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들에게는 신이 필요 없었다.

멋진 신세계니까!"

Brave New World

'멋진신세계'를 받았어요. '멋진신세계'를요. 디스토피아의 최고작이라고 불리우는 '멋진신세계'. 제목을 굉장히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어디선가 디스토피아를 대표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멋진신세계'와 '1984'를 꼽는다고 말했습니다. 책의 제목을 듣는 순간 '먼진신세계'는 바로 기억이 되었고, '1984'는 잘 기억이 되지 못하였지만요.

어쩐지 '1984' 책은 기회가 되어서 바로 읽혔고,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을 선정도서로 선정이 되어서 또 읽었고, 다른 출판사의 책이 생겨서 다른 사람의 번역버전으로 한번 더 읽었지요. '1984'는 독서모임에서도 선정이 많이 되는 책이였던거 같아요. 새로운 시각이였고, 놀라웠고, 함께 이야기할 내용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어째서였을까요? 멋진신세계 책만은 읽을 기회가 잘 생기지가 않았어요. 어쩌다가 독서모임에 선정도서로 선정이 되었는데요. 그 당시에 안타깝게도 참석하지 못해서 사람들에게 후기를 물어보니 책이 굉장히 불쾌했고 다시는 읽고싶지 않는다고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찾아서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잊혀져 가던 책이 '멋진신세계' 였지요.

tvN에서 [책읽어드립니다] 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시작하였어요.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10분에 방영되는 프로인데요. 전현무 mc를 중심으로 설민석 선생님께서 책을 읽어주신다는 내용의 프로이지요. 설민석선생님은 이전에 역사강의해주시는 내용으로 티브이에서 한번 봤던 적이 있었는데요. 우리나라의 왕과 영웅과 전쟁과 독립운동을 마치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혼의 말투로 목의 핏대를 잔뜩 세워서 열강을 해주시기에 기억에 많이 남았었던 분이셨죠. 그당시에 많은 인기를 얻으셨었는데요. 이렇게 '책읽어드립니다' 프로에서 한번 더 보게 되어, 이 프로는 꼭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꼬박꼬박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되었죠.

그런 '책읽어드립니다'에서 '멋진신세계'가 나왔답니다.

'책읽어드립니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자, 서점들은 '책읽어드립니다' 코너까지 만들었다고 해요.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던 책들을 따로 모아서 진열해놓고 프로그램에 나온 책들이라는 팻말까지 세운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인기에 힘입어서, 출판사들은 프로그램에 나왔던 책들을 재출판하기에 이르렀어요. '책읽어드립니다' 방송도서라는 띠표지를 붙이고 재출판을 한다니 티브이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수가 있었네요.

더군다나, 서평이벤트까지 벌이시니 물들어올때 노젓는다는 표현이 알맞은거 같았어요. 덕분에 제가 노젓는 배에 잽싸게 탈수가 있었지요. 네! 서평이벤트에 당첨이 된 것이랍니다. '멋진신세계' 책은 사람들이 소담출판사쪽이 번역이 잘되어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소담출판사쪽 책을 읽고 싶었는데, 딱 알맞게도 소담출판사책을 받아보게 된것이였죠.

'멋진신세계' 책을 선물받듯이 기쁘고 즐겁고도 흥겨운 마음으로 받아들고는 잔뜩 기대하면서 본 책 내용을 읽어가기 시작했어요. 보통 책을 받으면, 표지를 좀 살피고, 책 날개에 작가가 어떻게 쓰였는지 살피고, 말머리 등등을 조금은 살피고, 본 내용으로 들어가지만요. 이번 책은 기대가 굉장히 커서 살펴볼 겨를도 없이 받자마자 바로 본 내용으로 들어갔어요.

굉장히 읽고 싶었거든요.

책을 초반에 읽으면서....왜 사람들이 이 책이 불쾌하고,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는지를 단박에 이해해 버렸습니다.

저도 조금 불쾌하고 속에서 약간의 거부반응과 '아..이게 모야' 라는 표정이 찡그려지는 반응이 자연스레 나왔어요.

디스토피아의 대표작이라고 유명한데다가, 이 책의 제목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책 자체가 유명하기에,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독서모임에 선정도서로 일단 선정해보려 한 적이 있었거든요. 직접 읽어보지 않았어도 유명한 책을 선정하면, 유명한 만큼 실패를 안하더라고요. 신기하게도요. 그런데...이 책은 조금 생각해봐야 해요.

