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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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서리꽃은 2권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이다.
1권에서는 주인공 이재이와 그의 연인 윤소인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우연처럼 만나서 첫눈에 반하고, 또 한 번 운명처럼 만나서 인연으로 엮어진 연인의 이야기이다. 조정래 작가는 모든 게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사회에서 진득한 사랑을 보여주려고 했다지만 둘의 사랑은 순간의 불꽃처럼 순식간에 타올랐다. 

말도 못 붙였던 첫 만남과 '선배'라고 불리었던 두 번째 만남을 뒤로하고, 세 번째 만남에서 바로 '선배'에서 '오빠'로 호칭이 넘어가고 둘은 활활 타올랐다.
서리꽃의 주인공 이재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라면 정성을 다한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시간, 노력을 듬뿍 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돈에도 아낌이라는 것이 없다.
이재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서리꽃을 읽는 데에 가장 중요한 점은 작가가 '조정래'라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그 작가. 
조정래란 말이다.
그 작가가 처음으로 쓴 사랑 이야기다.
그것도 '아주 슬픈 사랑 이야기'라는 소재를 골랐다.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의도치 않게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펼쳐야 할 때가 있다.
우선, 서평 도서로 서리꽃이 두 권 도착했다.
동시에 아주 예전에 신청했었던 '네가 나를 떠나면' 책이 같이 도착해 버렸다. 그리고 독서 모임 선정 도서인 '혼모노'까지 읽어 내야 한다. 동시에 읽어야 했던 이 책들 중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다.
'혼모노'는 단편들이 7편 모인 소설집이니 일단 중간에 끊기 편하겠다는 생각으로 앞쪽 단편들을 읽었다. 그리고 서리꽃 1권을 읽고, '네가 나를 떠나면' 책을 읽었다. 동시에 3권을 읽으니 책들이 서로 비교가 되었다.
작가들이 소설 주제로 어떤 소재를 선택했는지, 어떤 배경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어떤 단어들을 사용하고 어떤 문장력을 펼치는지 비교가 되었다. 역시 번역을 거치는 것보다 작가의 날것 그대로의 문장을 직접 냄새 맡는 게 좋았다.
서리꽃은 소재는 별로였을 지언정 작가의 언어가 굉장히 좋았다. 깊이있는 문장력과 '진짜'작가란 이런 것이다!를 본 것같은 그 느낌이 좋았다. 

이번 서리꽃에서 작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혼모노 사랑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짧고 간단하게 연락하는 것 말고 진지하고 신중한 연락으로. 가볍게 만나는 우연 같은 만남이 아닌 무겁게 만나는 인연을. 가짜같이 보이는 사랑 말고 '진짜'같이 보이는 사랑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단어 하나하나에 깊이가 새겨지고 문장마다 작가가 담으려 했던 무게가 느껴진다.
다만, 소재나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나와 안 맞는다는 게 조금 아쉬웠다. 이재이가 주는 방식이 안 맞고 그것을 그대로 받기만 하는 윤소인의 방식이 또한 나와 맞지 않았다.
만일 이 책이 독서 모임 선정 도서가 되었다면 난 "이재이는 부잣집 도련님이 아닌 가난한 집 도련님이었어야 해요. 그래야 줄 수 없는 슬픔에 더 처절하게 아파했을 테니까"라고 토로하고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모든 곳에 오픈되는 온라인 공간 말고, 독서 모임같이 오프라인 공간이라면 이 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다!!!!!!!!!


서리꽃은 작가님의 이름을 보고 선택한 책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기대를 많이 했고, 더 실망을 많이 했다.
이번 책은 조정래 작가의 앞전 책을 읽은 팬이 '팬심'으로 접하기 좋은 책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슐랭 요리사의 메인 요리를 놔두고 사이드 샐러드만 맛본 사람 같았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은 이곳저곳 여행을 많이 다닌다.
주인공들이 여행을 다닐 때 그 여행길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이 아닌 함께 동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여행길에서는 소설 속 이재이가 아닌 조정래 작가와 함께 여러 곳을 둘러보고 역사적 배경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서 좋았다.
아주 좋은 가이드와 함께했던 여행길.
나중에 보림사는 꼭 가봐야지.



점심은 라면을 먹었다.
아주 간단하게 조리하고, 김치 하나만 꺼내서 간단하게 상차림하고, 냄비째 먹었으니 치우는 것도 설거지도 아주 간단하게 끝냈다. 혼자 먹는 점심은 늘 간단했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한 일은 늘 간단했다. 

