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 - 동굴벽화에서 고대종교까지
전호태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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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 표지를 보니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를 무척이나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울산에 살고 있으면서 반구대암각화 견학을 하면서 전문가의 해설을 듣기도 하고 실제 암각화를 멀리서 바라보기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이다.
책 날개를 보니 신기하게도 이번 작가인 천호태교수님은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와 반구대암각화 유적보전 연구소장으로 재직하고 계신다고 한다. 표지가 암각화로 보인게 우연이 아니였나보다.
내가 울산 사람이다보니 책날개에 울산에서 활동하시는 이력들만 눈에 띄게 보였다. 울산광역시에서 문화재위원으로 계시고 울산대 박물관장등을 역임하셨다니 어쩐지 반가운 마음이 들고, 지금까지 출판해내신 책들이 책날개에만 8권으로 많으니 문화재쪽으로 많은 학식을 가지신 대단하신 분이라는걸 알수가 있었다.

이번 책은 빨리 부지런히 읽어야 겠다는 부담감이 컸다. 일단 책 제목과 설명에서 이 책이 고대사상을 이야기할 것이라는 짐작을 했는데, 책을 받아보니 굉장히 두껍다. 508페이지의 장서이다.
고대사상을 담은 장서이니 어려울터인데 내용이 많으니 부지런히 읽어야 서평기일에 간신히 맞출수 있겠다는 부담감이 확 밀려왔다.
그런 생각으로 책을 펼쳤고 우선 '책머리에'부터 읽었다.

" 모교의 후배 교수가 갑자기 강의 하나를 부탁해왔다. 꼭 좀 해달라며 내밀었던 제목이 '한국의 고대 사상'이다. 아니 웬 고대 사상이냐고 물으니 새로 개설했는데 강의할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새 강의의 개설을 이런식으로 하는구나 싶어서 작가님의 모교가 대체 어디인지 책 날개로 돌아가보았다.
"서울대 국사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그렇구나.
교수님은 이 때 제안받았던 '고대인의 사고'라는 주제로 16개의 강의안을 만드셨다고 하시는데, 그때 16개의 강의안 쓰셨던 것을 다듬어서 이번 책의 16개의 목차로 만드셨다고 한다. 그 당시의 글을 잘 다듬는 과정에서 대화형식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어서 이번책의 책 출판까지 이르렀다고 하신다. 제목과 표지에서 보였던 호기심은 목차를 살펴보면서 더욱 커지게 되었는데, 목차구성이 '생각의탄생'이라던지, '인간과 신', '신앙' 같은 그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의 신앙과 사상을 담고있는 제목들이라 내용이 더욱 궁금해지고 기대가 되었다. 처음에는 아들과의 대화형식의 책이라 낯설다는 느낌이 크고 마치 아동용 역사동화를 읽고있다는 느낌에 살짝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첫 부분 낯섦을 잘 버티면 새로운 지식이 밀려온다.



어릴때에 접하는 단군신화는 순전히 동화책이였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이야기구성으로 인간을 사랑하여 홍익인간을 펼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온 환웅과 곰과 사자가 동물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어린이용 신화였다.
동화처럼 알고 있었던 단군신화를 국어선생님께서 역사적으로 들려주셨을때가 생각난다. 환웅은 북쪽에서 내려온 군사집단이였을거고 곰과 호랑이는 그 집단에게 속해지기 위해 머리를 숙이며 다가온 주변 부족이였을 거라고 했다. 각각 곰과 호람이를 신으로 섬기던 곰부족과 호랑이 부족중 환웅의 선택을 받은 것은 곰부족이였고, 곰부족은 부족장의 딸을 환웅의 처로 받쳤을거라는 설이였다.
그렇게 알고 있었던 단군신화를 이번 책에서 순전히 신화적인 해석으로 풀고 있었다. 환웅을 있는 그대로의 신 으로 보는 것이다. 환웅은 땅의 신이고, 땅의 신이 보기에 곰이 가장 멋지니 곰의 모습으로 하늘의 여신인 웅녀와 인연을 맺어 단군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신화라는 것은 그 당시 사람들이 원하고 바라는 신의 모습을 담고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동화형태의 단군신화만 접해봤지 원문형태의 단군신화는 접해볼 생각도 안했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통해 처음듣는 단군신화의 신화적인 이야기가 낯설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인간의 사상에는 지역적인 부분과 문화적인 부분도 있지만 시대적인 부분도 있다. 여기에서는 고대의 사상부터 다루고 있으므로 구석기시대의 사상부터 등장하는데, 내 관심을 크게 끌었던 것은 교수님이 시대별로 달라지는 신의 모습을 비교분석해 주시면서 부터이다.
칼융이 인간에게는 원형이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신화에도 공통적인 원형이 존재하는데, 태초에 등장하는 신들은 전부 거대 거인화였고 여신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선사시대에 등장하는 신들의 모습이다. 신석기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의 사상속 신들은 태초의 신들의 모습과 비슷하여 거대했으며 어머니신이였다. 우리나라는 신석기시대에는 큰여신님 혼자 하늘을 다스리거나, 하늘이 큰여신님이라고 생각했던거 같다. 그런 태초의 신들은 청동기 시대에 와서 자식같은 신들에 의해 쫒겨나거나 갇히거나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믿는 주신은 어머니신에서 남신으로 바뀌게 된다.
신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사상과 소망이 인격화하는 것인데, 사람들의 사상이 바뀌었으니 신도 바뀌는 것이다. 구석기 시대의 사람들의 소망은 생명과 먹이였으니 생명을 주관하는 여신의 모습과 사냥에 먹이가 스스로 오게 만드는 곰뼈같은걸 신으로 모셨을 거다. 신석기시대의 사람들의 소망은 농사지을때 적절한 날씨이니 하늘에 큰여신의 모습의 신을 만들고 섬겼을 것이다. 청동기시대의 소망은 국가의 체계와 권력이니 청동과 검에 신이 내리고 승리로 이끈다고 믿었을 것이다. 바뀐 신들과 함께 바뀐 신들을 섬기는 방법과 바뀌게 된 사상부분을 읽는것이 상당히 재밌고 신비로웠다.

이 책은 사상과 관념, 신앙과 종교처럼 보이지 않아서 존재할 수도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다.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허상인가? 영혼은 실제인가? 영혼이 실제가 아니라면 조상신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제사지내는 대상은 과연 누구이고 무엇을 바라며 행하고 있는 일일까?
정말이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인간의 마음이 허구를 상상할 수 있고, 그 허구를 믿는 능력이 설계되어진 건 어떤 이유가 있어서 일 것이다. 인간은 보는 존재가 아니다. 다만 믿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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