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솔로지 -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거의 모든 역사
송준호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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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솔로지' 란 '사피엔스+학문' 이다.
'현생 인류에 대한 모든 지식' 을 뜻한다고 하는 '사피엔솔로지'는 '인류학' 책이다.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거의 모든 역사" 의 소제목을 달고 홍보하고 있는 책을 보는 순간. 인류학 분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작가 이름이 쓰여진 부분에 한글 이름이 적힌 것을 보고는 굉장히 놀라웠다. 우리나라 작가님이 쓴 인류학 서적이라니. 외국 학자들의 시선으로 쓰여진 인류학 책만을 보다가 우리나라 학자의 시선으로 쓰여진 인류학 책을 볼 수있는 거라는 높은 기대를 가지고 책을 신청하고 기다렸다.

책을 받자마자 책 날개에 쓰여진 작가 부분부터 살폈다.
이번 '사피엔솔로지' 책의 작가는 '송준호' 작가님으로 "현직 의과대학 교수이자 내과의사" 라고 소개되어 지고 있었다. 작가소개 부분을 찬찬히 읽어보니 외국대학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인류학' 부분을 공부하셨나 보다.

"이 책을 처음 구상할 때는 의학과 생명공학 기술에 진화학과 사회생물학을 융합해 분야를 넘나들며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다뤄보려 했다" 라고 에필로그 부분에 쓰여있다.


책을 순차적으로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순서대로 머리말부터 읽었다. 머리말에 이어서 프롤로그까지 읽으니 이번 작가님은 글을 어렵게 쓰는 작가라는게 느껴졌다. 사용하는 단어가 어려우니 내용까지 어려워지고, 간단하게 요약 정리되어 있는 내용들이니 친절한 설명이 없어서 더더욱 어렵게 다가왔다. 프롤로그만 읽었는데 책이 어렵다고 생각되니 이 책을 잘못 선택했나 싶어 아차스러운 순간도 찾아왔었다.
그렇게 책에 대한 흥미도가 떨어진 채로 1장으로 들어갔다.


'사피엔솔로지' 책은 1장부터 상당히 재밌어진다.
앞서 프롤로그에서 애정도가 조금 떨어진 상태에서 읽기 시작해서 그런가. 1장부터는 어렵다는 느낌없이 쉽게 읽을수가 있는데, 내용이 재밌다 보니 가독성이 붙어서 페이지도 엄청 빨리 넘어갔다.
만약에 내가 아는 지인이 이 책을 읽으려고 한다면 머리말과 프롤로그는 일단 스킵하고 바로 1장부터 읽으라고 추천해줘야 겠다. 그럼 책에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테니.

'사피엔솔로지' 책은 전체적으로 딱딱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초반에는 책이 딱딱하게 느껴질수가 있는데, 적응되면 간단한 문장들이라고도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초반에 나오는 고고학 같은 경우는 워낙 오래전에 일어났던 일들이고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많은 학자들이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는 분야이다. 그래서 고고학같은 경우는 하나의 사건을 이야기할때 '추측하고 있다' 라거나 '가설' 이라는 말을 상당히 많이 쓰면서 정답이 아닌 하나의 가설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을 볼수가 있는데, 이번책에서는 그런 표현이 거의 없고 책에 나오는 이론이 정답인 것 처럼 이야기 하고 있어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사피엔솔로지' 책에 고고학분야에는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이 나와서 재미있다. 책이 독서모임에 선정도서로 선정되어도 재미있게 토론할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앞부분에서 기억에 많이 남았던 내용은 그동안 궁금했었는데 찾아보지 않고 궁금증 으로만 남겨놨었던 주제가 나왔을 때다. 바로 '유인원은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는데, 왜 사피엔스는 피부를 드러내게 되었을까?' 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털이 있는 부분은 땀샘이 막혀서 체온을 식혀주지 못한다는 사실과 체온을 식히지 않고 계속 상승된 상태로 달리면 죽을수도 있다는 사실이였다. 그동안 사피엔스가 덩치큰 맹수들을 사냥할때 지구력으로 승부를 본다는 점은 알고있었는데, 몸에 털을 포기하고 땀샘을 선택해 체온을 낮추면서 장시간 승부에서 버틴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 외에도 책 내용을 가지고 토론해보면 재밌겠다 싶은 내용들이 많았다.
* 언어가 임신한 여자가 남자에게 당신이 친부라는 것을 설득시키기 위해 진화했다고 하는 것.
*진화심리학자들이 반페미니스트라고 불린다고 하는 것.
*유성생식이 아닌 무성생식을 택했다면 영원히 살 수도 있었으리라고 말하는 것.
*인류에게 농경이 실수였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수렵.채칩 시대로 돌아갈수 있겠냐고 하는 것.
*인간은 원래 직관적 동물이지 수학하는 동물이 아니였다고 하는 것.
*인공지능에게 생존본능을 심어주는 방법에 대해서.


