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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뇌과학 - 뇌과학이 풀어낸 마음의 비밀
폴 J. 잭 지음, 이영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욕망의 뇌과학'
책 표지만을 보고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제목'이고, 그다음으로 '소제목'과 그 책이 어떻게 홍보가 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번 책은 '욕망의 뇌과학'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어서 '뇌과학'에 대해서 접해볼 수 있겠다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소제목도 좋았다.
'뇌과학이 풀어낸 마음의 비밀'이라니. 이것만으로 책을 선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는데, 대표지에는 '스탠퍼드 인증 상위 0.3%의 과학자' 라느니, 'TED 185만 뷰 화제의 강의'로 홍보가 되고 있어서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높이 솟게 만들었다.
기다리던 '욕망의 뇌과학' 책이 배송이 되고 얼른 책을 펼쳐서 작가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런 과학 서적 같은 것을 볼 때에 작가의 전공을 살피는 것이다. 작가는 신경경제학 연구센터 소장이자 심리학을 비롯한 경제학과 경영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다. 작가는 경제학을 공부한 뒤 뇌영상법만을 따로 배워 연구를 해본 것이다. 인지신경학 쪽의 뇌과학자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경제학 분야의 연구원이라 조금 의아해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번 책은 제목에 뇌과학이라고 적혀있어서 과학 책처럼 내용이 흘러갈 거라는 예상과는 내용이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하게는 '뭐야.. 그냥 마케팅 책일 뿐이잖아'였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 책... 제목 바꿔야 되는 거 아닌가...
'광고가 시장에 주는 영향' 이 정도가 제목이랑 더 맞지 않나..
이 책은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는 뭘까?'의 궁금증에서 시작된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소비자들이 그 물건을 사는 이유는?' 이거다.
사람들이 어떤 행동이나 물건을 사는 데에는 어떤 결심을 했다는 뜻일 거다. 그 '어떤 결심'이 만들어지는 원동력.. 그걸 파헤치는 거다.
이 책에서는 행동 원동력의 조사로 신경 변화를 과학적으로 접근해 본다.
그러니깐 소비자들의 구매 원인을 파악해 보는 마케팅 책이다.
혹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물건을 파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몰입도를 절정에 이르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특별한 것에 기꺼이 시간과 돈을 쓰도록 하는 방법을 설명할 것이다"
시작은 왜 사람들의 선택을 뇌과학 측면에서 조사해 보려고 했는지에 대해서 나온다. 단순하게 선호도 조사를 하면 사람들은 싫거나 별로였어도 부정적인 대답을 하지 않고 전부 좋았다고 대답해 준다. 그래서 선호도 조사는 신뢰가 없기에 객관적인 뇌신경 조사를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초반에는 사람들의 심리를 뇌신경 측면에서 조사하니깐 호기심이 생긴다. 광고를 볼 때 뇌에서 옥시토신과 같은 신경 물질이 분비되면 실제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귀인효과에 대해서 나오는데, 우리는 '흔들 다리 효과'라고 알고 있는 실험이다. 튼튼한 다리에서 만난 남녀와, 불안한 흔들 다리 위에서 만난 남녀가 이어질 확률은 신기하게도 흔들 다리가 더 높다. 사람들은 불안해서 뛰는 심장을 앞에 있는 이성을 보고 심장이 뛴다고 착각해서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다는 효과이다. 책에서 이 실험을 설명할 때에 남자들을 상대로 다리 상태를 보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우리는 추정되는 감정 상태에 맞추어 생리적 상태를 합리화시킨다. 다리 실험에서 참가자의 뇌가 각성이라는 무의식적 반응을 만들어 내자, 뇌의 의식 영역은 연구 조교에 대한 강한 끌림 때문이라고 합리화했다. 실험은 참가자들에게 다리가 보이지 않도록 영리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참가자들이 각성의 원인을 높은 흔들 다리 위에 있었던 것과 연관시키지 못하도록 말이다."
