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신체를 훼손당할 때 인격체로서의 존엄성에 큰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개인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 특유의 욕망과 선호, 희망, 자율성으로 구성되는 개별적 인격성을 인정받기못할 때도 사회적 존재로서의 존엄성을 크게 훼손당한다. 장애, 질병, 빈곤 등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자신의 목적을 실현할 수단으로 삼아 철저히 익명화(기호화)하는 방식으로 연출하는공연은 결국 이들을 실격당한 존재로 만든다. 당신과 내가 장애, 질병, 빈곤, 인종, 나이 등을 이유로 누군가의 동정이나 혐오를 받기쉬운 처지에 있고, 그러한 처지 이외에는 존재의 고유성을 철저히상실한 상태로 타인의 공연에 동원되었다면, 우리의 삶도 쓰구이야마유리엔의 비극과 (멀리서나마)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더큰 문제는 나와 당신이 그 ‘피해자의 삶에만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가해자 우에마쓰 사토시와도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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