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과 마흔 사이 나를 되돌아볼 시간 -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나는 자기 발견의 심리학
미리암 프리스 지음, 박지희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누구인지 아는가?

 

 

 

'서른과 마흔 사이 나를 되돌아볼 시간'이라는 제목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요즘에 나오는 책 들은 왜 이렇게 책 제목에 '나이'를 붙이는 걸까? 그것도 전부 '마흔'이라는 나이를 겨냥하고 있다. 출판사들은 마흔의 나이를 가진 사람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그들을 위한 힐링 도서를 계속해서 출판해 내는 걸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책의 내용이 너무나도 훌륭하기에 전 연령층이 읽어도 굉장히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도움이 되었기에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지만, 들어가는 말에 작가의 말을 보면 다시금 깨달음이 찾아온다.

어린 시절에는 새로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넘쳐나기에 '멋모르는 청춘'이라고 부르며, 요령도 없고 서툴기 그지없다.

그러나 '서른'이라는 나이는 어떠한가? 사람 나이 '서른' 정도 되었으면 인생의 절반 정도를 살았기에 '어른'이라는 느낌을 준다.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고 생각하며, 이 정도 나이 되면 어느 정도 삶의 기반을 쌓아놓고 무언가 이루어놓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도 요령을 터득하고 자신만의 주관이 생겼을 거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의 '진짜 서른'들은 어떠한가? 삶에 주관이 있고, 나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 자신의 선택과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가?

굉장히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의 서른들은 '내가 잘 살고 있는 거 맞나?' ,' 어른이라는 느낌은 뭘까?','내가 이루어놓은 건 무엇일까?', '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생겨버리고 그답에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책에서는 제목을 '서른과 마흔 사이 나를 되돌아볼 시간'이라고 정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을 한번 되돌아보고, 자기발견을 해서 진짜 내 인생을 살아보라고 말하고 있다.

화면으로 책의 표지를 처음 봤을 때,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의 표지에 달님이 그려져 있기에 표지가 무척이나 예쁘다고 생각되었다. 표지 위쪽에는 '초승달'이 그려져 있는데, 초승달에서 내려오면 제목이 있고 그 아랫부분에는 '보름달'이 그려져 있다. 처음에 표지를 봤을 때는 우리가 초승달로 시작하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면 보름달로 차오른다는 의미로 보였다. 그래서 예쁘게 보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초승달'은 텅 빈 마음으로 보이고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면 마음이 풍족히 차올라서 진정한 '보름달'이 된다고 말하는듯했다.

"처음 맺는 관계에서 배우는 것"

에리히 프롬의 '자기를 위한 인간'을 읽었을 때, 한 사람을 생산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서 배웠다.

우리가 한 사람을 사랑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미덕인, 그 사람의 잠재력과 특징을 잘 드러날 수 있게 배려해주고 믿어주며,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미덕과 사랑은 나에게 적용하여 어머니의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머니가 자신의 자식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녀가 어떤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잠재력을 믿어 주고 있는 그대로 지켜봐 주면서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이 관계에서 제대로 된 사랑을 하는 방법을 서술했다면 미리암 프리스는 사랑받는 어린아이의 입장을 이야기한다.

책에서 이 부분이 어머니이기도 한 내 입장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었다. 우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살아온 '기억'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태어나서 자신의 눈으로 직접 지켜본 세상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면서 자신의 삶에 반영 시킨다. 모든 것은 기억이다. 태어나서 가장 처음 관계를 맺는 사람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 사람은 주변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모든 것을 지켜보고 학습한다. 그래서 부모의 관계를 아이는 그대로 보고 자라게 되며 자신의 삶에 녹아들어 간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에도 또한 동의한다.

 

예전에 티브이 프로그램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가 인기를 끌었을 때, 나 또한 그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보았다. 그 프로그램에서 아이가 어떤 잘못된 행동을 하면 교정 선생님은 아이가 잘못이 아니고, 모든 것이 육아를 잘못하고 있는 부모 잘못이라고 한다. 그 프로그램은 아이를 교정시키는 게 아니다. 부모를 교정시킨다. 부모가 바뀌면 아이는 따라서 변한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나쁜 개는 없는 것이다. 사람이 개의 본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잘못 대하고 있을 뿐.

