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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7 - 2027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6년 9월
평점 :
*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자기 확신이 부족한 시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한 울타리 안에서 타인과 함께 살아간다. 살아가는 내내 타인을 바라보고 나를 타인에게 보여 준다. 그러면서 타인과 나를 비교하고 열등감을 가지며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 타인으로부터 애정을 받지 못한다면 울타리에서 쫓겨나게 되고 생존이 위협받는다. 쫓겨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다. 그러니 타인으로부터 애정을 바라는 것은 존재하기 위한 생존 본능이다.
누구나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머물기를 원한다.
'우리' 안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를 공부한다. 내가 아닌 타인을 공부하는 것이다. 내가 아닌 타인의 취향과 타인의 관심사를 공부한다. 그리고 타인들이 바라보는 나를 공부한다. 내가 바라보는 타인이 중요한 게 아니고, 타인이 바라보는 내가 중요해지게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타인의 눈치를 본다. '우리'라는 울타리에 머물기 위해서.
무엇이든지 조언을 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선택하는 것에 확신을 얻지 못하고 타인의 조언이 정답인 양 군다.
성격을 물어본다. 내 MBTI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본다.
취향을 물어본다. 쇼핑을 물어보고, 여행과 맛집을 물어본다. 자신의 취향보다 타인이 정해 주는 취향이 우선이다. 지식을 물어본다. 날씨를 물어보고 모르는 것을 물어본다. 스스로 공부해 낸 지식보다 타인의 지식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고민을 물어본다. 내 고민을 털어놓고 갈등마저도 정답을 밖에서 구한다.
예전에는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봤고, 인터넷이 발달했을 때는 지식인에 무엇이든 물어봤고, 조금 더 발달했을 때는 유튜브에 물어봤고, 이제는 AI에게 모든 것을 물어보고 그것이 인생의 정답인 양, 진리인 양 따라간다.
그런 양상 속에서 『트렌드 코리아』가 힘을 얻은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의 트렌드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다가오는 내년의 트렌드는 무엇인지. 타인이 조사해 놓은 책으로 한 해를 정리해 주고 내년을 준비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한 해보다 타인들이 살아온 한 해를 공부하고, 내가 살아갈 개인의 미래보다 대중의 미래를 공부하고 거기에 나를 포함시킨다.
『트렌드 코리아』는 신년의 필독서가 되었다.
『트렌드 코리아 2027』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로 기억하고 있는 작가.
학창 시절에는 선생님의 말씀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한다. 가르치는 자는 자신의 지식과 앎을 계속해서 내비치고, 배우는 자는 그것이 옳다는 가정하에 모두 흡수하여 자신의 앎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때 선생님 중 한 분이 김난도 작가를 비난했던 것을 기억한다. 자라나는 청춘이 아프지 않게 도와줘야 하는 것이 사회의 역할이며, 아픈 것으로 멈추지 말고 성장으로까지 이어져야 진정한 청춘이라는 말씀이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해마다 나와도 굳이 찾아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새해가 밝아올 때 주변에서 『트렌드 코리아』가 필독서가 되어 있는 현상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이번 신작인 『트렌드 코리아 2027』을 신청하여 받아 보게 되었다.
그동안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 이름은 수없이 들어왔지만, 정식으로 읽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독서 모임에서도 신년 행사처럼 『트렌드 코리아』를 읽어 왔는데, 어쩐 일인지 그동안 접하지 않았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번에 읽은 『트렌드 코리아 2027』의 첫 감상은 '생각보다 책이 쉬운데?'였다. 후기 글에 '책이 너무 어려웠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던 터라 어려운 책일 거라 예상했는데, 내용이 쉽다는 점에 한 번 놀랐다.
사람들은 이 책을 왜 어렵다고 했을까? 그건 낯선 용어들 때문일 것이다. 이번 2027년의 10대 트렌드에는 '라이프 ROI, 폼팩터 시프트, 바이브 워킹, 하프시그널, 안목자본' 같은 것들이 있다. 단순하게 용어만 들으면 생소하고 낯선 단어라 일단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용어의 설명을 들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현재의 트렌드니까!