저녁은 장을 봐야 한다.
장바구니 가득 신선한 식료품들을 사고, 시간 들여 조리를 하고, 이것저것 상차림에도 신경을 쓴다. 그렇다 보니 다 먹고 나서 치워야 할 것도 산더미고 설거지하는 데에도 시간이 엄청 걸린다. 함께 먹는 저녁은 간단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위해 상을 차리는 일은 전혀 간단하지 않았다.
사람은 누군가를 대접할 때 정성을 차린다.
좋아하는 마음이 클수록 정성은 더해져만 간다. 그러니 사랑하는 연인을 위할 때는 진수성찬이라는 마음을 차려낸다.
윤소인을 위한 이재이의 마음도 진수성찬이었다.
간단함이 없는 정성이 들어간 마음 차림이었다.
그리고 작가가 만들어 내는 '사랑'이라는 정성이 독자인 내 마음속에 정갈한 진수성찬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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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떠나면
크리스털 하나 김 지음, 허선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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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을 빼앗아가는 시대적 아픔을 청춘들로 잘 표현해낸. 재밌게 잘 읽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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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떠나면
크리스털 하나 김 지음, 허선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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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죽기 전에 천 개의 삶을 산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단 하나의 삶만 산다." 

이야기는 또 하나의 세계다.
창조주가 된 작가가 구성해 낸 새로운 세계.
작가의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곳.
그래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다.
상상에 빠지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가.
내가 모르는 세상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좋다.
이야기를 들을 때는 내가 그 세계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좋다.
이야기는 주인공과 나를 동일시시켜서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때로는 순전히 관찰자의 시점으로 지켜보게도 해준다. 그렇게 다른 세상을 접할 때 내 세상도 함께 확장되어 감을 느낀다. 

  다른 세상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게 되었다. 애니도, 웹툰도, 영화도, 소설도 모두 좋아한다. 모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이야기를 많이 듣는 자는 천 번의 삶을 산다.


이번 책을 선택하게 되었던 계기는
"이민 2세대 크리스털 하나 김 작가가 외할머니의 한국전쟁 피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한 데뷔작 <네가 나를 떠나면>이 소담출판사에서 출간된다."를 보고서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라는 말이 좋았다.
그 문구를 보고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이 생각났다.
이 책은 현재의 손녀가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할머니가 옛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굉장히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누군가가 도서 추천을 해달라고 하면 『밝은 밤』은 꼭 목록에 넣었을 정도였다.
그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다시 한번 '할머니가 들려주는 한국전쟁 이야기' 책을 선택했다.


책을 처음 받아 보면 일단 겉모습을 대충 살펴보게 된다.
받은 책이 굉장히 두껍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페이지가 마지막으로 적혀 있는 곳을 펴보니 585가 적혀 있다. 그리고 그 뒤에 추천서들이 몇 페이지 더 추가되어 있다. 엄청난 벽돌책이 나에게 왔다는 생각을 하면서 겉표지를 들여다봤다.
『네가 나를 떠나면』 제목을 다시 훑어본다.
제목이 외국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크리스털 하나 김' 작가의 이름에서 고개가 갸웃했다. 왜 '크리스탈'이라고 하지 않고 '크리스털'이라고 했을까.
크리스탈이 더 예쁘지 않나.
요즘 세상에 궁금한 건 다 검색을 해 보면 될 일이다.
검색해 봤더니 오랫동안 '크리스탈'로 사용해 왔으나 잘못된 표기법이고 '크리스털'이 올바른 표기법이라고 한다.
그렇구나. 

겉표지를 들추고 드러난 책날개에는 보통 작가의 소개가 적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책날개에는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어떤 유명한 곳에 소개가 되었고, 어떤 상을 받았으며 작가가 얼마나 유망받는지가 적혀 있다.
이런 홍보 문구는 보통 벗겨 버릴 수 있는 '띠표지'에만 하지 않나. 호감도가 확 꺾여 버렸다. 

연보라빛의 겉표지를 지나서 회색빛의 속표지를 두 장 지난다. 먹구름이 잔뜩 낀 것 같은 어두운 목차를 지나면 암흑 같은 1부가 나온다.
그렇게 '해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네가 나를 떠나면』은 1950년대 부산의 피난민촌에서 시작된다.
6·25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남쪽으로 피난 갔던 그 시절.
잘 곳 없어 천막으로 움집을 만들고, 먹을 것이 없어 나무껍질을 뜯어서 삶아 먹었던 그 배고팠던 그 시절이 소설의 시작이다.
이번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지만 최근에 번역이 되어 익숙한 언어로 아주 편안하게 읽힌다.
50년대의 시대상이 배경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느 정도 옛말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나. 시대 특유의 현장감이 없다고 해야 할까. 책이 마냥 현대처럼 술술 읽히는 것이 처음에는 이상하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기대했던 할머니의 옛 문장은 없었다. 