이런 부분을 보면 내 아이의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그것은 다 양육자인 내 탓 같아 마음이 심히 무겁다.

"너는 지금 모습 그대로 완벽해.

너의 존재 자체는 기쁨이야.

 네 곁에 있어서 정말 기뻐.

네가 무엇을 하든.

어떤 사람이 되든.

나는 너를 사랑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이 정도뿐이라지만, 이 정도라고 하는 것이 반! 드! 시! 필요하다고 한다. 누군가가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 경험을 직접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멋지지 않아도, 좋은 직장이 없어도, 어떤 행동을 해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기억으로 남는다. 그것은 나중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도 가식적인 가면을 쓰지 않아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버팀목이 되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할 줄 알게 되고 꾸밈없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 관계를 맺는 부모와 같은 상대에게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했거나, 사랑받고 인정받는 당연한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되면 애정에 굶주리게 된다고 한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지 못한 어린아이는 집착이 강한 성인으로 성장해버려 충족되지 않은 감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헤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 보호와 사랑을 다른 곳에서 채우려고 하거나, 분노를 하거나, 감정을 억압하는 등으로 '거짓 자아'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이말이 마치 '완벽한 부모'를 강요하는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여기에서 부모라는 단어는 아이의 양육자라고 바꿨으면 좋겠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을 칭한다. 아이는 미숙한 상태로 관계를 처음 맺고, 상대와 다양한 감정교류를 하게 된다. 그리고 여러가지 감정들이 생겨난다. 상대가 충분히 관심을 줘도 무시받았다고 느낄수 있고, 사랑으로 돌봤지만 온실속에서 자랐다며 객관성을 요구하게 될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것은 상대가 나에게 무엇을 부족하게 주었는지가 아니고, 내가 스스로 느끼기에 어떤 감정이 결핍되었다고 느끼는가 이다.

이를 알아야 내가 어떤 감정에 목말라하는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수 있다.

이것을 '자기대화'를 통해 알아내야 한다.

나를 알기 위해서...

 

 

"거짓 자아"

 

본성을 가리고 있는 거짓 자아는 왜 생겨나는 걸까? 책에서는 분리되고 거부당한 경험, 즉 사랑받지 못한 경험에서 생긴다고 한다.

이 말을 거꾸로 하면 우리는 거부당하지 않고, 사랑받고 싶어서 거짓 자아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된다.

무엇보다 내가 나를 사랑해주고 싶다. 그러니 거부당하기 전에 벽을 만들어 버리고,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 시도를 하지 않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게 된다. 이 모든 게 나를 보호하고 싶은 거짓 자아가 하는 일이라고 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거짓 자아를 만들어 낸다. 인간관계에서 가면을 쓰는 것이다. 예쁘게 꾸며야 관심받을 수 있을 것 같고, 좋은 직장을 가져야 사람들이 인정해줄 것 같고, 긍정적인 웃음과 밝게 보여야 사람들이 좋아해 줄 것 같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내 거짓자아들이다.

이 거짓 자아를 없애는 방법이 거짓 자아가 전혀 없는 온전한 내 모습을 타인에게 보였을 때 사랑받아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가면을 쓰지 않아도 온전히 사랑받아본 사람은 굳이 가면을 써야 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나'가 된다.

이것이 '진정성'으로 거짓 자아를 없애는 방법이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

 

사람의 생김새가 전부 다르듯이,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바도 전부 다르다. 누군가는 아이가 100명이 있다면 100개의 육아법이 존재해야 된다고 말했다. 사람의 고통이 생겨나는 이유도 다 제각각이므로 거기에 대한 치유 방법도 다 달라야 한다.

물 한 잔을 마시려고 했을 때, 물이 얼려있다면 녹여야 한다. 방금 끓인 물이라면 식혀야 한다. 이물질이 있다면 걷어내야 하고, 더럽다면 정수해야 한다.

