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쓸쓸할 때 - 가네코 미스즈 시화집
가네코 미스즈 지음, 조안빈 그림, 오하나 옮김 / 미디어창비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화사한 장미꽃을 솜털같은 안개꽃들이 감싸고 있듯이, '내가 쓸쓸할 때' 시집의 겉부분도 하얀색의 종이표지가 전체를 둘러싸며 보호하듯 감싸고 있습니다.
얇은 종이 표지가 책을 감싸고 있는것을 보았을때에는 일본전통 결혼식에서 하얀색의 예복으로 온몸과 머리를 감싸고있는 하얗고 순결한 신부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표지의 한 부분만을 감싸고 있는 띠표지와는 다르게 전체를 오롯이 감싸안고 있는 표지가 안개꽃이 장미꽃을 보호하고 있듯이, 깨끗한 예복이 순결한 신부의 모습을 감싸고 있듯이 책속의 내용이 소중하여 내가 감싸고 있노라고 말하고 있는듯 하여,  책을 들어올리는 손길이 솜털같은 아기고양이를 안아올리듯 하고,  책을 잡고 페이지를 펼치는 손길에 부드러움이 더해집니다.

'시'라고 하는것은 비유의 글이며, 감정의 글이며, 숨겨진 마음의 글이기에 그것이 늘 고달프고 늘 낯설어서 늘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늘 알수없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지만 보이지 않고 실감하면서 살지도 않는 공기처럼,  '시'라는 존재도 늘 우리 주변에 있으나 보이지 않는다는
핑계로 느끼며 살려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들었던 글쓰기수업에서 선생님이 자유로운 짧은글을 하나 지어보라고 말했을때, 그냥 생각의 흐름 그대로 자연스런 에세이의 글을 써내려갔던 저와는 다르게 시를 써내려간 멤버도 있었습니다. 문집을 내는 과정에서도 시는 등장했습니다. 무엇이 그로하여금 시의 감성을 불러일으켰던 걸까요. 무엇이 그로하여금 시적인 표현을 불러일으켰을까요.

파릇파릇하게 돋아나며 초록을 자랑하던 잎사귀들이 초록을 잃어버리고 퇴색해가게 되면  우리네 마음의 빛깔도 함께 퇴색되어 고요함을 찾고 그리움의 색으로 물들게 되어버리는것 같습니다.
찬란하게 무성함을 자랑하던 한그루의 나무에서 우리는 한몸이라고 꼭꼭 붙들고 있던 아기와같은 나뭇잎들을 하나씩 하나씩 떨어뜨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되면,  우리네 세상도 공동체의 인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홀로 된것과 같이 외로움에 휩싸여 버리고 맙니다.

'가네코 미스즈'의 시는 호수의 잔잔함을
표현하는듯 맑으며 고요하고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수면처럼 따사롭게 빛나며 절로 따스해집니다.
동시라고 하는 시어들은 아이의 마음을 담은듯 귀여움과 엉뚱함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속에 담고있는 외로움과 쓸쓸한 감성에 마음이 조용히 무거워지곤 합니다.

일본특유의 온기를 담은 것일까,  시인 특유의 따사롭지만 차가운 감성을 담은 것일까요,
그녀의 시는 가을의 감성에 어울리며 읽고있는 저조차도 쓸쓸하게 만들어버리고 맙니다.
그런 시집에 부드러운 그림을 더하니,  씁쓸한 커피에 부드러운 라떼아트를 더한듯 가녀린 쓸쓸함을 부드러운 거품같은 온기로 뒤덮고 있습니다.
27세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는 '가네코 미스즈'의 시를 포근히 손으로 들고 따뜻함을 담은 눈으로 읽으며 쓸쓸한 온기를 담아 마음으로 느껴봅니다. 한편한편 잔잔히 음미해보면 왜 사람들이 가네코 미스즈의 시를 통해 영감을 얻는다고 말하는지 느껴볼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좋은 시인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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