소설의 초반에는 부산 사람들 특유의 사투리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중간에 포로로 북한군이 나오거나 북쪽에 살던 주민들이 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잠시 내려왔는데 휴전선이 쳐져 버리는 바람에 돌아가지 못한 이야기들이 나올 때 북한 말투로 실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이번 원작은 영어로 쓰였을 것이고 그 영어 원작이 번역가를 거쳐서 나오는 과정에서 전부 현대의 표준말로 바뀌어 버린 거라고 짐작한다. 크리스털 하나 김 작가는 한국 출판사에게 번역에 관한 어떤 요청이 없었는지 조금 궁금했다.
요즘은 사극에서도 배우들이 현대 언어로 대사를 하는 시대가 되었으니까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읽기 좋게 잘 번역된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다시금 경환이랑 해미는 사투리를 써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같은 언어를 쓴다는 언어적인 연대와 서울말을 쓰는 지수와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금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해미는 예쁜 얼굴에 조금 상스러운 말투를 하고, 경환이는 잘생긴 얼굴에 시골 촌뜨기의 말투에 억척스러움이 묻어났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책을 읽을수록 이번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굉장한 흡입력이 있는 책이다. 시대적 배경에 내용 구성도 잘 짜 넣었다고 생각된다. 주인공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시대의 상처라는 게 이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나를 떠나면』 이야기는 화자가 한 번씩 바뀐다.
해미, 경환, 지수가 주요 중심인물이고 이들을 둘러싼 가족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가 나올 때도 있다.
첫 번째 이야기가 해미의 이야기여서일까.
해미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읽고 나면 주인공을 해미라고 생각해 버리게 되고, 그 뒤로도 해미를 중심으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어 버린다. 같은 여자로서, 같은 아이 엄마로서, 같이 소녀에서 아줌마로 늙어 가는 처지로서 해미와 동일시를 하게 된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이번 세계에 빠져서 해미의 옆자리에 계속 같이 앉아 있었다. 같이 울고 웃으며 끝내는 같이 서러웠다. 왜 이다지도 서럽고 서러웠는지 모를 일이다. 

『네가 나를 떠나면』은 전쟁을 피해 피난 온 피난민들의 이야기이다. 같은 피난민이었고, 같은 마을 주민이었고, 같은 가족이었다. 같은 울타리 안에서 같이 밥을 나눠 먹으며 배고픔과 서러움을 함께 견뎠던 동포들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뭐가 그리도 서러웠는지 모르겠다. 계속 서러웠다. 이 서러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등장인물들은  가족이었다.
한 지붕 아래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은 때때로 서로에게 악역이 된다. 정말 의도치 않게, 혹은 실수로 악역이 된다.
애증이라고 했던가. 가족이라고 애틋하고 가족이라고 의지할 수밖에 없고 가족이라서 밉고 가족이라서 증오하게 된다.
그래서 끊임없이 싸우고 끊임없이 사과하고 끊임없이 화해한다. 가족이라서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 

이야기 속에 가족들이 해미에게 악역이 될 때 감정이입을 유독 크게 했던 것 같다.
'너는 그러면 안 되지'라는 감정이 솟구쳤다.
그래서 더 서러웠나 보다.
이 두꺼운 벽돌책을 놓지 못하고 끊임없이 읽어 내려갔다.
두꺼운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더 두꺼웠으면 하고 바랐다.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이야기가 끝났을 때 마음에 큰 돌덩어리가 하나 얹어진 것 같다.
잘 쓰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편집 부분에서 조금 더 손댔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것 같다. 작가의 외가쪽이 한국에 있다고 나온 것 같은데 그들의 도움을 받아 사투리부분이나 옛단어의 도움을 받아 재번역본이 나왔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이야기에 대한 애정이 커져버려서 어쩔수없이 생기는 아쉬움이다. 

이야기가 끝이 나서 책을 덮을 때, 마지막으로 보이는 건 책 표지 그림이다. 책 표지에 서 있는 사람은 해미일 것이다.
해미는 혼자 서있다. 외롭게.
해미의 뒷모습이 유난히도 서럽다.