상태를 살펴보고 거기에 따라 대하는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어떤 심리치료방법을 써봤더니, 내 삶을 찾았다고 해서 나에게 쓴들, 그것이 나한테 맞을 리 없다. 나는 나만의 방식이 있어야 하는 거다.

미리암 프리스는 이에 대해서 상처받는 원인을 따져보고 거기에 따라서 다른 처방을 내리고 있다.

엄격한 원칙을 세우고 자신의 필요나 소원을 무시해서 상처를 받았다면, 열린 마음과 자신을 향한 관심이 중요하다.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겨졌거나 이유 없이 칭찬만 받았다면, 객관적인 태도를 배워야 한다. 무정함과 냉랭함에 대한 상처는, 자신에게 공감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한다.

 

"고통에서 쾌감을 얻는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의아스럽다 놀라웠던 부분이 우리가 고통을 느낄 때 거짓 자아는 우리에게 쾌감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지금 인생에 만족하지 않지만 변화를 위한 행동은 하지 않는 내담자에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인생이 정말 고통스럽지만 아무것도 바꾸고 있지 않다고 하셨고요. 벌써 몇 년째 똑같은 삶의 방향을 고수하시고, 불평은 하지만 변화를 위한 행동은 전혀 하지 않고요. 그래서 저는 내담자분이 스스로 실패하는 상황에서 어떤 즐거움을 느끼시는 건 아닌지 물어본 겁니다"

 

지금이 불만족스럽다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도록 행동에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담자는 물론이고 나 또한 머리로는 변화를 원하지만 행동에 변화는 주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거짓 자아' 때문이라는데,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일을 해서 실패를 경험하면 거짓 자아는 나에게 '이번에 실패했으니, 다음에도 실패할 거야. 그러니 하지 말자'라고 속삭인다. 그걸 무시하고 도전했다가 또 실패를 맛봤을 때, 거짓 자아는 의기양양해진다. '거봐, 내가 실패할 거랬잖아. 내 말이 맞았어. 내가 예언한 게 맞았지? 다음에도 또 실패할걸?' 이렇게 속삭이며 나로 하여금 새로운 도전을 못하게 무기력으로 끌고 가거나 실패했을 때, 내 생각이 맞았다면서 쾌감을 느끼게 만들어버리는 듯하다.

이런 거짓 자아가 내 가능성들을 불가능으로 바꾼다고 하니 가능성을 위해서 '거짓 자아'는 동행하지 않고 없애야 하는 존재가 되겠다

'서른과 마흔 사이 나를 되돌아볼 시간' 책은 정신분석학을 전공한 작가가 정신과에서 심리상담을 한 내용들이 나오는데, 작가인 미리암 프리스가 불안장애, 우울증, 번아웃에 관련하여 독일 내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히고 있기에, 찾아오는 상담자들이 다 갈등과 스트레스를 가지고 온다. 다들 '거짓 자아'에 휘둘리고 있고, 감정의 억압을 받으며, 속마음과 겉 행동이 따로 놀아서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기에 고통받는 상담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상담자들의 고민을 들으며 거기에 감정이입해서 읽고 있던 나에게 작가는 "당신은 대체 언제 진정한 변화를 시작할 것인가"라며 일침을 놓는다. 여기에서 번뜩 정신이 들어 남이야기 듣는 것처럼 읽지 말고, 페이지를 읽을 때마다 내 상황을 대입시켜보고 나를 위한 책으로 만들어 나갔다.

인생은 관계고 만남이고 대화라고 하는 작가의 말에 동의하고 우선적으로 나 자신과의 대화를 실천해야 한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항상 어떤 일이든, 상황은 고정되어 있으며 타인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타인을 변화시키려면 내 태도를 변화시키면 된다.

내 생각이 변해야 내 태도가 변하고 내 주변이 변한다. 내 못남도 감싸 안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솔직과 진정성을 가지고 '나 자신 그대로' 세상에 나가는 내 모습을 사랑할 때에, 나 자신으로 살고 자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책 속에 나오는 자신과의 대화를 곱씹으며 조금씩 나에게 주어지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변하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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