'1984' 와 '멋진신세계' 둘다 배경이 미래세계에요. 사람들을 세뇌시켜서 정신을 지배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요. '1984'에는 그래도 아직 과거의 향수와 저항과 사랑이 존재하는데요. '멋진신세계' 에는 너무 처절할 정도로 애착과 소유와 욕망과 저항, 사랑이 존재하지 않아요. 사람을 그저 고깃덩어리로 보는거죠.

 줄거리

A. F. 즉 헨리 포드가 T형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해낸 해를 기원으로 삼은 시대의 세계국(World State)에서 사람들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까지 다섯 계급으로 나뉘어,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대량 생산된다. 이들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수면 학습과 전기 충격을 통한 세뇌로 각자의 신분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정해진 노동 시간을 끝내면 자극적이고 단순한 오락들로 시간을 보내며, 항상 소마(soma)라는 약을 통해 환각과 쾌락을 느낀다. 누구도 불만이 없고, 만인은 만인의 소유이며, 심지어 죽음까지도 무의미한 세계. 이 완벽한 유토피아에서는 모두가 다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 날, 신세계와 격리된 보호 구역에서 살고 있던 야만인 존이 이곳으로 초대된다. 존은 젊고 아름다운 사람들과 처음 보는 놀라운 과학 문명에 감탄하지만, 자유를 빼앗긴 채 아무 생각 없이 순응하며 살아가는 거짓된 행복에 점차 환멸을 느낀다. 결국 야만인 존은 고통과 불행을 달라고 부르짖고는 홀로 외딴 등대로 가는데……. 그곳에서 과연 그는 갈망하던 원시적인 평화를 누리게 될 것인가.

  

'멋진신세계' 책에는 '3S정책'이 있어요.

대중들을 우민화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하는데요.

3S는, 즉 스크린(screen:영화), 스포츠(sport), 섹스(sex)에 의한 우민정책이라고 하네요.

대중을 3S로 유도하면 대중이 우민화가 된다는것인데요. 대중이 우민하여 정치적 자기 소외,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함으로써 지배자가 마음대로 대중을 조작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말한다고 해요. 이런 우민화가 식민지정책에 있어서 순치(馴致)정책의 한 전형이라고 하는데요. 스포츠와 스크린이 우민화의 한 종류라는 놀랍네요.

하지만 정말 대박은 '3S정책'중에 Sex'에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이 초반에 불쾌하다고 이야기하고, 독서모임에서 선정하기에 주저하게 된 원인이 이 '3S정책' 중에 Sex부분인데요.

'멋진신세계'에서는 가족이라는 형태가 없어요. 사람은 대용혈액이 들어있는 유리병속에서 인공수정이 이루어져서 태아상태를 거치면서 탄생의 과정을 거칩니다. 처음부터 혼자였던 아이들은 부모라는 개념을 모르고 심지어는 '어머니','아버지'와 같은 단어에 역겹도록 세뇌를 당해집니다. 이들에게는 가족도 없고 부부도 없으며, 연인이라는 개념이 없이, 자유연애를 하도록 교육이 돼요.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에서 보통적인 상식이라고 하면, 남녀의 연애의 결말은 결혼이다. 에요. 젊은 남녀가 결혼해서 함께 살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며, 가족이라는 공동체속에서 안정과 행복을 느끼는것이 보통의 상식이라고 배우고, 그것이 당연하게끔 느끼고 자라고 커왔어요. 제 주변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살아왔고, 저도 이렇게 살며, 우리아이도 이렇게 살기를 바라고 원하고 있죠.

그런데 이런 논리도 단지 어려서 부터 이렇게 교육받았기 때문에 생긴 가치관중 하나일까요? 저도 결혼관에 대해서 세뇌당한 걸까요? 제 자유의지가 맞을까요?

가끔 결혼이라는 제도속에 들어오지 않는 독신들을 보면 어쩐지 부럽기도 하거든요. 멋진 신지식인같아 보여요.

헉슬리는 우리가 각종 오락거리와 마약과 향락으로 가득찬 시덥잖은 사회로 전락해버리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해요. 멋진신세계속에서 사람들이 쾌락에 의해서 통제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 느끼는 쾌락이 무엇이고,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스포츠와 스크린과 연애는 인간에게 분명히 쾌락을 주죠. 힘과 환호와 열정과 기쁨을 주는 것은 분명해요. 연애는 충분히 기쁜것이지만, 연애만으로 인간은 살아갈수 있는 존재가 맞을까요?