책의 앞부분을 채운 흥미로운 고고학들의 내용과 유전자 내용을 넘어가면 '생명의 비밀'의 내용을 담고 있는 5장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5장을 만남과 동시에 책의 페이지가 넘어가는 속도가 상당히 느려지고 책을 덮어버리는 구간이 나오게 된다.
앞서 '이기적 유전자' 책 내용을 통째로 압축해놓은 듯한 부분을 읽을때만 해도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어내려갔었는데, 본격적인 과학시간이 찾아왔다고 생각하니 페이지가 더디게 넘어가게 된 것이다. 솔직히 이해하기도 어려웠는데 그냥 페이지를 넘겨버리는 구간이 더 많았던거 같다.

뒤이어 나오는 6장의 인공지능 부분에서는 인공지능이 발달되는 과정을 볼수가 있는데, 이부분은 뒷부분에 나오는 넓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과정을 읽는 시간이 재미있었다.

"뉴로모픽 인공지능은 태초에 나타난 뇌와 비슷할 것이다. 무작위로 벌어지는 환경의 변화에 직관적으로 대처하고, 위험을 회피하고, 생존 가능성을 올리는 '운동' 기관으로서의 뇌 말이다."

인공지능이 직관을 가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어령 선생님은 착한 인공지능을 만들어 인간에게 이롭게 사용하면 된다고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아무래도 걱정되는 것이 사실인데, 그 분야의 개발자를 비롯한 전문가들과 이번 책의 작가 또한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니 걱정은 사그라 들지 않는다.

이런 책의 마무리는 늘 '환경'과 '기후위기' 였으니, 이번 책도 기후에 관한 내용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면서 읽었는데, 역시나 제일 마지막은 기후로 장식했다.
특히나 더 어마무시하게 마무리를 하셨다. 우주적 시간으로 봤을때 태양은 점점더 뜨거워질 것이고, 지구는 점점더 척박해져갈 것이고, 결국 지구에는 생명체가 살수 없게 될것이니.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 우리의 운명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며 본내용은 끝난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은 단순히 유명한 학자들의 이론을 다 가져다 요약정리해 놓은 책이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인류학 분야를 좋아하긴 하지만 읽은 책의 내용이 많지 않다. 유명한 '이기적 유전자','사피엔스','총균쇠' 요정도만 알고있는데, 이 책에서 유명한 책 내용들이 중복되고 반복되어서 나온다. 특히나 3장은 거의 '이기적 유전자' 책과 비슷하다. 그럴것이 '이기적 유전자' 책도 유명한 학자들의 이론을 모두다 끌어와 요약정리해놓은 내용이고, 3장도 '유전자' 분야에서 유명한 학자들의 이론을 다 끌어와 요약정리를 했으니 그내용이 그내용일 수 밖에.

하지만 '밈' 이라는게 무엇이었던가.
모방으로 시작하지만 자기의 주관적인 관점에 따라 재정립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롭게 재해석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책은 송준호 작가님의 관점으로 정리된 인류학 책이니 작가님이 바라보는 세계가 어떤지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송준호 작가님의 시선으로 정리된 세계를 함께 바라보며 이것저것 많은것을 생각해볼수 있어서 흥미롭고 재밌는 시간이 되었다.
다음에는 유럽쪽 관점으로 쓰여진 인류학말고 순수하게 우리나라 관점으로 쓰여진 인류학책도 써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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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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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인데도 옛날 꽁트를 보는듯 재밌게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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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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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을 읽었을때, 그 책이 좋았다면 작가를 기억하면서 출판사도 같이 기억하곤 한다. 그렇게 기억된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우선적으로 눈길이 가게된다. 보통은 작가를 보고 책을 선택하지만, 가끔 드물게 출판사를 보고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번 책 '투명인간' 은 출판사를 보고 책을 선택한 경우다.

