대변되는 유럽이었다면

'플랫폼'에서는 전세계로 영역을 확대했다고나 할까....

철저한 자기반성과 자기혐오(?)를 견지하던 작가의 사상이 911사건이라던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서구에 대한 테러 때문이었던지 간에 플랫폼에서는 극단적인 이슬람혐오로

표출되어 읽으면서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어느정도 좌편향적인 사상이 지배해 왔던 프랑스 사회에서 안일한 관료주의에 물들어 나태한

세월을 보내던 40대 공무원인 주인공의 삶에 변화를 준 계기는 이민온 이슬람 처녀와 사귀던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그녀의 오빠였다.

사건의 발단부터 이슬람에 대한 혐오로 시작하여 평생 함께 하고자 했던 연인 발레리를 무차별

테러로 학살한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리스트들로 끝나는 책의 마지막 까지 이슬람에 대한 혐오의

입장을 견지한다.

소설이 발표된 이후 작가는 사석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혐오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도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이 이슬람에 대한 무차별한 공격과 혐오만이 존재한다고 한다면 별 볼일 없는

졸작임에 분명하나 플랫폼은 서구사회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동남아등 제3세계를 성(sex)의

수급지로 전락시킨 이른바 매춘관광의 실상을 고발하는 서구사회에 대한 자기성찰의 내용이 주

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어쩌면 발레리와 그의 동료 장-이브가 설립하려 했던 글로벌 매춘관광회사는 서구사회의

새로운 제국주의적 침략의 현대적인 형태이며 가장 기본적인 성(sex)마저도 자본의 논리에

의해 서구에 빼앗길 수 밖에 없는 동남아 제3세계의 항변이 이슬람 근본주의로 대변되는 폭

력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 것은 아닐까?

작가가 개인적으로 이슬람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긴 했지만 작품속에서는 이러한 균형적인

시각을 드러냄으로서 이 작품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세계가 실용이라는 기치하에 하나로 뭉치고 있는 2008년의 세계정세를 보면 실체는 어

떻던지 간에 미국의 행보에 언제나 딴지를 걸어왔던 프랑스마저도 친미적인 성향으로

돌아섰다는 기사를 보면서 한편으론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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