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지도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1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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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윤동주의 서시는 별 5개가 아깝지 않습니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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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지도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1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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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이어령'이라는 이름을 검색해보면 '대한민국 언론인'이라고 나온다. 문학평론가, 저술가, 대학교수를 지낸 국어국문학자이며, 초대 문화부장관을 역임했던 이어령. 지금은 시대의 지성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있는 이어령. 우리는 그를 큰 어르신이라고 부른다.

그런 이어령선생님은 1933년 12월 29일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2022년 2월 26일 향년 88세로 사망했다고 나온다.

그의 사망 직전에 나왔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책을 보면 이어령 선생님은 자신과의 인터뷰 내용을 사망후에 편집해서 출판해 달라고 유언을 남긴다. 그는 별로 돌아가지만 그의 글은 그때부터 시작이라는 암시였다. 사람은 떠났지만 글은 남아서 영원토록 읽히면서 기억되고,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계속해서 살아가는 이상을 꿈꾸셨던거 같다. 그런 말이 버젓이 책에 남겨져 있는데 '마지막수업'책은 사망직전에 출판되어 세상으로 나왔다. 그 당시 독서모임을 하였던 우리는 얼마나 분노했던가.

이어령 선생님의 글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전4권)으로 만났다. 4권의 책이 순서대로 나오는 동안에 뒤에 2권 만을 만나보았는데도, 책이 상당히 훌륭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자신이 알고있는 것,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을 책속에 다 넣어주셨다. 책의 저자가 한국인이라서 좋았고, 한국인의 이야기가 들어가서 더더욱 좋았다.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말과 글, 그들의 기호, 그들의 언어의 이야기를 상세하고도 자상하게 적어주셔서 읽는 내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글을 남기셨을지 뭉클해지기 까지했다.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는 4권 만이 나오므로 거기에서 끝나는 줄 알았었는데, '끝나지 않는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가 또 한번 나온다. 이번에는 6권으로 나온다고 한다. 그중에 지금 서평쓰는 '별의 지도'는 끝나지 않는 한국인의 이야기 시리즈 중에 1권이다.
책을 펼쳐서 '이야기속으로'를 읽어보면, 예전부터 보았던 '한국인 이야기'시리즈의 '이야기속으로'가 동일하게 수록되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같은 '들어가기'코너가 동일하게 수록되어 있다는 것은 같은 시리즈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시한번 꼬부랑 '이야기속으로'를 읽어본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게 되면 자신이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를 이제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합니다. 천년만년을 이어온 생명줄처럼 이야기줄도 그렇게 이어져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인생 일장춘몽이 아닙니다. 인생 일장 한토막 이야기인 거지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선녀와 신선을 만나 돌아온 나무꾼처럼 믿든 말든 이 세상에는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옛날이야기를 남기고 가는 거지요. 이것이 지금부터 내가 들려줄 '한국인 이야기' 꼬부랑 열두 고개입니다."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이번 '끝나지 않는 한국인이야기 시리즈' 6권이 끝나면 나머지 엄청난 2권이 더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꼬부랑 열두 고개이니까.


앞선 '한국인 이야기'시리즈는 한국인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한국인이 주인공이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살고있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꼬부랑 할아버지의 시선으로 다정하게 풀어가 주신다.
이번에 나오는 '끝나지 않는 한국인이야기' 시리즈에서는 천지인 이야기를 하고싶으신다는 느낌을 받는다. 천지인 이야기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인데, 이 세가지가 따로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모두 함께 어울리며 하나로 살아간다.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서로가 서로를 엮어준다. 이어령 선생님의 글은 이렇게 한국인에서 천지인으로 동양과 서양에서 세계로, 그리고 우주전체로 나아간다.