'새움' 출판사가 기억에 남았던 첫 책은 '위대한 개츠비' 책을 접하면서 였다. 생각보다 작았던 그 책이 생각보다 안 읽혔는데 이는 원본을 있는 그대로 번역하기 위한 노력이였다고 설명된다.
책들의 번역가는 이정서 번역가로 2014년 기존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오역을 지적하는 새로운 번역서를 내놓으며 학계에 충격을 가져왔다고 소개를 시작한다. 작가가 쓴 그대로 서술 구조를 지키는 번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이라고 한다. 직역을 주장하며 기존 번역서들의 시간과 존칭 개념들을 바로잡았다고 한다.
'잘 안 읽힌다' 라고 기억해버린 그 책이 왜 그리도 기억에 남았을까? 그 안 읽힌다는 느낌속에서 문장의 화려한 표현력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번역된 문장이 아닌 원본 자체를 본다면 이런 느낌일까?를 얼핏 느낀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새움출판사에서 나온 '인간실격'을 읽었을때 마냥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설핏 좋았던 안개같은 느낌이 스며들어 좋다는 강한 인상으로 자리잡아 버린 것이다.
그렇게 새움출판사에서 나온 '투명인간' 책을 보게되니 당장 읽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 수 밖에. 당장 신청하게 될 수 밖에.


"웰스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세계와 사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조지 오웰-

'1984'로 너무나도 유명한 조지오웰이 극찬했다는 작가. SF의 창시자 격인데다가 노벨문학상에 네차례나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홍보문구를 보니 읽어보기도 전에 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번 '투명인간'은 신청하고 받아서 읽기 전까지 기대감이 매우 높았던 작품이다. 기대감이 높았던 탓일까. 실제로 읽어 나갔을때는 기대에 충족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투명인간' 책을 읽기 전 이미지는 마치 '프랑켄슈타인'과 같았다. 읽기도 전에 이미 줄거리를 알고 있는 작품. 너무나도 유명하기에 이곳저곳에서 수많은 패러디가 존재하여 이미 알고 있는 캐릭터의 개성.
그래서 읽지 않았지만 마치 읽은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작품.
하지만 패러디로 접하고 상상으로만 접했던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소설로 접했을때, '그'가 묘사해내는 정서들이 매우 놀랍고도 슬퍼서 마음깊숙한 곳까지 울림을 전했었다. 그런 감동을 '투명인간'에서도 느끼게 되리라 기대를 했던거 같다.

투명인간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과 주변인들과의 마찰속에서 다양한 고뇌와 심리묘사가 들어가있길 기대하고 읽었는데. 이번 책은 코미디극을 본다는 느낌이 강했다. 한편한편 에피소드들이 자리하고 주인공을 둘러싼 마을사람들의 우수꽝스러운 이야기들.

이번 책은 다행히도 안읽힌다는 느낌은 없었다. 문장이 복잡하지 않고 짧막하니 읽기 편했던거 같다. 간단한 표현들과 단순한 문장들이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게 해주어 간편하게 읽기 좋았다.
책도 작고 아담하니 손안에 잘 잡히고 종이재질도 두꺼워서 잡고 보기 좋아서 더 읽는 내내 페이지가 잘 넘어갔던거 같다.

