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맺는 관계에서 배우는 것"
에리히 프롬의 '자기를 위한 인간'을 읽었을 때, 한 사람을 생산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서 배웠다.
우리가 한 사람을 사랑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미덕인, 그 사람의 잠재력과 특징을 잘 드러날 수 있게 배려해주고 믿어주며,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미덕과 사랑은 나에게 적용하여 어머니의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머니가 자신의 자식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녀가 어떤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잠재력을 믿어 주고 있는 그대로 지켜봐 주면서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이 관계에서 제대로 된 사랑을 하는 방법을 서술했다면 미리암 프리스는 사랑받는 어린아이의 입장을 이야기한다.
책에서 이 부분이 어머니이기도 한 내 입장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었다. 우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살아온 '기억'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태어나서 자신의 눈으로 직접 지켜본 세상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면서 자신의 삶에 반영 시킨다. 모든 것은 기억이다. 태어나서 가장 처음 관계를 맺는 사람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 사람은 주변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모든 것을 지켜보고 학습한다. 그래서 부모의 관계를 아이는 그대로 보고 자라게 되며 자신의 삶에 녹아들어 간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에도 또한 동의한다.
예전에 티브이 프로그램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가 인기를 끌었을 때, 나 또한 그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보았다. 그 프로그램에서 아이가 어떤 잘못된 행동을 하면 교정 선생님은 아이가 잘못이 아니고, 모든 것이 육아를 잘못하고 있는 부모 잘못이라고 한다. 그 프로그램은 아이를 교정시키는 게 아니다. 부모를 교정시킨다. 부모가 바뀌면 아이는 따라서 변한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나쁜 개는 없는 것이다. 사람이 개의 본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잘못 대하고 있을 뿐.
이런 부분을 보면 내 아이의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그것은 다 양육자인 내 탓 같아 마음이 심히 무겁다.
"너는 지금 모습 그대로 완벽해.
너의 존재 자체는 기쁨이야.
네 곁에 있어서 정말 기뻐.
네가 무엇을 하든.
어떤 사람이 되든.
나는 너를 사랑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이 정도뿐이라지만, 이 정도라고 하는 것이 반! 드! 시! 필요하다고 한다. 누군가가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 경험을 직접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멋지지 않아도, 좋은 직장이 없어도, 어떤 행동을 해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기억으로 남는다. 그것은 나중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도 가식적인 가면을 쓰지 않아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버팀목이 되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할 줄 알게 되고 꾸밈없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 관계를 맺는 부모와 같은 상대에게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했거나, 사랑받고 인정받는 당연한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되면 애정에 굶주리게 된다고 한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지 못한 어린아이는 집착이 강한 성인으로 성장해버려 충족되지 않은 감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헤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 보호와 사랑을 다른 곳에서 채우려고 하거나, 분노를 하거나, 감정을 억압하는 등으로 '거짓 자아'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이말이 마치 '완벽한 부모'를 강요하는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여기에서 부모라는 단어는 아이의 양육자라고 바꿨으면 좋겠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을 칭한다. 아이는 미숙한 상태로 관계를 처음 맺고, 상대와 다양한 감정교류를 하게 된다. 그리고 여러가지 감정들이 생겨난다. 상대가 충분히 관심을 줘도 무시받았다고 느낄수 있고, 사랑으로 돌봤지만 온실속에서 자랐다며 객관성을 요구하게 될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것은 상대가 나에게 무엇을 부족하게 주었는지가 아니고, 내가 스스로 느끼기에 어떤 감정이 결핍되었다고 느끼는가 이다.
이를 알아야 내가 어떤 감정에 목말라하는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수 있다.
이것을 '자기대화'를 통해 알아내야 한다.
나를 알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