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의 삶이 존중받을 만하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투쟁 속에서 어느 순간 강인한 투사의 모습이 아니라면 결코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외로운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아도 좋다. 장애를, 예쁘지 않은 얼굴을, 가난을, 차별받는 인종, 성별, 성적 지향을 지닌 채 살아가면서도 모든 것을 당당히 부정하고, 자신의 ‘결핍‘을 실천적으로 수용하고, 법 앞에서 권리를 발명하는 인간으로 설 수 있는 사람이 과연얼마나 될까? 그렇게 서야만 우리가 존엄하고 매력적인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수용하고 돌보려 노력하지만 결코 완전하지는 못할 이 취약함‘ 이야말로, 각자의 개별적 상황과 다른 정체성집단에 속해 있는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분모일 것이다.
- P3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은 신체를 훼손당할 때 인격체로서의 존엄성에 큰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개인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 특유의 욕망과 선호, 희망, 자율성으로 구성되는 개별적 인격성을 인정받기못할 때도 사회적 존재로서의 존엄성을 크게 훼손당한다. 장애, 질병, 빈곤 등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자신의 목적을 실현할 수단으로 삼아 철저히 익명화(기호화)하는 방식으로 연출하는공연은 결국 이들을 실격당한 존재로 만든다. 당신과 내가 장애, 질병, 빈곤, 인종, 나이 등을 이유로 누군가의 동정이나 혐오를 받기쉬운 처지에 있고, 그러한 처지 이외에는 존재의 고유성을 철저히상실한 상태로 타인의 공연에 동원되었다면, 우리의 삶도 쓰구이야마유리엔의 비극과 (멀리서나마)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더큰 문제는 나와 당신이 그 ‘피해자의 삶에만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가해자 우에마쓰 사토시와도 연결되어 있다.
- P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또 서울이나 평양처럼 큰 도시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풍경을떠올렸지. 그랬더니 무서운 생각이 들더군. 그때에도 보름이면 이세상은 달빛으로 가득차지 않겠나? 달이야 거기 사람이 있든 없든 찼다가 이지러지는 그 자연의 법칙을 반복하겠지. 그런 무심한것이 자연이라는 것도 모르고 인간들은 거기에 정을 둔단 말이지.
마치 해와 달이 자기 인생을 구원해주기라도 하듯이 말이야. 오호, 우리의 태양이시여, 영원한 달님이시여, 라고 찬양하면서. 하지만 해와 달은 그 누구의 인생도 구원하지 않아. 우리도 그런 자연을 닮아 노래는 들리는 대로 들으면 되고, 춤은 보이는 대로 보면 되는 거지, 좋으니 나쁘니 마음을 쏟았다 뺏었다 할 필요는 없었던 거야."
- P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그가 죽이고 싶었던 것은 그 자신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도나의 행복, 나의 예술, 나의 사랑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가 되살아날 수 없는 것처럼 나도 회복하지 못했으면 하는 집요한 의지의실행이었다.
- P1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벌써 몇 해 전에 나는 깨달았다. 어린 시절 나는 얼마나 많은 거짓된 것들을 참되다 여겼던가. 그 뒤로 이것들 위에 세워 올린 모든 것들은 또한 얼마나 의심스러운가. 그러니 내가 언젠가 학문에 확고부동한 무언가를 세우고자 열망한다
면, 사는 동안 한번은 모든 것을 뿌리째 뒤집어 최초의 토대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하리라. 그러나 이 일은 어마어마해보여서 나는 내가 이 과업을 수행하기에는 그만이다 싶을 만큼 성숙해질, 그때를 기다렸다. 이 때문에 나는 너무 오랫동안 이 일을 미루었고, 하마터면 이때를 재느라 실행하라고남겨진 시간을 모두 흘려보낼 뻔했다. 만일 그랬다면 나는내내 죄책감 속에서 지냈을 것이다. 이제는 때가 왔다. 오늘나는 정신을 모든 걱정거리로부터 풀어놓고 나 자신과 차분한 한때를 약속한 뒤 홀로 들어앉아 있다. 이제부터 진지하면서도 자유롭게 내 의견들을 통째로 뒤집는 일에 몰두할 것이다.

지혜의 탐구로서의 철학이라면 일처리의 현명함과 완전한 인식이 데카르트의 것이다 명석하고 명증한것이 제일 원리들이다 비물질적인 것들 신과 인간과 영혼의 형이상학을 탐구함이 제일철학이다 우리는 정신을 감각으로부터 선입견으로부터 떼어놓기 어렵지만 의심해야한다 확고불변한 것을 진지하게 자유롭게 의심하라
전적으로 확실하지 않다면 의심하라 믿었던 모든 것을 의심하라 내 신체에 대한 의심 수학적 진리에의 의심까지도 모두 나로부터 출발이다 - P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