글의 초반에 천지인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이번 1권인 '별의 지도'에서는 별, 그러니깐 하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풀어가는 하늘과 땅과 바람과 잎새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별의 지도'는 천지인에서 천, 즉 하늘의 이야기이다.
하늘에 떠있는 별의 이야기를 윤동주의 <서시>로 시작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딘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별의 지도' 는 윤동주의 <서시>로 시작해서 <서시>로 끝난다. 책 한권에 <서시>가 10번도 더 넘게 나오는 거 같다. 책을 한 권 읽다보면 <서시>가 저절로 외워진다.

학창시절부터 교과서에 실리는 서시를 이렇게나 깊고도 감명깊게 읽었었던가 되돌아본다. 그의 시, 그의 노래, 그의 별.
그리고 그의 부끄러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에서 나오는 부끄러움을 가만히 생각해본다. '부끄럽다' 부끄럽다는 것은 시선의 의식이라고 한다. 내 자신의 위치에서 나를 보는 것이 아니고, 다른 위치에서 나를 보았을때 느끼는 그 부끄러움.
성경에서는 선악과를 따먹으므로 처음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 이전에는 부끄러움이 없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와 스스로 하고싶은대로 살며 어린아이처럼 행복했던 시절이였던 것이다. 그런 인간에게 찾아온 부끄러움은 어쩌면 인간이 사회화를 택하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책에서는 각 본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본성은 하늘이 주는 것이며, 본성이란 아이의 마음이니, 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고 사는 자를 '대인'이라 부른다고 한다.
아이는 부끄러움이 없다. 그저 해맑고, 그저 나아가며, 그저 행복할뿐.


'별의 지도'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을 꼽으라면 <형나라 사람이 활을 잃어버린 이야기>가 등장하는 부분이다.

"형인이 활을 잃고도 활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하기를 '형나라 사람이 잃은 것을 형나라 사람이 주울 것이니 찾아서 뭣하겠는가?' 공자가 그 말을 듣고 '형을 빼는 것이 옳다'고 하자 노자가 그 말을 듣고 '사람인자도 빼는 것이 옳다'라고 했다"

물건을 잃어버렸을때의 내 태도는 어땠던가. 어떻게든 찾으려고 애썼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내가 잃어버린 물건을 누군가 주워서 잘 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 라고 말 할수 있다는 그자는 대인이 아니겠는가. 집안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우리 식구중 누군가가 주워서 썼다면 충분한 만족이 된다. 조금 넓게 나아가 내가 잃어버린 물건을 우리나라 사람이 썼다면 그것도 어느정도는 만족이 된다. 하지만 내가 잃어버린 비싼 물건을 일본인이 주웠다면? 그것은 용서가 안되는 일이다.
새삼스럽게 나는 민족주의가 굉장히 심하다는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책에서는 나라의 개념, 인종의 개념을 빼보라고 한다. 그러면 도처에서 발생하는 국가간의 분쟁들이 어느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이어지는 이어령 선생님의 민족을 넘어서 인종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배울점이 많아서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데 그 정점은 하얼빈 이야기로 치닫는다.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안중근 의사가 총 쏘아 죽인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을 나라 대 나라로 보면 이토히로부미는 일본인에게는 애국자이고 안중근은 테러 범죄자가 된다. 반대로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이토 히로부미는 국가의 원수이고 안중근 의사는 영웅이 된다.
이어령 선생님은 여기에서 국가를 빼라고 말씀하신다. 국가를 뺀 상태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면 안중근 의사는 일본이라는 국가와 싸운 사람이 아니라, 비인간 적인 짓을 저지르는 세력에 맞서 세계 인류에 대한 폭력을 막은 사람.
즉, 비인간적인 세력과 싸워서 이긴 사람이고  한국의 영웅이 아니라 인류의 영웅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가주의에서 한 차원 더 올라가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아주 적절한 설명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별의 지도' 책은 크지않고 작고 아담하다. 페이지도 많지 않은데. 그 작은 책에 주옥같은 말이 어찌나 많은지 곳곳에 표시하면서 읽는다고 책 표지에 제목이 코팅된 부분이 벌써 벗겨져 버렸다. 그중에 한 구절을 소개해본다.