[권태사회 (Age of Ennui Society)]
• 자극과 정보가 넘쳐 나지만 오히려 재미와 의미를 느끼기 어려워지는 사회
처음 나오는 권태사회는 고개를 많이 끄덕이게 했다. 자극이 넘쳐 나니 오히려 권태가 오는 것이다. 수많은 영상이 있는 넷플릭스에 들어가서 한참을 뭘 보면 좋을지 플랫폼만 바라보다 그냥 나와 버린다. 시간이 길게 표시된 영상은 보는 시간이 길다면서 보지 못하지만, 짧은 릴스나 쇼츠는 몇 시간이고 보고 있는다. 짧은 자극을 원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긴 글을 읽지 못하는 요즘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이것이 요즘의 트렌드라면 이것을 '부정'으로 받아들이고 바꿔야 할 대상으로 여겨야 할지, 아니면 앞으로 이렇게 세상이 변할 테니 내가 적응해야 할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라이프 ROI (Life ROI)]
• 돈뿐 아니라 시간, 감정, 관계까지 투자 대비 얻는 가치를 따지는 태도
이 대목에서는 정말이지 '요즘 아이들이란'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때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요즘 애들은……'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나왔다. 우정에서도, 지인들과의 관계에서도, 심지어 가족에게도 투자 대비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따진다. 어찌 보면 심히 차갑고 냉정하지만, 또 어찌 보면 개인주의로 변해 가는 사회의 한 모습인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사회.
기꺼이 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내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폼팩터 시프트 (Form Factor Shift)]
• 제품의 형태와 사용 방식을 바꾸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변화
폼팩터 시프트에서 가장 유용하게 쓰고 있는 제품은 '코인 육수'이다. 요리의 편리함과 질이 한층 높아졌다.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 번 경험해 보았으니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자동차도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가 변경된다면 좋을 것 같다. 발명이란 생활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던가. 우리의 주차 문제도 꼭 해결해 주길.
[해봄경제 (Have-a-Go Economy)]
• AI 등의 도움으로 시도하는 비용이 낮아지면서 완벽하게 준비하기보다 일단 실행하는 흐름
일단 시작하자. 준비가 안 되었어도 일단 하자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패 비용이 낮아진다면? 실패해도 손해가 없다면? 이 단어는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단어이다. 일단 글쓰기를 시작하고 일단 AI 드라마를 만들어 보자!
[저장인류 (Homo Archivarius)]
• 사진과 정보, 경험을 일단 저장하고 나중에 활용하려는 생활 방식
[바이브 워킹 (Vibe Working)]
• AI를 업무 과정에 통합해 사람과 함께 일하도록 만드는 방식
일상에서 AI가 기본 데이터가 되었듯이 업무에서도 AI가 기본이 된 세상이다. 독서 모임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직접 만드는 대신 AI에게 '이런 내용으로 홍보 포스터를 만들어 줘'라고 입력만 하면 직접 만든 것보다 훨씬 높은 만족도의 포스터가 나온다. 직접 만들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워킹의 바이브가 달라졌다. 일의 흐름이 변한 것이다.
"AI는 개발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업의 특성을 바꾼다. 사람+AI가 사람+사람을 이긴다."
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리:텐션 전략 (Retention Strategy)]
•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것만큼 기존 고객이 계속 찾아오게 하는 것을 중시하는 전략
[휴먼엣지 (The Human Edge)]
• AI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 흔해질수록 인간의 경험과 손길, 판단이 차별화된 가치를 갖는 현상
[하프시그널 (Half Signal)]
• 갱년기를 노화의 위기로만 보지 않고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바라보는 흐름
[안목자본 (Power of Taste Capital)]
• 수많은 정보와 상품 속에서 좋은 것,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 안목이 자산이 되는 현상
사람의 생김새가 전부 다르듯, 사람의 오감 또한 전부 다르다. 타인이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이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고, 내가 좋은 그림이라고 느끼는 것이 타인에게는 안 좋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은 전부 다르다.
우리는 그 다름 속에서 무엇이 좋고,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면서 살아간다. 인생에는 모험이 필요하다. 실패도 필요하다. 그 과정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안목이 길러지고 진정한 내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모바일이 처음 나왔을 때는 모두가 '이제 모바일 세상이 왔다'고 말했지만, 더 이상 '모바일 세상'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모바일이 삶의 기본값이 되었기 때문이다.
AI도 이와 같다고 표현한다. 더 이상 'AI 세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AI는 이제 우리 삶의 기본값이다.
AI가 골라 주는 옷을 입고, AI가 가라는 곳으로 가며, AI가 말해 준 대화를 마치 내가 말하는 것처럼 타인에게 말한다.
이번 『트렌드 코리아 2027』을 읽으면서 현재 '우리'가 어떤 울타리를 만들고 있고, 그 안에서 어떤 삶을 펼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현재의 트렌드이기 때문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으며, 책을 읽으면서 내 삶에 대입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왜 신년 필독서인지 알 것 같았다.
우리는 무리에 속하기 위해 『트렌드 코리아』를 읽었는데, 『트렌드 코리아』는 '무리에서 벗어나 가장 먼저 변화를 시도하라'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이 트렌드라면 내가 시도해야 할 변화는 무엇일까? 용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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