#K디아스포라 
#장편소설 
#한국전쟁 
#네가나를떠나면 
#크리스털하나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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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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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고 묵직하니 진행되는 스토리.
80년대 애뜻한 사랑이야기를 보는것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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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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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눈은 예쁘다. 
눈꽃이라고 하면 더 예쁘다. 하늘에서 소복소복 내리는 눈은 보드라운 눈송이들이 부드럽게 내려오고 있는 듯한 모양새가 예쁘다. 이미 지상을 덮어버린 눈들은 온 세상을 새하얗고 포근하게 감싸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것 또한 예쁘다. 
서리도 예쁘다. 
서리꽃이라고 하면 더 예쁘다. 다만 눈이 물방울의 차가운 결정체라면 서리는 수증기의 차가운 결정체이다. 눈보다 작고 눈보다 연약한 것이다. 그래서 서리는 새벽녘에 아주 잠깐 생겼다가 해가 뜨기 이전에 모두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서리꽃은 찰나의 반짝이는 예쁨이다. 

책 표지에 그려진 서리꽃이 무난히도 어여쁘다. 책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책 표지인데, 책 표지의 예쁨에 가슴이 설렜다. 이렇게나 예쁜 책이 2권이나 온다니. 얼른 읽어보고 싶다. 더군다나 조정래 작가의 신간 소설이라니. 사랑 소설이라니... 서리꽃 같은 사랑 이야기라니.. 이 얼마나 기대되는 일인가. 

서리꽃이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독서 모임 선정 도서를 읽고 있는 도중이었다. 성격상 책을 이것저것 동시에 읽는 재주를 배우지 못했다. 한 번 읽기 시작한 것은 일단 끝까지 읽고 난 후에 다음 책을 읽어야 하는 성격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읽던 책은 단편집의 모음이니 한 편의 단편이 끝났다는 핑계로 얼른 덮어버리고 이번 책 '서리꽃'을 펼쳤다. 이번 책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컸던 것이다. 

조정래 작가의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들어왔던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의 저자인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선생님들도 '시간 내서' 꼭 한 번 읽어보라는 말을 여러 번 하셨다. 하지만 그 '시간 내서'라는 추임새를 가볍게 여기기란 쉽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 어떻게 시간을 낸단 말인가. 그 책들에는 내가 건드릴 수 없는 어떤 결계가 쳐져 있는데.... 그러다 도서관에 갔을 때 '풀꽃도 꽃이다'라는 책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책 표지의 산뜻함과 제목에 이끌려서 빌릴지 말지.. 수십 번 고민을 했지만.. 작가의 이름 앞에서 계속 망설이기만 하다 결국 포기하고 선택하기 쉬운 책을 뽑아 들고야 말았다. 작가의 이름 앞에서 그 책을 가볍게 선택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아버린 것이다. 내가 그렇게 쉬운 마음으로 읽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진지하게 '시간 내서' 읽기 시작해야 되는 것 같으니.. 

이번 서리꽃의 선택은 어떤 이끌림이 존재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피어난 가장 뜨거운 조정래 문학을 만나다!!"
라는 띠표지를 하고 있는데. 어찌 선택의 가벼움이 있었겠는가. 뜨거운 문학을 뜨겁게 받아보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그렇게 조정래의 서리꽃 1, 2권이 내 앞에 도착했다. 

영화나 소설 같은 어떤 작품을 접할 때에 아무 사전 정보 없이 접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단 날것 그대로를 접해서 순수한 감상을 먼저 맛보는 것이다. 그 후에 인터넷을 통해 해석을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둘러보면서 내가 무엇을 놓쳤었는지, 내 감상과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해 보곤 한다. 그래서 이번 서리꽃도 아무 정보 없이 일단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추천서 같은 것이 없어서 너무나도 좋았다. 책의 홍보용으로 타인의 추천서를 받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내용을 왜 책의 앞부분에 박제해버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었다. 이번 책은 다른 내용 없이 작가의 말로 시작해서 바로 본문으로 이어지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일단 '작가의 말'도 건너뛰고 바로 본 소설로 바로 읽기 시작했다. 