"'진리는 나그네' 라는 말도 있어요. 진리는 한 곳에 사로잡혀 있지 않 은 것,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섭렵하는 것입니다. 구하고 떠나며, 떠나서 다시 구하는 것입니다. 진리는 나그네인 것이죠.
나그네에게 신념은 버려야 할 짐일지 몰라요. 신념에 사로잡혀 답이 정해져 있는 사람과는 대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대화가 중요한 것이죠. 길 떠난 나그네에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은 달라야 해요. 그래서 오늘이 제일 아름답고, '지금 여기'가 중요한 것이죠. 오늘도 내일도 변하지 않는 신념을 가진 사람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

고개를 끄덕끄덕이며 읽고 또 읽었다.
살면서 진실이라고 믿는 신념이 생기곤 한다. 속으로 다짐하는 나만의 신념이. 가끔 그런 신념이 스스로 무너지기도 하며, 어떨때는 억지로 반대의 행동을 해서 억지로 무너뜨려 보기도 했다. 한때는 진실이라고 믿었지만 그런 신념이 무너졌을때 진실이 아니였구나를 깨달으며 진실이란 계속해서 변화하는것이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모두 망상은 아닐까를 생각해본 것이다. 이런 구절을 읽으면 그런 내 마음에 힘이 더해진다. 떠오르는 생각들은 모두 망상이며 진실은 없다. 다만 어제보다 좀 더 나은 내일의 내가 되기 위해 지금 이순간 깨어있기를 바랄뿐.

이번 '별의 지도' 책은 읽기도 좋고 감동하기에도 좋아서 이런책이야말로 베스트셀러에 올라서 모두가 다 같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느꼈다. 글은 사라지지 않으니 백년만년 살아남아서 후세에 널리 읽히는 책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책 속에는 별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우리나라 시인들의 시가 곳곳에 실려서 시를 감상하기에도 좋다.
시대가 변해서 지금의 아이들은 꼬부랑 할머니라는 말도,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라는 의미도 전혀 모를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러니 우리 어른들이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어떨까.
그가 들려주고 싶었던 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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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에디터스 컬렉션 1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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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오사무자체와 그당시시대상을 함께 알수있어서 좋은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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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에디터스 컬렉션 1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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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이라는 책의 작가가 '다자이 오사무'라는 것을 본순간. '아! 이건 읽어야 해!' 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정말이지 작가만 보고 책을 선택한 것이다.
책의 표지에 앉아있는 여자가 기모노를 입고 있고 다자이 오사무는 원래 자전적인 순수문학을 쓰는 자이니 딱 그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해줄거라는 예상을 가지고 책을 기다렸다.
도착한 책은 사이즈가 조금 작았으나 아담하니 손에 잡고 펼쳐보기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의 사이즈가 작았던 탓일까.
책의 페이지가 착착 펼쳐지지 않아 종이책을 손에 잡고있기가 불편한 지경에 이르렀다. 하는수없이 전자책으로 넘어가려고 전자도서관과 밀리의서재에 사양을 검색해보았더니 밀리의서재에 이 책이 전자책으로 떡하니 있는게 아닌가.
반가운 마음으로 얼른 전자책을 다운받고 편하게 읽어보았다.



'사양'은 29살의 가즈코의 이야기이다.
그녀의 집안은 귀족 가문이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조금씩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저 아름답고 고고함 그 자체로만 묘사되는 아픈 어머니와 자존심이 센 마약중독자 남동생, 그리고 그녀의 사랑이 나온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라고 불린다. 소설에 자신의 이야기를 지나치게 많이 실기 때문이다.
그냥 다 실제 자신의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왜 사양에서는 주인공이 여자이냐?
그건 다자이가 애인이었던 오타 시스코의 일기를 보고서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일기를 보고서 소설을 쓴 건 사양이 처음이 아니다. 여학생이라는 소설도 타인의 일기를 보고 쓴 소설인데, 소설과 실제 일기의 내용이 90%나 같다고 한다.