작가인 허버트 조지 웰스는 1866년생이고, 큰 인기를 누린 '타임머신'은 1895년에 발표된 작품이라고 한다. 투명인간은 그 뒤에 나온 작품이라고 하나 이 또한 1800년대에 나온 소설일테다. 투명인간을 읽으면 내용적인 면에서 꼬투리를 잡고 싶은게 여럿 생기는데, 100년도 더 전에 이런 공상과학을 상상했다는 것 자체에 집중하면 그저 그랬겠거니 하고 넘길수있게 된다. 과거에나 지금에나 낯선것에 대한 호기심과 판도라상자를 열어보고자 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은 것같다. 이것이 인간 본성 그 자체라면 우리는 낯선 타인을 어디까지 포용가능할까. 또 내 비밀은 타인들이 어디까지 포용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고전이 잊혀지지 않고 계속해서 사랑받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런 고전을 미국판으로 번역된 작품말고 오리지널 인 영국판으로 읽어 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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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의 용이 울 때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2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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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의 옛이야기를 듣는듯 정겨우면서 배울점이 많은 교훈적인 이야기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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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의 용이 울 때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2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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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팬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그 한사람의 첫 만남도 책이였고, 계속해서 책으로만 만났고, 앞으로도 책으로만 만날테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팬이 될 테다.


평소에도 신간들을 둘러보는 편이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찾아서 살펴보는 편인데, 이어령 선생님의 신간은 특별히 알림등록을 해두었다. 최근에 읽은 이어령 선생님의 책이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1편이기 때문이다. 그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책은   전6권으로 이루어졌다. 1권을 읽었으니 이제 2권이 나올 차례라 기다리는 마음으로 알림등록을 해두었던 것인데, 핸드폰에 알림이 울렸을때 마음 깊숙히 반가운 마음이 크게 울렸다.

앞 전 시리즈의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책은 책이 크고 두껍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 나오는 시리즈들은 '별의 지도'도 그렇고 책이 작고 아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인 이야기' 책은 전 시리즈이기 때문에 '들어가는말'이 모두 동일하다. 모두 꼬부랑할머니의 고갯길로 시작을 한다. 그리고 끝나지 않는 한국인 이야기에서는 앞서 '천지인' 이야기를 하셨다. 그리고 1권이 '별의지도' 라는 제목을 달고 하늘의 이야기를 하신 책이다. 1권을 다 읽으면서 앞으로 나올 2권의 내용을 살짝 예상해 보았는데, 역시나 이번 2권은 '땅속의 용이 울때' 라는 제목을 달고 땅의 이야기를 하신다. 제목에서 '용'은 '지룡' 이다. '지룡'은 '지렁이'이니 이 책은 지렁이의 울음을 이야기 하시는 책이다. 지렁이의 울음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번 책은 다 읽고 나서 많이 곤란해진 부분이 있다.
이어령 선생님의 이름이다. 책날개에 선생님의 이름이 한글로만 되어 있길래, 검색창에 '이어령'선생님의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선생님의 이름중에 '령' 이라는 글자는 한자로 '寧' 이렇게 나온다. '편안할 녕' 이라는 글자이다.

"그 뒤 내 글이 국정교과서에 실리게 되어 편수관들이 모였어요. 그때는 남의 이름이라도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국가에서 지정한 표기법으로 통일하게 했죠.
집안에서 불러준 '이의영', 중학교 때 '이어영', 그리고 대학에서는 '이어녕' 교육부가 나에게 붙여준 이름 '이어령'.
내가 내이름을 어려서부터 쓰고, 20대부터 글을 쓰고 책을 내기 시작해서 이렇게 거의 60~70년을 이 성과 이름을 가지고 책을 내고 저자 사인을 해주었는 데도 내가 내이름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거에요."

저 부분에서는 본인의 이름을 잃어버렸다고 하시면서도 그냥 아무렇게나 불러도 된다고 말씀하시만 마지막줄에 가서는 책의 저자부분에 분명하게 '이어영'으로 써놓았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책 전체내용 또한 어려서부터 듣고 익히면서 자라온 언어에 대한 중요성이 많이 나오는데, 이름 또한 어려서 부모님과 고향사람들이 불러주고 그 이름을 듣고 자라온 이름이 진짜 이름이 아니겠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남의 이름을 멋대로 표기법을 바꿔버리다니...

