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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피센트 ㅣ 디즈니의 악당들 4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주정자 옮김 / 라곰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악이 주인공이 될 때,
계속 악으로 남아있을 수 있나?
예전에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 '말레피센트'의 예고편을 봤을 때, 예고편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으므로 꼭 봐야지 하고 속으로 생각해뒀었다.
실제로는 보지 못했기에 속에 담아두기만 했었는데, 이번에 네이버 포스트를 둘러보다가 라곰출판사의 '말레피센트' 표지를 보고서는 얼른 포스트 내용을 확인하고 이 매력적인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책을 받고 읽어보게 되었다.
고전적인 이야기에서는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서 권선징악의 형태를 쓴다. 선과 악이라는 구성을 만들고 주인공을 선으로 만들며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의 형태를 만들게 되는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이 악당이라고 하는 캐릭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들이 선과 악이라고 하는 데에 의문을 가지면서, 선한 캐릭터는 과연 선하기만 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반대로 악이라는 캐릭터는 과연 악하기만 할까?라는 의문도 함께 품게 되었다. 우리가 인간인 이상 우리 속에는 선과 악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독기를 품고 눈빛이 매서로운 악녀 캐릭터는 사람들에게 매력 있는 존재로 다가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여, 악녀가 태어나면서부터 악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거라며 그 숨겨진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한다.
말레피센트도 그녀가 오로라 공주에게 죽음의 저주를 내리는 이유가 나온다. 저주에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행동한 데에는 다 뜻이 있었다는 이야기로 흘러간다. 그녀도 처음부터 악녀는 아니었다.
운명과 상황이 그녀를 악녀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악녀가 이야기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순간 더 이상 그녀는 악녀가 아니게 된다. 악으로 비치는 그녀의 겉모습을 뚫고 들어가서 속마음을 보게 되면 새로운 선이라는 게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당당한 악녀인 말레피센트를 보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선으로 변해버린 말레피센트를 보고 싶었던 건지 생각해보았다.
이번 이야기를 작성하기 이전에 작가가 말레피센트라는 캐릭터 성격을 좀 다지고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남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는 당당한 캐릭터를 원했다. 미움받을 용기처럼 말이다.
책 속에서 말레피센트는 그냥 평범한 소녀였으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봤으며, 애정을 갈구하고, 사랑할 줄 아는 선한 소녀였다.
디즈니 쪽에서는 작가에게 원작 스토리를 그대로 끌고 가되 숨겨진 이야기만 꺼내어 써보라고 한 것 같다. 원작의 이야기도 지켜야겠고, 왕자에게 기대지 말고 자기 스스로를 자기가 구하라고 외치는 페미니즘도 넣어야겠고, 숨겨진 이야기를 풀면서 사람들이 말레피센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도 겠는데, 그러면서 그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는 창작활동해보려니 막판에 스토리가 마구 꼬여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악한 캐릭터가 탄생한 과거에는 우리가 아는 선한 캐릭터들이 그녀에게 악한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라는 것도 악의 원인을 그렇게 만들어 놨으면서 결말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서 그걸로 결말이 나려고 하니 조금 안 맞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그것만 제외하면 원체 이야기라고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니 동화를 보듯이 한 권의 책을 읽는 이 순간이 즐거웠고, 악당의 캐릭터를 이렇게 재해석해보니 이야기 자체에 대한 흥미와 애정이 샘솟아서 더더욱 좋았다. 표지도 매력적이고 캐릭터 자체도 매력적이니 이야기가 매력적인 것은 당연한 결과로 재밌는 책을 한 권 봤다는 점에서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