참 꾸며낼 줄 모르고 있는 그대로 쓰는 게 참으로 다자이 상 답다. 이번 사양은 실제 시스코의 일기와 얼마나 같을까? 거의 대부분이 일기의 내용을 그대로 쓴 것일 테다.
소설 속 가즈코가 만나고자 했던 선생님 우에하라 씨가 다자이상으로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닐 거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가즈코가 우에하라의 외모를 흉하게 표현한 게 많이 씁쓸했다.


"저 사람이 나의 무지개 M.C, 내 삶의 이유였던 그 사람이란 말인가. 6년. 헝클어진 긴 머리는 옛날 그대로인데 안타깝게도 적갈색으로 바래고 얼굴은 누렇게 떴다. 눈 주위는 벌겋게 짓무르고 앞니가 빠져 계속해서 입을 오물거리는 게 꼭 늙은 원숭이 한 마리가 꾸부정하게 구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뜬금없이 남동생인 나오지가 죽는다.
아니... 어쩌면 나오지의 죽음은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유서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진짜 다자이상은 나오지였구나.
나오지의 유서를 읽기 전까지는 "에휴..다자이상은 뭐가 문제였을까.. 어휴.." 이런 느낌이었다. 꼭 한숨을 같이 넣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나오지의 유서를 읽으면 "그랬구나..." 하게 된다.
실제 다자이상. 인간실격에서의 다자이상. 사양에서의 우에하라와 나오지로 나오는 다자이상. 모두를 보면 그가 보인다. 그의 죽음이 조금은 보인다.

자신의 이상과 돈 앞에서 꺾이는 자기혐오. 원래도 인간 불신이 있었던 듯한데. 병원 입원 도중 치료를 위해 진통제로 사용되던 마약에 중독되어 지인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한다. 그런데 입원시키는 과정이 지인들이 그냥 요양원으로 속이고 강제 입원시켰던 듯하다.
"나를 인간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말았다."라고 할 정도로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인간실격을 읽을 때만 해도 그저 풍요로운 집안에서 고귀하게 태어나서 지나치게 둥가 둥가 해주니 애가 삐딱선 타는 거 아니냐며 혀를 쯧쯧 찼더랬다.
그는 귀족으로 태어났다. 귀족으로 자랐다. 하지만 그는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을 믿었다. 그래서 민중에 속하고 싶어 했고 사람들 속에 녹아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민중은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귀족이라는 시선을 받아야 했고 철저하게 이방인의 시선을 견뎌야 했다.

"나는 그저 귀족이란 나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 발광하고 시시덕거리고 타락한 거야. ....
귀족으로 태어난 것이 우리의 죄일까. 그저 그 집에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영원히, 예를 들어 유다 집안의 자식처럼, 민중에게 죄스러워하고, 끝없이 사죄하고, 부끄러워하며 살아가야만 해."


인간실격은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라고 시작한다. 그는 부끄러웠던 거다. 그의 태생이. 그의 나약함이. 그의 인생이.
귀족으로 태어나서 자라난 고향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테다. 하지만 그의 필명은 자신의 본명인 쓰시마 슈지를 고향 사투리로 읽을 때의 다자이 오사무로 택했다. 고향 사람들이 자신을 다자이 오사무로 불러줬던 게 좋았던 것일 테지.

