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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오기 전에 - 죽음 앞에서 더 눈부셨던 한 예술가 이야기
사이먼 피츠모리스 지음, 정성민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어둠이오기전에] 책은 사이먼 피츠모리스가 작가로 본인이 루게릭병을 앓으면서 겪은 실화를 담은 에세이책이다.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작가는 루스와 결혼을 하고 2명의 아이와 뱃속에 한명의 아이를 둔 상태에서 루게릭병이라는 시한부삶을 선고받게 된다. 선고받고 3~4년정도의 삶을 살게될것이라고 선고를 받지만 이책은 작가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삶에대한 갈망을 꿈꾸며 인간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이책을 읽기전에 독서모임을 통해서 [어쩌면 끝이정해진 이야기일지라도] 책을 먼저 읽게되었었는데, 그책은 사이먼의 부인인 루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였다. 남편이 루게릭병을 진단받고 영웅으로 살고자 애쓰며 바다를 사랑했던 루스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이먼 당사자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고 생각하였는데, 마침 어둠이오기전에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같은 상황속에서 같은 장면을 바라보더라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수가 있는데, 같은 공간에 살고있는 부부였더라도 병을 받아들임과 삶의 헤쳐나가는 모습은 조금 다른듯하다.
절망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영웅시했던 루스와는 다르게 사이먼의 삶은 어쩐지 사랑으로 가득찬것같다. 사이먼의 글에서는 삶을 사랑하고 생명을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보인다.
그래서 책의 소제목에 "살아 있음에 대한 격렬한 찬사" 라는 글귀를 붙였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생각보다 크지않고 아담하며 양장본으로 되어있어서 하늘색과 함께 어울리며 단아하고 단단하다는 느낌을 준다.
표지에 그려져있는 새의 그림은 자유롭게 날고싶은 사이먼의 마음을 빗댄것처럼 보이는데, 새의 색이 회색인것으로 보아서는 그렇게 밝다고는 말할수 없다. 어둠이 오기전에라는 제목처럼 새의 색깔에 회색을 입힘으로써 날아가고 싶지만 죽기직전의 새의 모습을 표지로 넣은것같다.
그도 그럴듯이 날개를 활짝 펼친 새의 모습에 하얀색의 네모가 새를 못날아가게 가두려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글귀로 시작한다.
"나는 이방인이다.
당신과는 다른. 당신 사이에 섞여있지만. 다르다. 당신과 나는. 같지 않다. 같다고 할수록 내겐 고통만이 남는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 당신과 다르면서도 나는 당신과 같다. 나는 당신처럼 살아있다. 하지만 나는안다.
당신에게 나는. 이방인이다. -15페이지 "
처음에 책을 읽을때에는 책이 생각보다 간단하게 적혀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가다보면 루게릭병이 계속해서 진행되어가고 결국에는 두손도 쓸수조차 없어서 시선구동컴퓨터로 의사소통을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사이먼은 계속해서 글을 썼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부분으로 추측해보건데, 이 책은 사이먼이 시선구동컴퓨터로 작성되어진 책이라고 생각되어진다.
그렇게 생각하고 책을 읽어보면 책이 간결해보이지 않고 한 단어단어를 쓸때 얼마만의 노력으로 얼마만의 감정을 들였는지 생각해보면 결코 간단하게 읽을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책을 느리게 읽어보게 되는 것이다. 사이먼이 한글자한글자를 느린속도로 타이핑했을 테니까.
루게릭병의 환자에게는 인공호흡기를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부분의 글을 읽으면서는 삶을 선택하는 인간의 의지와 생명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가고자 했던 사이먼과 살아가는것을 선택하지 않은 다른 루게릭환자들을 생각해보면 누구의 선택이 낫다라고 결코 말할수는 없지만 선택의 가능성을 환자에게 주는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이들에게 아이들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삶을 포기하고 싶을때 아이들을 바라보며, 고아로 남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루스와, 아이들을 바라보는것이 내가 살아있는 증거라고 힘을 얻는 사이먼에게 아이들은 자신들이 살아갈수있게 만들어 주는 힘의 원동력과 삶의 증거가 되는것같다.
마지막으로 달리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었고 마지막순간을 기억하며 그것을 추억으로 만들고 곱씹으면서 살아가는 사이먼의 모습과 계속해서 다가오는 마지막의 순간들에 깊은 절망으로 빠지지않고 계속해서 삶을 꿈꾸는 사이먼을 바라보며 나도 살아있다는것을 느껴보려 한다.