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서울이나 평양처럼 큰 도시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풍경을떠올렸지. 그랬더니 무서운 생각이 들더군. 그때에도 보름이면 이세상은 달빛으로 가득차지 않겠나? 달이야 거기 사람이 있든 없든 찼다가 이지러지는 그 자연의 법칙을 반복하겠지. 그런 무심한것이 자연이라는 것도 모르고 인간들은 거기에 정을 둔단 말이지.
마치 해와 달이 자기 인생을 구원해주기라도 하듯이 말이야. 오호, 우리의 태양이시여, 영원한 달님이시여, 라고 찬양하면서. 하지만 해와 달은 그 누구의 인생도 구원하지 않아. 우리도 그런 자연을 닮아 노래는 들리는 대로 들으면 되고, 춤은 보이는 대로 보면 되는 거지, 좋으니 나쁘니 마음을 쏟았다 뺏었다 할 필요는 없었던 거야."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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