사양 소설 속에는 성경 이야기가 나온다.
성경으로 보는 죽음. 비난받으며 죽는 구원자.
그는 스스로를 구원하고 싶어 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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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 최진석의 자전적 철학 이야기
최진석 지음 / 북루덴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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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철학가님은  '탁월한 사유의 시선' 책이 독서모임 선정도서로 선정되면서 처음 만나게 되었었다.
철학가의 책이라는 간단한 정보만을 가지고 만났던 그의 책에서는 많은 철학적 사유가 들어있었는다. 그 중에서도 인간이 철학을 하기까지 발전단계를 써놓은 것이 유달리 기억에 남는다. 초기의 인간은 의식주 같은 생존에 필요한 것에만 신경을 쓰다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과학을 발전하려고 애쓴다고 한다. 그러다가 문명이 어느정도 진화가 되었다고 느끼면 그제서야 인간은 철학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 짧은 문장속에 어찌나 많은 의문과 생각들이 떠올랐던지. 어린시절에는 마냥 놀기에만 바빴고, 학창시절에는 공부만 하기에 바빴고, 성인이 되어 돈을 벌기에 바빴는데, 그때에는 하지 않았던 철학을 나이든 지금 하려고 드는 내모습이 이해가 되었던 순간이기도 했다. 그후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그 내용만큼은 계속해서 기억에 남아 있고 더불어 철학자님의 이름도 무언의 형태로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렇게 한 작가의 책이 좋았고 기억에 남아있다면 다음책의 출간 소식은 환영의 형태로 반기게 된다.
그렇게 최진석 철학자님의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책은 최진석 철학가님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처음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으로 이 책은 노자와 장자의 철학을 깊게 담고있는 해석서 같은 책일거라 예상해보았다. 막상 책을 딱 펼쳐보면 '음..그냥 일기장인가..' 이렇게 생각해버리고 만다.
책 날개를 살펴보면 이미 '나홀로 읽는 도덕경','장자절학' 같은 전문 철학서의 냄새를 풍기는 책들이 출간되었다. 그중에 '노자의 목소리로 읽는 도덕경'책은 중국에서도 번역 출간되었다고 한다.
전문냄새를 풍기는 책들이 앞서 출간된 적이 있으니 이번 책은 그냥 단순한 에세이정도, 일기정도로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철학자의 에세이이니 철학적인 이야기 이리라.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책은 최진석 철학자의 자전적 철학 이야기이다. 어린시절부터 가족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어린시절을 담는다는 것. 그건 자신의 삶을 글로 담았다고 생각된다.
한겨울 할아버지와 손자들이 화롯불 주위에 도란도란 모여 앉아서 할아버지의 어린시절을 옛이야기 듣듯이 듣는 모양새가 그려진다. 그런 모습은 이어령 선생님의 '한국인이야기' 책이 따라 떠오른다. 할아버지가 옛이야기 들려주듯이 자신의 어린시절과 더불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조곤조곤 조언해주시는 모습이다.


최진석 철학가님은 모두가 '별같은 사람이 되자'고 말하고 있다.
'별처럼 산다'고 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면서 '내가 나로 빛난다' 는 뜻이라고 한다.
내가 별이 되는 삶을 원하자는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이다.
시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왕이 지배할때는 왕이 별이었지만, 시민이 주인이 되었을때에는 시민이 별이 되어야 한다고 외친다. 그리고 주인이 되면 '역사의 책임성' 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대목을 읽을때에 순간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책에 직접적으로 나와있지는 않지만 모든 맥락을 함께 살펴보면 '역사의 책임성' 을 가지는 별같은 시민이 되자는 말은 정신똑바로 차리고 정부를 제대로 바라보라는 이야기이다. 제대로 주인노릇하라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타국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살아왔다. 특히 일본과 중국의 영향이 강하다. 그 영향은 우리의 문화와 언어에 강하게 자리잡아 아직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서 독립해서 우리만의 토대를 만들 것을 말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이어령 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지속하신 것이 떠올랐다.
타국의 영향에서 벗어나서 우리만의 문화를 정립시키는 것이 이 노인들의 원이다.
그래서 이어령 선생님은 책 시리즈가 '한국인이야기'인데, 최진석 철학자님은 왜 타국의 철학자들인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라고 제목을 지었을까.