책을 읽을때에는 그 책이 어떤 책이냐에 따라서 읽는 속도가 다 다르다. 읽기 쉽고 가독성이 붙어버리면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서 금방 읽어버리게 되는 책도 있고, 가독성이 없으면 조금씩 나누어서 오랜시간을 곁에 두고 읽게 되는 책도 있다. 그리고 책 자체가 좋으면 일부러 천천히 느리게 느리게 읽는 책도 있다. 금방 읽어버리는 그만큼 책을 덮어버리는 순간도 빨라지게 되니깐 최대한 느리게 읽어서 책읽는 시간을 길게 잡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이번 '땅속의 용이 울때' 책 또한 느리게 느리게 천천히 읽어 나갔다. 책이 작고 아담했지만. 쓰여진 한글이 쉽고 다정해서 어려운 책이 아니었지만. 도란도란 할아버지의 옛 이야기 같은 책으로 편히 읽히는 책이었지만. 그저 오래시간 천천히 천천히 읽어 나가고 싶었다.

이렇게 책을 읽는 내 모습이 스스로 웃겨서 왜 이 책을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 책은 옛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같은 느낌을 주는데, 어쩌면 나는 어르신의 옛 이야기가 정겹고 좋았던게 아닐까 싶다. 삭막해진 현대사회에서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귀한데 옛 이야기라 추억들이 솟아나곤 했기 때문이다.

책에서 지렁이가 나오면서 '땅강아지'가 나온다. '땅강아지' 글자가 책에 등장했을때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하더라도 아이들의 놀이는 실내가 아닌 실외였다. 흙이였다. 우리는 흙을 파서 소꿉놀이며 여러가지 놀이들을 했는데, 그때 흙을 팔때 '땅강아지'를 종종 봐왔던 것이다. 지금은 실내 생활만을 해서 흙이주는 추억들을 전부 잊고 살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어릴때의 흙의 추억들이 되살아 나서 무척이나 좋았다. 어릴때의 추억과 시골의 정겨움을 이야기하는 책이 정겨워서 그래서 이 책 자체가 정겹고 좋았나보다.

책을 읽으면서 언어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되어서 좋았다. 어려서부터 한국말을 듣고 자라고 내 속에 한국말이 심어져 싹을 틔운다. 그런 무의식속에 심겨진 한국말은 내 정서가 되고 내 마음이 된다. 한국말에 어떤 정서가 담겨있는지를 배우고, 정서에 따라 바뀌는 한국말을 배운다. 우리에게는 '죽다' 라는 말이 가진 의미가 무엇이었던가. 왜 우리는 다 '풀어' 버리라고 하는 걸까. 그리고 지금 현대인이 사용하는 언어들은 어떤 정서들을 담고 있는가. 그중에서 가장 궁금한건 왜 우리는 아직도 '헬대한민국'이 아닌 '헬조선'이라고 쓰는가 이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이번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가 이어령 선생님이 젊었을적에 쓰신 '흙속에 저바람속에' 책이 토대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흙바람 책도 궁금해서 읽어보고자 책을 검색해두었지만 선생님은 그때랑 지금이랑 사상의 변화가 많아서 어떤 내용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노라고 말하셨다. 일단은 이번 유작으로 나오고 있는 한국인이야기 시리즈를 우선적으로 읽은 다음에 흙바람책도 읽어봐야겠다.

지금은 사회가 많이 발달된 세상이 되어서 젊고 빠릿빠릿한 인재들만 환영받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노인들은 뒷전인 세상이 된 거다. 이번 이어령 선생님 책을 읽으면서 노인들이 존중받던 시대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노인들은 역사의 산 증인들이라고 한다. 본인들이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은 세상의 산 증인들인것이다. 그런 경험의 이야기가 젊은이들에게 귀하게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노인들의 지혜가 어린아이들을 살리던 시절이 있었다.
책을 덮고 가만히 지금 세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지금의 노인세대와 지금의 어린아이들 세대에는 간극이 너무나도 큰 것 같다. 일반인이 내가 생각하기에는 너무 크고 심오한 주제이지만. 좀더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런 책들이 좀 더 나왔으면 좋겠다.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가 시작할때 '천지인'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 1권에서는 '서시'가 주로 나오는 별의 이야기를 하셨고, 2권에서는 '지렁이'가 주로 나오는 땅의 이야기를 하셨다. 그러면 그다음 3권에서는 인간의 이야기를 하실텐데 어떤 주제로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나 또한 어디가서는 더이상 젊은이가 아닌 어른이겠지만 진정한 어르신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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