이 실험은 참가자가 다리 상태가 직접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느끼게 되면서 이루어지는 거 아니었던가?
책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바로 뒤에 나오는 '벤의 스토리'에서도 이상한 장면이 포착된다.
이번 실험은 슬픈 영상을 볼 때 뇌에서 옥시토신이 나오는지 확인해 보는 내용이었는데, 벤과 벤의 아이가 영상에 등장한다. 벤의 아이는 암에 걸린 환자였다. 배경은 병원이었고 영상은 감정을 자극하게 만들었으므로 실험자들의 혈액에서는 옥시토신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비교 실험으로 다른 실험자들에게 벤과 벤의 아이 영상을 또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는 둘이 그냥 동물원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영상이었다.
책에서는 "이 버전은 암이나 죽음을 언급하지 않지만 시청자는 아이가 머리카락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없고 해설하는 목소리는 그를 '기적의 소년'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나온다.
책의 서두부터 책의 신뢰가 깎여있는 상태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오타들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책이 외국책이라 등장하는 광고 브랜드, 영화, 스타 이름들, 티브이 리얼리티 채널, 유명 매장들, 전부 모르는 것뿐이라 이해도와 가독성이 상당히 많이 떨어졌다.
- 스토리텔링이 있는 삶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 중에 하나가 물건에 스토리텔링을 하는 장면이었다. 실험자들에게 두 가지를 가지고 오라고 시켰는데, 하나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었다. 실험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설명할 때보다 좋아하는 물건에 대해서 설명할 때에 높은 몰입도를 보여주었다. 그 물건에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실험에 대한 설명을 읽고 있을 때, 문득 예전에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책으로 독서모임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어령 선생님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삶이 행복하다고 책에서 말씀하셨다. 그때 우리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에 관해서 한참을 대화를 나누었던 적이 있었다. 추억이 깃든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은 행복하다고 이야기를 했던 거 같다. 물건과 공간에 추억이라는 경험을 쌓고 감정으로 기억에 남을 때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지는 게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아하는 물건에 대해서 설명하는 실험자들의 표정을 상상해 보았다. 그들이 그 물건을 가지고 나올 때, 그 물건을 바라볼 때, 그 물건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추억에 잠길 때,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을까?
'욕망의 뇌과학' 책은 초반에 광고 마케팅으로 시작해서 중간에 잠시 공부와 일의 능률 쪽으로 빠지는가 싶더니 다시 마케팅 책이 되어버리는 책이다.
이 책은 특별한 경험이 사람들의 선택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 결과를 논한다.
"특별한 경험은 실제로 사람들의 선호도를 바꿀까?"
"몰입도를 조절하면 집중력과 신뢰도를 높여서 공부에 집중시키는 게 가능할까?"
"어떻게 하면 그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방법을 달리해서 몰입도를 높여보는 방법까지는 어느 정도 상식선이라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하지만 좀 더 나아가서 옥시토신이 분비될 때 구매로 이어진다는 실험 결과를 확인하고서 합성 옥시토신을 인위적으로 분비하고 구매로 이어지는 것까지 실험했을 때는 조금 엇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백화점 매장에서 판매 실적을 높이기 위해 합성 옥시토신을 공기 중에 분사시키고 소비자들이 그걸 들이마신 채로 쇼핑을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책에서는 바로 합성 옥시토신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하였지만 디스토피아적 미래에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이지 않나.
그래서 책 뒷부분에서는 이렇게 사람들의 구매 선호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보는 것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를 말한다.
"마케터, 교육자, 영화 제작자에게 사람들의 선호도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괜찮은 것일까?"
행복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좀 더 노력하고 좀 더 연구해서 행복한 우리가 되는 것을 이 책은 바라는 듯하다.
우리는 좀 더 나은 환경과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너무 빨리 나아가기만 하면 주변의 예쁜 풍경을 못 보고 지나친다는 말이 있다. 조금씩 천천히 주변의 예쁜 들꽃들을 바라보며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