우리는 거인들의 어깨위에 살고 있다는 말이있다.
큰 발자취를 남긴 이들을 거인이라고 하는데, 그들이 만들어 놓은 토대 위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거인들은 지식과 깨달음이라는 영감을 얻은 이들이다.
우리는 영감을 체험한 이들의 결과물들을 배우며 공부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스스로 영감을 체험해보는 일이라고 한다. 호기심을 가지고 집요한 궁금증을 지속시키며 깊은 사유를 했을때 얻어지는 지적통찰이라는 영감 말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사유하면서 스스로의 질문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답을 얻어내는 것.
다시한번 제목이 떠올랐다.
왜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지금까지의 내용들은 전부 누군가의 지배를 받지말고, 스스로 사유하고, 스스로 빛나며, 스스로 영감을 얻어서 별이되자 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라는 제목이라니..

사람이 전부 다르게 생겼듯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도 전부 다르다. 같은 음식, 같은 음악, 같은 풍경을 바라보아도 전부 느끼는 바가 다르다. 책도 같은 내용을 읽었더라도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바가 전부 다르다. 그 이유를 사람이 가지고 있는 바탕이 전부 다르니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 다행이라고 말해주시는 최진석 철학가님의 말씀이 좋았다.

이번 책에서 나를 사로잡아 사유하게끔 이끈 문장은 135페이지였다.

"자신의 '순수함'을 지키는 바로 그 '우둔한' 성인은 어떤 높이에 있는 사람인가. 장자는 말한다.
"해나 달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우주를 겨드랑이에 낀" 정도의 사람이다. 지식이 되었든 사고의 폭이 되었든 감각이 되었든 간에 해나 달이나 우주의 높이 내지는 넓이에 닿아 있다는 뜻이다."

저 문장속에 '감각이 되었든' 이부분에 한참을 머물렀다. 그동안 사유의 힘을 키우기 위해 책읽는 활동만 열심히 해왔다.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면서 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이 내가 행했던 사유의 방법이였다.
그런데 '감각이 되었든' 이라니.
그러고보니 세상은 감각을 통한 현상성으로 세상을 본다고 알고는 있었는데, 왜 시각만 그다지도 중요하게 여겼을까?
시각으로 보는건 뭐든지 좋아했다.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을 봤다고 자부할수있을 정도로 애니오타쿠이며, 웹툰과 웹소설을 섭렵해왔었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책과 동시에 보고있는 웹소설이 있다. 보고 보고 또 본다. 그러다 잠시 쉬고싶으면 유튜브로 음악을 잠시 듣고 다시 읽으러 들어간다. 시각적인 삶만 살아왔다고 깨닫는다.
진짜 세상은 오감으로 느끼는 것인데 말이다.
감각을 키워볼 생각은 전혀 못했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다. 그림을 보는 방법을 배우면 그림이 보인다고 하는 것처럼,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면 세상이 좀더 잘보이는건 당연한거였다. 보는 것은 충분하니 이제는 피부로 느끼는 것을 키워줄 차례가 아닌가 싶다.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닌 직접 현장에서 현장성을 체험하는 것 말이다.
좋은 곳에 여행을 다녀와봤자 다녀왔던 기억은 곧 사라진다고 했다. 다만 그곳에 갔던 감정만은 남아서 내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정말 좋은 곳에 다녀왔던 사람은 그 한번의 기억으로 평생을 산다고 하더라. 그것이 오감으로 세상을 사유하는 법이 아닐까싶다.

감각의 문을 활짝 열고 세상 그자체를 받아들였을때 나에게도 바람의 빛깔이 보이리라.

이번 책은 전문 작가의 글은 아니여서 매끄럽게 읽힌다는 느낌은 없지만 꼼꼼하게 읽게 되는 책이였다. 어디선가 광고로 이번 달에 기대되는 신작으로 이책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 작가파워로 올라간 것 같았다. 같은 이유로 책을 꼼꼼이 읽었다. 완독으로 끝마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철학가의 사유를 깊게 들여다본다는 것. 그리고 그 사유를 받아 내 사유를 키워가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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