인간은 쾌락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마약으로 마비시키고 환락을 준다해도, 인간은 그런 단순한 존재가 아니지 않을까요?

나중에 에리히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번뜩 드네요.

지금 제가 결혼이라는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멋진신세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면 자유연애를 상식으로 받아들이면서 살아갈거라고 생각하니 번뜩 우리아이 얼굴이 떠오르네요. 다른건 몰라도 아이는 함께하고 싶은데 말이에요.

직장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해서 '멋진신세계'가 꼭 나쁘지만은 않은데? 라고 생각해 버렸던 것은 왜 일까요?

'멋진신세계' 에서는 태아상태부터 이미 계급이 정해지고, 직업이 정해져서 그 직업이 적성에 맞게끔 태아상태를 조절해줍니다. 높은 기온에서 일해야 하는 태아에게는 높은 온도를 쬐었을때 보상인 혈액을 흘려보내주죠. 그러면 보상과 연결지어져서 높은온도는 자기에게 이롭다고 세뇌당하는거에요. 이런식으로 태아부터 시작된 세뇌는 유아기에도 이어지고, 성인이 되어서 자기 삶에 아무런 불만은 커녕 자기의 맡은 일을 좋아하고 성실하게 일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들은 직장에서의 만족도도 높지만, 계급에서의 만족도도 매우 높아요. 처음부터 본인의 계급을 인정하고 좋아하게끔 세뇌당하기 때문이에요. 지배계급은 하층계급을 멍청하다고 비난하고 자기계급을 좋아하는 동시에, 하층계급은 지배계급은 우리보다 더 머리를 쓰며 공부해야하고 치열하게 살아야함에 비난하고 자신의 계급인 하층계급이 편하다고 좋아합니다.

일하는데 있어서 불평불만이 없고 만족만이 있는거에요.

지금 우리 아이들이 초,중,고까지 12년을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와 학원에 들락날락 거리며 놀지 못하고 죽어라고 학업에 열중하고 고통받는 이유는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서잖아요. 그런데도 취업후에는 어떤가요? 계속해서 불평과 불만이 넘쳐나는 이상한 부조리를 반복하고 있어요.

'멋진신세계'에서 태아상태를 인위적으로 손대는 내용만 없앤다면 (뒤에서 알파들세상의 부작용도 나옵니다) 직장문제는 오히려 지금의 대한민국이 디스토피아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저는 지금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를 읽고 이해하고,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데미안' 포함하여, 카를 융에 대해서 까지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저기 꼽혀있는 모든 책이 단 한권 '싯다르타' 만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니, 열정이 넘치지 않나요?

책에 나오는 동시성과 전체성이라는 개념이 굉장히도, 너무나도 좋더라고요. 그렇게 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에 한걸음 다가가던 저에게 '멋진신세계' 가 다가왔던 거였어요.

이제 좀 깨달음의 문틈으로 무언가 보이는가 살짝 엿볼라던 찰나에 읽었던 '멋진신세계'는 깨달음의 문을 다시 굳게 닫아버렸답니다.

다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어요. 세상이 편해지고 모든게 만족스러우면 신이란 필요 없는 거거든요. 신이란 세상이거든요. 세상이 사람들에게 만족만을 주는데, 깨달음이 뭐고 자기구현은 또 뭐겠어요. 그거 다 행복해지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멋진신세계 사람들은 이미 행복한데요.

기가막힌 타이밍에 '멋진신세계'를 읽었다는 느낌과 모든 사상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될거같아요.

마지막에 나왔던 통제관과 존의 대화를 읽으면서 어느순간 통제관에게 설득당하고 사상교육을 받게 되었나 봅니다. 이렇게 사상교육과 세뇌가 무섭습니다.

다시 비판적의식을 가지고 깨어있는 사람이 되도록 정화의식을 조금 치뤄야 될것 같아요.

원래대로라면 바로 '싯다르타'를 이어서 읽어야 되지만, 잠시 다른 책을 읽으면서 '멋진신세계' 의 감정이 정화되길 기다려봐야겠네요.

그리고 조금 정리가 되면, 마지막에 통제관과 존의 대화는 다시 정독을 하면서 천천히 읽어봐야겠어요. 이 책의 모든 주제와 핵심내용과 철학이 그 한부분에 다 들어가있거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