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니 두 책의 이야기 진행 방식이 완전히 똑같다고 느껴진다. 우선 언제부터 식물에 호기심을 가졌는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아주 어린 시절 자연에 호기심을 가지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한 아이가 과학자가 되기까지의 성장과정을 낱낱이 실어 놨다. 탐구활동가로 활동하는데 어떤 점이 힘들었고, 어떤 점이 방해가 되었는지를 아주 자세하게 적어놨다. 물론 여성과학자로서 성차별에 관한 폭력과도 같은 차별을 당했음을 고발하듯이 자세히 적어놨다.
'랩걸'은 자신의 탐구 이야기를 강조하며 탐구활동을 적었을 뿐인데, 사실 그대로를 적다 보니 성차별 이야기가 자연스레 들어간 반면에, 이번 책은 아예 '과학계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건'이라는 챕터를 따로 만들 정도로 강조한다.
출판일만 가지고 랩걸이 먼저 나왔다고 먼저나온 여성과학자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이번 책의 작가인 마거릿 로우먼은 53년생이고, 랩걸의 저자인 호프 자런은 69년생이다. 최초의 여성과학자라고 주장하는 마거릿이 당한 성차별이 랩걸까지 나오는 거보면 16년이 흐르는 세월동안 세상이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나무 탐구가 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어딜 가나 여성은 혼자인 점에 고독을 느끼고, 여성 멘토를 만나지 못하는 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차별을 받고, 그 차별에 익숙해져가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동료를 만나 위로받고 함께 하고픈 외로운 마음에 동일시하며 함께 외로워했다.
책은 작가의 성장 이야기 반, 나무 이야기가 반이라고 보면 된다. 자신의 이야기 중간중간에 나무 이야기들을 섞어놓아서 자연탐구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다. 다만, 삽화라던가 이해를 돕는 사진 같은 게 같이 있었다면 좀 더 좋았을 거라며 아쉬움이 남았다.
책을 읽다 보면 마음에 안 든다거나 신경에 거슬리는 구간들이 나온다. 읽다가 읽다가 왜 기분이 나쁜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작가의 말 하는 화법이 나랑 안 맞는 탓이라 생각되었다.
작가는 뒤통수 화법을 즐겨 썼다.
작가는 스스로를 친구도 없이 혼자만 노는 아이라는 걸 강조한다. 그런데 단짝 친구들이 존재했다. 초등학교에 가서도 대학교에 가서도 혼자를 강조하지만 늘 함께 활동하는 무리가 있었다.
초반에 초등학생 때의 어린시절 회상 신에서 질투로 인해 어떤 여자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단짝 친구였다. 또 어른이 된 후에도 여성 과학자가 홀로 아이를 육아한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걸 강조한다. 그런데 글 뒤에 5시간 거리의 친정 부모님이 늘 와서 도와주셨다.
50명 전원인 탐험대에 여성과학자는 작가 혼자였다는 걸 강조한다. 49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 그 안에서 인내심 테스트를 받는 혹독한 신고식이 치러졌다. 여성 혼자인 것에 대한 시험이다. 그런데 그 탐험대에는 조수 2명을 데리고 갈 수가 있었다. 작가에게도 조수 2명이 있었다.
이 책은 에세이 책이다.
하지만 난 속으로 이 책은 일기장이라 부른다. 날 위한 자기합리화이다. 책의 내용이나, 서술 방법 등이 독자인 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일기장이니 트집 잡을 수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이다. 일기는 오로지 작가의 마음대로 쓰는 것이니 누구의 첨삭도 들어가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환경의 변화함에 따라 기후가 변하고 자연 생태계가 변한다. 그런 변화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이들에게 좀 더 힘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식물의 이야기를 해주는 두 책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에도 나무 탐험가가 있다면 우리나라의 식물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기대해 본다.
어릴 때에는 아카시아 나무가 흔했던 거 같은데 어느 순간 아카시아 나무가 사라지고 온통 벚나무가 심어진듯한 느낌을 받는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 따라 온대에서 아열대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자연 생태계는 괜찮을지 걱정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