서리꽃의 첫 감상은 오래된 한국 고전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80년대 젊은이들의 이야기 같다. 일단 작가가 할아버지이니, 할아버지 특유의 옛 문장들이 막 쏟아진다. 어디선가 '등장인물들은 작가의 능력을 벗어나지 못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등장인물이 어떤 능력을 펼칠 때에 작가의 능력보다 뛰어남을 펼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번 등장인물은 현대의 젊은이들인데, 아무리 젊게 봐주려고 해도 현대의 감수성이란 없고 구시대적인 노인들의 감수성만 남아 있다. '그냥.. 한국 고전이라고 생각하고 읽자'라고 다짐하고 읽으려고 했더니. 뜬금없이 스마트폰이 나온다. 그런데 주인공들이 스마트폰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노인들이 키오스크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보는 것과 같다. 아니, 요즘 젊은이들의 스마트폰을 대하는 인식이 저렇다고?
주인공인 이재이가 유학 가서 첫해에 쓴 수첩 날짜가 2020년이다. 그 날짜를 추측으로 이재이는 1995년생이고,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세상에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나왔고. 대중에게 보급되기까지 넉넉잡아 1년을 더 준다 해도 중2 때 여기저기 스마트폰을 들고 다녔다. 그 정도라면 성인이 되었을 때 이미 스마트폰과 한 몸처럼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부잣집인데 너도나도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집에서 제일 먼저 사주었겠지. 

작가가 요즘 세대의 젊은이들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이가 95년생이면 현재 만으로 30살, 한국식으로 31살이다. 한국에서 대학생활 4년 하고 유학 생활 4년을 마친. 아직 사회에 물들지 않은 철딱서니 없는 새파랗게 어린 젊은이다. 그런데 말투나 사상이 너무 노인이다. 그럴 거면 현재를 시대 배경으로 하지 말고 80년대를 시대 배경으로 하는 게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더 어우러지지 않나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이 책의 주제는 시대가 아닌 '사랑'이다. 사랑이란, 인간 본연의 마음으로 어느 시대에나 사랑은 변치 않는 것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과거여서도 미래여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젊은이들의 사랑이나 노인들의 사랑이나 사랑하는 마음은 같은 것 아닐까. 그러니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사랑 이야기에는 시대가 중요한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도중도중 주인공인 이재의 성격이 매우 마음에 안 들어서 정말 책을 덮어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더불어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는 4인방 모두의 성격이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 연애에 있어 너무 구시대의 사고들을 하는 것이다. 그나마 친구 부부는 사회에 한 번 나가봐서 사회의 쓴맛을 이미 경험했다. 주인공의 소심증은 그럴 수 있다 쳐도 왜 직장에 다니지 않고 스스로의 능력으로 상황을 헤쳐 나가려 하지 않는지 답답증이 일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1권을 다 읽고 나서 잠시 생각에 빠져 보았다. 

작가는 슬픈 사랑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고 한다. 
슬픈 사랑이라... 슬픈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람을 사랑하는데 슬프다는 건 무엇일까. 작가는 주인공인 이재이를 통해서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또 생각해 보게 된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장기라도 내어줘야 하나. 가끔 연인에게 자신의 각막을 내어주면서 시력을 포기하는 스토리도 간혹 있지 않나. 여기서는 왜 돈만 내어주게 되었나. 그것도 본인의 능력이 아닌 가족에게 구차하게 사정하면서일까. 이재이는 자신이 가진 것을 준 게 맞나? 자신의 능력이 아닌 타인의 능력을 연인에게 준 거 아닐까? 이재이의 능력이란 무엇일까. 

어디선가 현대를 '모든 것을 요약하는 시대'라고 표현했다. 긴 활자를 읽어내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표현하는 말이다. 영상도 긴 영상은 인기를 끌지 못하고 1분 정도의 짧은 숏츠들이 인기를 차지한다. 긴 내용은 외면받는 것이다. 그에 반해 서리꽃은 호흡이 아주 길다. 장면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마다 요약이란 찾아볼 수 없고 길고 자세하게 이어진다.  그것은 장점이 될수도 단점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이의 사회를 모르는 철딱서니없음이 너무 날것 그대로 전해지니 말이다. 주인공의 초조함과 긴장감, 그리고 설레임과 애정이 진득하니 전해진다. 그것이 독자인 나에게 진지한 묵직함을 전해준다. 

1권을 다 읽고, 뒷표지를 본 다음에 제일 앞에 있는 '작가의 말'을 읽어보았다. 글에 진심인 작가. 그래서 글에 자신의 마음을 담는 작가라는 것이 느껴졌다. 이번 책을 통해서 조정래 작가의 문장이 좋아졌다. 2권까지 다 읽고나면 다음에 도서관에 가면 지난번에 망설였던 '풀꽃도 꽃이다'를 집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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